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암살사건(김재희)

by 궁금하다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한 편 보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설)


형사인 주인공 현석,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니고 있다. 정의감을 몸에 두른 영리한 사나이.

역사학과 교수인 서민영, 교수답게(?) 아주 똑똑한 데다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인 서석중 교수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형사인 현석은 우연히 소매치기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덩치 좋은 일본인의 지갑을 손에 넣게 된다. 지갑에는 서민영 교수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고 현석은 서민영 교수를 찾아가게 된다.

현석은 경찰서에 지갑을 찾으러 온 일본인 도고(아까 그 덩치 좋은 일본인)에게 신 형사(현석의 파트너)를 희생당하게 되고(식물인간이 된 채 병상에 눕는다), 이후 형사로서 온갖 누명을 쓰면서도 사건에 집착한다.

위험은 민영을 향하고, 현석과 민영은 한 팀이 되어 훈민정음 원류본(세종이 남겼다는 의문의 고문서, 민영의 아버지가 평생 찾아다닌 책)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 둘은 그 와중에 책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일본 우익의 야마다 이사(거대한 악의 세력)는 도고(특수부대 출신의 압도적 무력을 지닌)라는 인물을 시켜 끊임없이 현석과 민영을 위기로 몰아넣고

현석과 민영은 슬기롭게 또는 천운으로(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의 도움) 위기를 헤쳐나간다.

결국 훈민정음이 일본의 신대 문자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일본 우익의 음모에서 벗어나 야마다와 도고를 물리친다.

야마다는 죽고 도고는 개과천선. 현석과 민영은 호감을 느끼게 되며 엔딩

하지만 모든 것의 뒤에 쇼군이라는 암흑의 인물은 건재하다.


요러한 이야기 전개다.

한글이라는 소재로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 뽑았다.

우리가 보통 접하는 헐리우드 영화의 줄거리와 놀랍게도 일치한다.

그래서 식상한가?

뭐 물론 식상하지만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가 즐거웠다. 라면 맛을 알면서도 계속 끓여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고, 결말도 뻔히 짐작 가능하지만

나는 재미있었다.

매력적인 주인공을 설정하고 거대한 반동 인물을 배치한다.

주인공들은 매력적일수록, 나쁜 놈들은 나쁜 놈일수록 좋다.

갈등이 명확하면서 중간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참신해야 한다.

반전을 중간중간 넣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독자들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딱 이 정도의 소설?이라고 하면 작가는 기분이 나쁠까?

하지만 나는 딱 이 정도의 소설을 쓰고 싶다.

기본적인 줄거리를 사백 페이지 가량의 장편 소설로 만드는 능력.

그것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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