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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Apr 28. 2022

'홀로 방황하는 이들에게' 중에서

         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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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멈, 나라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활개치고 살았던 것이  아니라오. 여인들은 남자는 다 도둑으로 매도하고, 천사 같은  자기네는 남자 잘못 만나 고생하였다고 하더구려. 남자도 여자  잘못 만나 신세 망친 사람이 많고, 할 말도 많다오. 다만 안 할  뿐이지. 그리고 남자들은 모두 밖에 나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마음대로 살고 있는 줄 알고 있는데, 정말 불쌍한 것은 남자들이라오.

 세상의 남자들이여! 다시 태어나면 꼭 여자가 되어 남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부 여합시다. 그리하여 활개를 펴고 꿈을 이루도록 도와줍시다. 돌 이겨 보면 우리 남자의 일생은 여자의 제재 속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왔지 않소? 어려서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우려의 소리로 산 너머에 있을  무지개를 보고 싶은 모험을 멈춰야 했고, 이제 이 작은 우주에 서 벗어나 내가 가장의 면류관을 쓰고 활개를 펴리라는 기대로  결혼을 했더니 거기에는 더 큰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 야. 아니 걸림돌 정도를 넘어서서 소에게 평생을 씌어 놓는 아주 커다란 굴레가 목을 조르고 있었소.

 날이 가면 갈수록 어깨를 짓누르는 가장의 무게가 늘어나 밤마다 끙끙 앓는 내 소리에 깊은 잠이 들 수가 없었으니. 아, 여자들처럼 저 가슴 깊은 곳까지 박혀 있는 울분을 속사 포 쏘듯이 쏟아 내 볼 수도 없고. 이러한 운명을 곱씹어 삼키게  도와주는 알코올이 있어 비틀거리기라도 할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참으로 술을 만든 이가 고맙기 짝이 없구려. 아마도 술이 없었다면 이 세상의 많은 남자들은 미쳐 날뛸 거요.  술이 있어 여 자들의 삶도 훨씬 윤택하게 빛나는 것이니 제발 술 먹을 때 전 화 좀 하지 마시오.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란다오. 마누라의 호출 소리는 알코올이 목구멍을 타고 달착지근하게  흐르며 뇌에 환희를 전달하다가 깜짝 놀라서 차가운 얼음으로  변하여 녹지도 않는다는 것을 아시오? 정말 떨린다오. 

 그 벨 소리가 서릿발처럼 차가워 떨리고, 자 신의 신세가 한심해서 떨리고, 저 밑에서 솟구치는 불덩어리를 삼켜야 하는 비참함에 떨린다오. 이제 제발 고만 좀 옥죄시오. 숨을 쉬어야 날개를 펴고 날아  볼 것 아오. 한 번쯤 훨훨 날아 봅시다. 저 하늘 끝에는 무엇이 있나 궁금하다오. 올라가 보아야 내가  따 올 찬란한 별이 있는지 알 것 아니오. 그렇게 당신의 별은 없다고 망나니가 칼 휘두르듯이 싹둑 자르지 마시오. 

 하늘의 셀 수 없이 수많은 별 중에는 내 별도 하나쯤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떨어지는 별똥별이나 주워 오라고 하니, 아,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이 참 대단한 남자라는 운명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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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나 지금이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생살이라는 것이 다 힘들고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겨 내고 살아 내야 지. 그래도 때때로 기쁨과 즐거움이 찾아오니 살 만하지 않소 이까? 


                                그림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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