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있다.
AI가 고용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 같다.
주식이 5000선을 넘어 6000으로 갔다가 다시 5000 언저리로 돌아왔다.
남의 나라 전쟁인 줄 알았더니 며칠 전부터 자동차 5부제를 한단다.(아닌 게 아니라 기름값이 무척 올랐다)
어찌어찌 먹고살고는 있는데, 매우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실패의 구렁텅이로 자빠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작가 김호연의 작품이 절묘하게 파고드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루저들이 모여있는 망원동의 옥탑방.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만화 작가.
'김 부장'은 딸과 마누라를 캐나다로 보낸 기러기 아빠.
'싸부'는 한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맛이 간 만화 스토리 작가.
'삼척동자'는 매번 떨어지는 공시생.
그들은 나름의 사정을 가지고 망원동의 옥탑방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그들은 나름의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
'나'는 몰려든 식객들에 몹시 짜증이 난다.(당연하게도) 몇 푼 안 되는 월세를 김 부장과 나눠내려고 협상을 하고 식객들이 모두 방을 비운 어느 날 빈방에서 자위를 한다.
몰려드는 식객들을 보고, 집주인 슈퍼 할아버지는 '나'에게 계약을 들먹이면서 월세를 올려 받는다.
'나'의 연애사는 또 어떤가?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던 여자 '주연'이는 나의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할 생각이 없고
그저 평범했던 '선화'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극악한 인물, 최악의 현실은 나오지 않는다.(또는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적당히 속되고 그럴듯하게 현실적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내 삶 속의 주변의 인물들이 떠오를 정도다.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진 리얼리즘이고 개연성이자 현실적 설득력이다.
엄청난 흥행을 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나의 아저씨'에서의 창신동의 동네 사람들.
그런 공간과 사람들은 판타지라는 것을 아는데도 묘하게 디테일한 부분에서 현실적인,
내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당연히 현실이지만 부정적인 요소가 제거된 추억,
왠지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기억 같은,
그런 소설이다.
그래서 이 팍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김호연의 소설을 손에 드는 것이다.
비록 계산된 구성과 인물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작가의 이 소설은 이후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날것의 느낌이 있다.
MSG를 넣지 않은(그래서 약간은 비리지만) 매운탕.
그래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