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안구

by 김민석

나는 매일 형을 데리고 다니며 작업을 했다. 일을 가르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기술이 늘고 있었고 형은 잘 따라왔다. 그라인더로 파이프를 정밀하게 자르고 용접을 통해 잘 부착시켰다. 단순하고 거칠기만 해 보이는 이 노동은 사실 정교함이 가장 중요하다. 일 밀리미터를 아주 귀하게 여겨야 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인지 다들 거칠지만 예민하고 섬세하다. 그러한 성향이 없다면 이 노동을 견뎌 내기 어렵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예민하다가, 섬세하게 챙겨 주었다가, 거친 고함도 지르며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 하나가 터졌다.


비가 많이 왔던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었던 그날. 이상하게 일을 나가고 싶지 않았던 그날.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기에 출근을 해야만 했던 그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나는 파이프 자르는 일을 민성이 형에게 맡기고 옆에서 보조를 했다. 위쪽에 있는 두꺼운 파이프는 그라인더 보호구를 벗겨낸 체 작업을 해야 했다.(두꺼운 파이프에는 칼날이 깊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성이 형은 나보다 더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었기에 믿고 맡기었는데, 그것은 오판이었다. 칼날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에 당황한 그는 순간적으로 힘을 더 보탰고 그라인더가 튕겨져 나오며 민성이 형의 오른 엄지를 잘라냈다. 그리고 튕겨져 나간 칼날은 내 왼쪽 눈에 박혔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과 피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곧바로 응급실로 보내졌고 각자 수술을 마친 뒤 같은 병실에서 만났다. 어색한 공기를 몇 차례 호흡한 뒤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나였다.


“미안해 형. 괜히 일을 맡기는 바람에… 손가락은 어때?”

“너무 거칠게 떨어져 나가서 봉합은 못 했다고 하더라. 너는?”

“나도 망막에 상처가 너무 커서 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대.”

“나도 미안하다.”


장난기 없는 분위기에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또 침묵이 다가왔고 이번 침묵을 깬 것은 민성이 형이었다.


“현장 복귀하긴 어렵겠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우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뭘 할 수 있을까.”

“글쎄. 우리 그전에 가족 할래?”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상황에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니야. 우리는 가족도 없고, 몸도 안 좋은데 의지할 곳이 있어야 할 것 아냐. 그러니까 가족 하자.”


정말 황당한 순간에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평생 가족 없이 살아왔던 텅 빈 인생에 서로에게 미안함과 장애를 안긴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날 부로 가족이 되기로 약속했고, 함께 꿈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민성이 형이 덧 붙인 한마디가 기억이 난다.

“우리 서로 고마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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