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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Nov 20. 2022

  무지개 꿈

 고요한 숲 속의 호숫가에 한 소녀가 오두막에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동무는 오로지 예쁘게 지저귀는 새와 팔랑이는 나비뿐이었습니다.

 산 너머에 황금의 나라가 있다며 그곳에 가서 황금을 가져오겠노라고 기약 없이 떠난 아빠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소년이 호숫가에 앉아 쉬고 있을 때 물 위에 어른거리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소년은 산 너머의 무지개 나라에 가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하며 무지개를 따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도 가도 무지개는 멀어져만 가는 것입니다.

 소년은  '아, 나처럼 꿈을 찾아다니는 소녀가 또 있나 보다.'하고 반가워 소녀를 뒤돌아 보았습니다.

 소녀는 말간 눈망울로 소년을 쳐다보다가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야?"

 "응, 나는 무지개 꿈을 찾아다니고 있어. 너도 그러니?"

 "응?  아니. 네가 찾는 꿈은 어떤 건데?"

 "음, 나는 말이야 화려한 궁전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공부를 안 해도 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게 꿈이야. 정말 멋지지 않니?"

 "그래? 그런데 그런 꿈의 나라가 있을까?"

 "그럼. 있지. 모든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너는 안 그래? 너도 나와 함께  찾아 가볼래?"

  "아니야. 나는 황금의 나라에 간  아빠를 기다려야 해."

 "그래? 너의 아빠가 언제 오실지도 모르니 갔다가 아빠를 데리러 오면 되잖니?"

 소녀는 소년의 말이 그럴싸하여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둘은 무지개를 따라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무지개는 작은 언덕을 넘으면 잡힐 듯하였으나 그곳을 지나면 또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산에 오르다가 나무를 하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 혹시 저 무지개의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응? 그곳은 왜 가려는 거니?"

 "그곳에는 꿈에 그리는 아름다운 궁전이 있을 거예요.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아세요?"

 "너희들도 무지개 꿈을 찾는구나. 저 멀리 눈 덮인 산 봉우리를 넘어가면 있으려나?"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마침 무지개는 하얀 머리가 멋진 산 봉우리 위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산 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와, 이제는 꿈의 궁전에 다 왔겠구나.'

 소년은 기쁨의 눈물이라도 흘릴 듯 감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제껏 소년을 인도하던 무지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산 꼭대기에는 하얀 눈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시커멓고 커다란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잡아먹을 듯이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파르고 험준하여 가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했습니다.

 소녀는 불안에 떠는 소년의 얼굴을 보니 아빠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산울림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무지개 꿈의 궁전은 없다. 네가 그 꿈을 찾아 헤매는 동안에 열심히 일을 했다면 행복의 궁전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구나. 허황된 꿈은 언제인가는 사라지게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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