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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화 Oct 22. 2024

어쩌다 카페를 차리게 되었냐고요?

 그렇게 저는 월-금은 회사를 다니고 토, 일은 강남역에 위치한 카페 겸 바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군대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가 자신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라며 데리고 갔던 공간이었습니다. 유흥 거리 중 좁은 골목길 같은 곳을 들어가다 보면 비밀스러운 공간이 나왔고 야외 자리와 실내 자리가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이었습니다. 시간의 흔적들도 잘 보였고요.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모습과 관계가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그중의 한 명은 옆동네 형이었습니다.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얼굴만 대충 알고 있었죠. 아는 척은 못 하였지만 제가 군인인 것을 눈치채고 서비스로 무언가를 주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런 기억들이 좋았는지 전역한 후에도 친구들과 자주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느 날 일자리가 있는지 물었고 마침 자리가 있어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입니다. 


 쉬는 날이 없다는 것은 고되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말에 아르바이트 나가는 것이 회사에 있는 시간보다 즐겁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몇 달의 시간을 보낸 뒤 저는 선택을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요. 주변의 어른들은 제게 실망을 한 것인지 다그치기도 하며 큰소리도 내셨습니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여기서 꼭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동경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쿨해 보이는 그들의 무리 속에 속하고 싶다.' 이것이 그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저는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매니저 직책까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찜닭집에서 점장일을 또 하게 되었고 텍사스 바비큐집으로 옮기었다가 다음에는 생뚱맞게 정장 판매도 하였다가 라멘집에서 일을 합니다. 누군가의 제안도 있었고 온전한 저의 선택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실 모두 저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타인의 영향을 받은 것도 결국엔 '나'였으니 말이죠. 


 과거의 시간 속에서 행복한 시간들도 많았지만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들이 항상 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계속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포기하고 좌절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포기했다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본질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좌절감이 든다면 충분히 느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을 탓하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꾸만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지름길이며 겉잡을 수 없이 스스로를 분리시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같은 내용을 전달하겠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약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위에 말씀드린 과정들을 거쳐 저는 처음에 일했던 가게와 비슷한 형태를 띤 카페 겸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만들어가고 있으며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도 수많은 고통과 대립하고 있고 어떤 날엔 눈앞이 컴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들을 모아 다시 한 발자국을 떼어내고 실천에 옮길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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