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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Nov 17. 2022

 용 꿈

  "너희들은 아기를 언제 가질 거니?"

 "어머님이 용꿈을 꾸어 주셔야 아기를 갖지요."

 "응? 용 꿈, 그래 꾸어보도록 하마."

 '아니, 용꿈은 한 번도 꾸어본 적이 없구먼. 시어미가 되니 책무가 크구나.'

 꿈을 꾸지 않는 날이 없는데도 용은 도무지 나타나지를 않았다. 생각다 못해 용의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마침 그림을 배울 때라서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아직은 그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유학 중인 며느님이 용꿈을 꾸어주지 않으면 아기를 안 갖겠다니 어쩌면 좋아요."

 그래서 용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상상의 동물인 용을 왜 그리도 상좌에 앉히는지 알 것 같았다.

 용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 중국, 메소포타미아, 인도 등에서도 신화나 전설에 신성한 신으로 등장해오기도 했다. 

 중국의 문헌에 보면 용의 형상을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이 아홉 가지 모습 중에는 9∙9 양수인 81개의 비늘이 있고, 입 주위는 긴 수염, 목 아래는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공작 꼬리 무늬 같은 것이 있다.' 고 했다. 또한 턱 아래에는 여의주라는 영묘한 구슬이 있어 이것을 얻으면 무엇이든지 바라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각 동물의 최고의 무기를 다 갖추었으니 신성하여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의 신 (水神)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도 가뭄이 들면 용신에게 기우제를 지냈다.

 그뿐인가 임금의 얼굴을 높여 용안(龍顔)으로 불렀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나약하기 그지없으니  이러한 상상의 물체를 만들어 거기에 의존도 해보고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 했을 것이다.

 영원한 미지의 세계인 꿈도 그 내용에 따라 때로는 희망도 가져보고, 또 때로는 조심을 하기도 하는 것이니 참으로 오묘한 인간 세계의 한 단면이다.

  

 나는 되도록 용을 화려하게 그리고 싶어 정성을 다 했다. 그리고는 그림의 사진을 며느리에게 보냈다. 꿈은 못 꾸어서 미안하다며. 

 속으로는 '이게 미안해할 일인가? 시어미 노릇하기 어렵다 어려워.' 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어머나, 삼신할미가 내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는 혼자 감동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계산을 해 보니 저희들 공부를 마칠 때쯤 낳을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시치미 딱 떼고 시어미를 놀려먹는 재미를 본 것이 틀림없다. 흥, 나도 다 안다. 알아.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일까?

 어느 날 용꿈을 꾼 것이다. 하늘에 멋지게 생긴 푸른 용이 점잖게 떠 있었다. 하도 신기하여 부채에다 그려서 보냈다. 몽중용(夢中龍)이라 하여. 그로부터 몇 달 후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제가 9대 종손을 낳았어요. 그런데 귀가 아버님 닮았네요."

 며느리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치 내가 8대 종손을 낳았을 때처럼.

 인간사에는 이처럼 신기하고 재미있을 때가 있어서 살아내나 보다.



   그림 이호영

  그림 이호영

















   그림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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