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미소

by 이호영



아침나절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햇살은 포근했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뒤 돌아보니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한 할머니가 "멋져!." 하며 나에게 엄지 척을 보내는 것이었다. 주변에 행인도 몇 있고 해서 당황한 나는 "아, 네." 하며 목례를 하고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멋있게 차려입은 것도 아니고 젋지도 않은 70대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여서 우스웠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노파는 8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허름한 옷차림에 쭈굴쭈굴한 얼굴이었다.

그 곁에는 보통의 것을 개조한 것 같은 커다란 리어카가 있었다. 리어카가 텅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폐지를 모으려 나오는 길이라는 짐작이 간다.

하루종일 그 노파의 미소가 떠오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편안한 삶이 아닌데도 어찌 그리 부처님 미소 같은 모습으로 지나는 행인을 칭찬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루 종일 모은 폐지를 팔면 만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 만원을 벌기까지의 온몸의 고통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은 만원의 가치를 어느 만큼으로 생각하며 쓰고 있는가.


사업에 실패하고 빈 털터리가 된 젊은이는 호주머니에 약병을 넣고 자살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날씨도 추워 뉴욕의 뒷골목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그때 그의 앞으로 땀을 닦으며 리어카를 끌고 오는 노인을 보았다. 두 다리가 잘린 모습의 그는 젊은이를 보자 가난에 찌든듯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주고 있었다. 순간 그는 건강한 몸에 젊음도 있는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였다. 약병을 쓰레기통에 던진 그는 하늘을 보며 씩씩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훗날 그는 미국 최대 부호인 철강왕이 되었다. 바로 카네기의 일화이다.


불가에서는 남에게 주는 따뜻한 말이나 미소도 '보시'라고 한다.

그 노인 들은 아주 커다란 '보시'를 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참된 삶일까?' 하는 명제를 놓고 때로는 깊은 생각을 한다.

그 노파들의 맑은 미소에 그 답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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