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00 형과 오래간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아. 형수하고도 다복하게 잘 지내시고, 아이들도 멀쩡하게 잘 자라서 자기 앞가림하고 곧 은퇴하면 형이랑 언니랑 연금 받으면서 걱정 없이 지내면 되지 않을까? 특히나 잘 자란 oo, oo이 보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저리 잘 키웠을까? 사람 팔자 여러가지가 있다만서도 참 괜찮은데? 아, 부러운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나. 나도 나름 열심히 몸부림치면서 살아 왔는데.....
어차피 곧 죽을 건데, 별 차이 없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다가 다시 나는 왜 요 모냥 요 꼴이냐? 라고 피해의식에 빠진 모습이 딱 '김부장'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고 나 때는 이랬는데, 나도 제법 열심히 살았는데, 하는 것이 정말 딱 '김부장'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함부로 욕하기가 애매하다.
사실 이 소설은 문학적으로는 실망스럽다.(대놓고 가르치는 소설) 고약하고 고약한, 누군가? 내 주변에도 있고, 네 주변에도 있는, 그런 꼰대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점잖게 타이른다. 그런 꼰대가 깨우치는 과정이 무난하게 그려진다. 약간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반전도 없고 기막힌 비유도 없다.
예전에 읽었던 '82년생 김지영', 한국의 여성들이 개고생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주였던 것 같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소설이라는 양식을 차용했을 뿐. 뭐 이걸 소설이라 할 수 있나? 생각했었다. 이광수의 '무정' 같은 개화기 계몽주의 소설(현대에 읽기에는 쓴웃음 나는) 이 소설도 사실 그 정도다. 탁월한 묘사나 짜임새 있는 구성 따위는 없다.
그런데 함부로 이 소설을 욕하기가 애매하다.
왜냐하면 그 캐릭터.
김부장의 캐릭터를 통해서 시대의 꼰대,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욕할 수 있지만 마음 놓고 남 얘기하듯이 욕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다.
'김부장'이라는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새롭지는 않다.
따라서
소설로는 망작이요, 정신 수양서로는 우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