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보았다.
만화책으로는 총 34권, 애니메이션 편수로는 시즌1(25), 시즌2(12), 시즌3(22), 시즌4(30)해서 총 87편이다.(게다가 마지막 두 편은 한 시간 반 정도가 된다)
엄청난 길이 때문에 끝까지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보았다.
왜냐면 초반에 압도적 재미, 뒤로 갈수록 결말 자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오기(?) 때문이었다.
초반에 이 작품이 주는 재미는 작가가 가진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허구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능력.
비범하다 생각될 정도다.
특히 작가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알 수 없는 거인들에 쫓겨 벽을 쌓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세계. 나름의 평화 속에서 안주하는 사람들과 그곳을 벗어나려는 소수의 인물들.
소년과 소녀(에렌과 아르민과 미카사)는 꿈을 꾸고, 지옥 같은 처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유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가진 소년 또는 소녀의 감성이 웅장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에렌에 대한 강한 애착이 생긴다.
게다가 이 작품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괴물, 완전히 새로운 적들이 등장한다.
기괴한 걸음걸이와 뜀박질로 달려 나와 인간들을 잡아 뜯는 압도적인 거인들.
어딘가 덜 떨어진 거인들이 압도적인 힘으로 인간의 사지를 잡아 뜯는 모습에서 자극되는 공포감.
그리고 입체기동장치라는 기계장치를 통해 스파이더맨처럼 도시와 숲을 종횡하는 조사병단의 병사들.(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시각적 쾌감이 있다.
어깨도 좁고 키도 작은 리바이 병장의 압도적 카리스마.(조사병단의 전설 같은 인물)
일견 연약해 보이는 이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숭고함.
동료로 굳게 믿었던 인물들의 배신, 악마로 생각했던 적들이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현실, 그것을 통해서 계속되는 반전.
이런 것들이 이 이야기를 보게 만드는 동인들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후반(특히나 시즌 4)으로 가면서는 작가가 준비한 결말에 대한 궁금증, 또는 오기 때문에 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나에게 있어서는)
이야기 후반에서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강박적으로 마구 노출되는 느낌이었다.
작가가 펼쳐놓은 지금까지의 전개를 어떻게 마무리지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오기가 아니었다면 다 보지 못했을 것이다.
살기 위해서 싸웠을 뿐인 조사병단(섬의 벽 안 사람들, 이들도 에르디아 인)은 2000년간 대륙의 사람들을 괴롭히던 악마 같은 민족(에르디아 인)의 후예이고 그래서 대륙의 마레인들은 온갖 방법으로 그들을 말살하고자 한다. 마레인들은 섬의 벽밖의 에르디아 인들을 거인으로 만들어 벽안으로 들여보내고 본국에서는 끊임없이 에르디아 인들을 차별한다. 또 벽 안의 에르디아인들은 살기 위해서 대륙을 기습해서 평범한 마레인들을 학살하고 마레인들은 살기 위해서 또 에르디아 인들을 죽여댄다.(이야기는 인간과 거인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끼리의 싸움으로 변화된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복수를 끝내기 위해 에르디아 인들을 싹 멸종시키려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고, 또는 정반대로 에렌이 온 세계 사람들을 싹 멸종 시키려는 계획을 실행시키기도 한다. 굉장히 극단적이고 황당한 전개다.
그래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해서 등장인물들은 애새끼들처럼 계속 처울면서 찡찡댄다. 죽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수가 잔인할수록 복수를 끝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선다.
그리하여 결국 작가는 용서를 통해서 이 복수를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혹자는 이런 결말을 가지고 '작가가 우익이 아니냐'는 의심에 반박하는 것 같다.
그러나
덮고 미래로 가자는 이야기는 과거의 잘못을 명확히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다. 과거에는 과거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고 그러니 과거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일본의 우익의 논리와 비슷한 것 같다.(조사병단의 복장이나 현명한 조사병단 사령관의 외모가 전범과 닮았다는 것 때문이 아니고)
결론적으로다가
한번쯤 볼만은 하다만
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꼭 봐야만하는 명작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