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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화 Oct 20. 2024

알바왕의 알바 이력서

 이번엔 회사를 다니다가 요식업으로 넘어간 기억을 회상해 보려 합니다. 아, 이렇게 자꾸 과거를 회상하다 보니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검은색 프레임과 쿠션, 등받이는 월넛 색상의 의자. 검은색 원형 테이블 위 노트북은 마치 타임머신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곧게 펴지는 척추는 글을 쓸(시간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과거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말 무렵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아르바이트는 '떡삼시대'라는 고깃집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기억으로는 법적 문제가 조금 있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급은 3000원 언저리였고 굉장히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그것도 열여섯이 하기엔 더욱이 말이죠. 뭐가 그렇게 필요했기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을까요? 여하튼 저는 그 이후 계속 아르바이트(파트타이머)를 꾸준하게 했습니다. 한티역 인근에 있던 '포메인'은 쌀국수 전문점이죠. 16년 전에 쌀국수는 그리 흔한 음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지 않은 날들을 세는 게 쉬울 정도였고 제 어린 기억으로는 멋쟁이 손님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곳엔 부부 사장님이 계셨는데 두 분 또한 여전히 멋진 어른으로서 제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내면과 외면 둘 다 그러하였습니다.) 그 뒤로 파파존스, 어느 다른 피자집, 전단지 아르바이트 등등 정말 수많은 일을 했습니다. 나름 일 머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눈치껏 농땡이도 잘 피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말쯤(예. 공부와는 담쌓았습니다.) 동네 호프집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그 호프집에서는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있는데요. 어느 술에 취한 중년 남성분 께서 팁을 주시면서 "앉아서 한 잔 할래?"라고 하였던 기억이.. 분명히 납니다.(윽!) 미성년자라고 말씀드리며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 호프집은 다른 아르바이트 보다 시급이 높았기에 조금 더 다녔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지만 저는 금세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대학에 뜻이 없었기에 바로 입대 신청을 하고 8월 1일로 날짜가 확정되었습니다. 남는 6개월 동안 마냥 놀기만 하다가 군입대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강남역 이자카야에 취직했습니다. 점심에는 튀김 정식과 도미뱃살 덮밥 같은 것들을 판매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녁엔 튀김과 사시미 일품요리 등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고노와다'라는 해삼 내장은 생소하면서 충격적인 맛이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며 아직도 좋아하는 별미입니다. 사장님은 근처에 캘리포니아 롤이라는 메뉴와 아이스크림 튀김으로 대박을 낸 가게도 운영하고 게셨습니다. 그곳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단짝이었던 친구가 일을 하였기에 그 친구와 자주 시간을 함께했습니다.(8월 1일에 함께 입대하는 친구입니다.) 여기 사장님 또한 멋진 어른이었습니다. 거기에 똑똑하고 유머감각도 뛰어나신 분이었습니다. 회상하다 보니 혼자 웃게 되는데요. 이것만큼은 어떻게 전달하기가 어려워 아쉽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눈 감았다 뜨니 입대 날이 당장 내일이네요. 할머니 댁이 논산이었기에 마지막 밤을 할머니 댁에서 보내고 다음 날 봉고차를 타고 훈련소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어머니, 이모, 할머니의 눈물바다 공연 속에서 저는 더 강한 척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두려운 마음을 그대로 끌어안고 친구와 절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좌로 우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군대 이야기에 손가락이 아주 근질거리지만 잘 참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곳에서 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오직 제 자신뿐 이니깐요. 그렇게 저는 22살 4월에 전역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았고, 대학교에도 진학 하지 않았으며 꿈도 없었습니다. 집 안 어르신들의 걱정은 당연했습니다. 저 또한 형태가 보이지 않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무언가 목표를 향해 가고 있고 정답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군요. 그러던 중 이모님께서 어렸을 적 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분의 회사에 취직을 권했습니다. 무역업을 하는 회사였고 무작정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모님이 제 글을 읽고 계신 것을 알지만 솛직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이모 사랑해.) 기본적인 자격증은 턱걸이로 합격했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업무라고 할 것은 딱히 없었습니다. 비용 처리할 영수증을 분리하고 작은 잡 심부름과 공부하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사실상 필요 인력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받은 월급은, 이제 막 전역하고 혈기왕성한 저에겐, 많이 부족했습니다. 친구들과 술도 마셔야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해야하니깐요. 그리하여  저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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