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형제

by 김민석

그 뒤로 우리는 어디를 가도 서로를 형제라고 소개했다. 김민성과 김민석. 외모는 딱 부정할 수는 없을 정도로 닮아서, 의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을 때 함께 서울시 관악구 사당동으로 이사를 하였고, 각자가 모아둔 목돈을 보증금에 정확히 반 씩 보탰으며 월세는 70만 원이었다. 낡은 주택이었지만 너무 든든한 보금자리라고 느껴졌다. 그곳엔 작은방 하나, 큰 방 하나, 화장실 하나가 있었고 이상하게 주방 천장에 창고 같은 공간이 있었다. 그 천장에 있는 문고리를 걸어서 잡아당겨 내리면 계단이 내려오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옵션으로는 낡은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한 대, 선풍기 두 대 그리고 커다란 옷장 하나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필요한 것들을 메모장에 적었고 대략적으로 필요한 돈을 계산해 보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했다. 우선 각자의 책상과 각자의 이불, 청소기, 식 그릇 두 쌍, 수저 세트 두 개와 각종 주방 용품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짧은 거리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날은 아마 화요일 오후쯤이었던 것 같은데, 여기저기 상인들의 호객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러 음식 냄새들이 코를 간지럽혔다가 쑥- 깊숙하게 들어와 놀라기도 했다. 통닭, 족발, 떡볶이, 해산물, 정육점, 빵집 등등 저 멀리 늘어져 있었다. 모든 음식을 한 입에 욱여넣고 싶었지만 음식 코너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친 뒤 생활용품을 파는 곳으로 곧장 이동한 뒤 주방용품 매장 문을 열었다.

사장님에게 값이 싸지만 튼튼한 용품들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런 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민성이 형이 서글서글한 얼굴로 사장님과 흥정에 들어갔다.

“그러지 말고 찾아봐 줘 아가씨.”

“얼씨구?”

“그래야 맛있는 음식 만들어서 가지고 오지.”


쉬워 보였다. 그 말과 행동이 너무 쉬워 보였다. 그 쉬워 보이는 모습에 나도 한 마디 거들면 이 거래가 성사가 될 것 같다는 쉬운 생각을 해 버렸고, ‘젊은 처자가 정이 너무 없다.’이 한 마디에 거래는 불발이 날 뻔했다. 하지만 민성이 형이 곧바로 ‘동생이 어렸을 적 높은 나무에서 떨어져서 그래. 못 들은 걸로 해줘.’라고 하니 사장님은 피식 웃더니 주방 용품을 가지러 안 쪽으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담아서 가지고 오신 뒤에 값싸고 좋은 물건은 없으나,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주겠다며 닭볶음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도 덧 붙였다. 민성이 형은 아주 공손한 태도로 감사의 표현을 전했고 부모님이 닭볶음탕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했다는 귀여운 거짓말도 더했다. 그 뒤로 이불가게와 가구점에서도 상대와 상황에 맞게 흥정에 성공했고 예상했던 비용보다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족발 하나 포장하고 소주도 몇 병 사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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