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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Apr 12. 2022

'홀로 방황하는 이들에게' 중에서

<명순 씨와 영선 씨>





















(등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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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두 할머니가 바라는 것은 좋은 대학이 아니라도 되니 대학이라는 곳에 합격만 하는 것이었다.

친할머니는 절에 가서 기도하고, 외할머니는 성당에 가서 기도 했다. 부처님하고 예수님이 합심해서 도와주시면 설마 안 되겠나 싶은 마음으로. 이럴 때는 할머니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교회도 보내고 이슬람교 성전에도 보내련만.

 아니, 한 할머니가 두 종교씩 다니면 안 되는가 하고 두 할머니는 아들, 딸 몰래 상의를 했다. 몰래 가면 되지 안 될 것이 어디 있느냐는 결론을 내렸고 명순 씨는 딸이 다니는 교회에 따라가서 예수님께 열심히 기도했다.

 속셈을 모르는 명순 씨의 딸은 몇 년을 그렇게 한 번만 가 보자고 해도 안 가더니 드디어 어머니를 교회로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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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런데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도무지 모르겠다.

 손자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합격을 했다.


두 할머니의 어깨 뽕은 하늘까지 올라갔다.


 모두 자기네의 기도 덕이라고 생각하며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조상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갸가 그날 공부할 것 다하고 텔레비전을 봤대요. 그러면 그렇지 괜히 텔레비전만 보았겠슈? 지 애비가 을매나 공부를 잘했는디."

 명순 씨는 영선 씨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애만 마무랐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실은 명순 씨도 그렇게 느끼고 말해 놓고는.

 그런데 거기서 왜 '지 애비'가 나오나?

 이에 불같은 영선 씨가 질쏘냐.

 "정말로 그랬다니까요. 그렇게 놀기만 했는데도 지 에미를 닮아서 머리가 좋은 거지요. 아들 머리는 엄마를 닮는다고 텔레비전에서 그러데요."


 내 아들, 내 딸이 잘났다는데 어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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