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멘터리 Mar 24. 2024

호기심은 어디에 있나요?

다큐를 지키고자 하는 한 명의 제작자 이야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가요? 문득 호기심이라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각자 개인의 관심사가 달라서 각자 호기심을 느끼는 분야는 다를 것 같지만, 또다시 생각해 보면 인간의 본능은 누구나 같아서 본능을 살짝 건드린 글만 봐도 호기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또 재밌는 건 호기심은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은 약간 미스터리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제가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을 때입니다. 과학 다큐멘터리는 과학 개념이 어려워서 즐겁게 보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완벽히 문과생이라 과학을 공부하면서 너무 어려웠으니까요. 저희 팀 자체가 모두 문과생이었기에 회의하는 내내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해 낸 방법은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본능과 과학을 연결해서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시죠? 쉽게 말해서 과학 공부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담으면 시청자들이 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의 욕망과 과학은 연결하며 기획하고 아이템을 찾았지만, 이상하게 그런 자료만 찾으면 찾을수록 지적인 만족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눈이 돌아가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약간 먹으면 건강해지는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똑똑해지는 맛(?)으로 보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찝찝한 마음으로 교수님께 자문하러 갔습니다.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다가 교수님께 욕망과 과학을 함께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그 의견에 격하게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본질에서 너무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호기심


뜻밖에 해답을 듣고 나니 뭔가 머리가 양치한 것처럼 화- 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호기심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모두가 느끼는 호기심도 있을 것입니다. 그 지점에서 균형을 잡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숙제는 지금과 같은 어디에서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호기심을 느낄 만한 아이템을 생각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조금 슬픈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미디어 플랫폼이 늘어나고, 호기심으로 시청자를 낚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면서 우리는 조금 피로해지고 호기심이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에는 다양한 잡음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