공황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겪은 사람은 없다.
시간이 많아졌다.
휴직을 하며 나는 시간적 여유보다는 공황 증상 때문에 나날이 힘겨운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겪은 대표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1. 집에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불안하다.
2. 혼자 바깥에 걸어 다니기 어렵다.
3. 러닝머신을 5분 이상 걸을 수 없다.
4. 사람이 많은 곳이나 소음이 있는 곳은 가기 어렵다.
5. 운전을 할 수 없다.
6. 터널을 무서워한다.
위 증상은 꽤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어렵다'는 표현은 내가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만 같고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이다.
살고 있는 아파트 내에 헬스장이 있어 사람이 드문 오전 시간에 틈틈이 체력 보강 운동을 하였으나
5분을 걷지 못했다. 분했다. 작년까지는 분명 몸과 마음이 다 건강했었는데.
남편의 제안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집 근처 필라테스 학원을 끊을 수 있었고 꾸준히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병행했다. 그러나 기구를 이용하면서도 가끔 쓰러질 것 같은 증상이 일어나 실제로 몇 번씩 수업 중간에 나가서 탈의실에 누워있고 오곤 했다.
다행히도 집에 오면 호흡이 불안할 뿐 쓰러질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집 밖을 홀로 외출할 수 없었다.
반려견과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산책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집에서 도보 10분 이상 멀어지면 어지럼증을 느끼고 앉을 곳을 찾는 내가 처절히 안쓰러웠다.
나는 점점 자기 연민에 빠지고 있었다.
분명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몸이 제 기능을 못하니 무엇 하나 계획할 수 없었다.
그저 끼니를 잘 챙겨 먹고 운동하는 일정 외에는 무엇 하나 소화할 수 없었다.
앞으로 찬란하게 나아가기를 원했던 나. 일도 가정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계획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호흡'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집 앞 편의점 가는 것도 큰 맘을 먹고 나서야 했다.
주기적으로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나에 대해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체력이 늘 안 좋았어요. 365일 중 360일이 몸이 괜찮지 않아요. 한 가지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은 소화불량, 어느 날은 두통... 보통 집에서는 집안일도 30분 이상 꾸준히 힘들어서 소파에 누워 있어야 해요."
신혼 초에 남편이 귀가하기 전까지 계속 소파에 누워 있었던 나 자신이 생각났다. 일을 할 때는 억지로 힘을 내야 했기에 티를 못 냈지만, 집에서는 온전히 힘이 풀렸는지 항상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부터였나?
이 증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십몇 년 전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귀에서 이명이 들렸던 기억이 기억났다. 그 시기에 나는 각종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아무 사건 없다가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끔 어지러움을 느꼈다. 버스나 지하철에 있다 보면 답답해서 내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