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 읽었다고 하기도 좀 뭣하다.
작고 짧은 소설.
새끼손톱만큼의 두께도 되지 않는 얇은 소설이다.
더구나 차분하게 책을 잡고 있기에는 뉴스들이 너무 넘친다.
문득문득 세상이 너무 역동적이라고 느껴질 때
그때, 몰입도 안 되는 소설 나부랭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은 무척 따분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이 좀 고맙다.
잠깐, 아주 잠깐 딴생각 없이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인공 김모림은 토스터 같은 걸 만들어 파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그녀는 일 년에 네 권의 책을 읽고 한 달에 한두 번 떡집에 들러 출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책을 좋아한다기엔 1년에 네 권 읽는다. 떡을 좋아한다기엔 떡집에 들른 지 한 달이 겨우 됐고, 산책을 좋아한다기엔 나가기까지 너무 귀찮아한다. 티튀루스를 만나고 나서는 떡집을 들르는 것도, 공원에 나오는 것도 신이 났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물음표 모양을 한 화살표. 가리키는 곳에 너무 빤해서 스스로가 좀 창피했다. 시무룩하게 들리는 내 대답에, 신나서 몸을 흔드는 약밥이에 의해 정처 없이 흔들리는 몸줄을 쥐고 티튀루스는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런 여자다. 평범하면서도 맺힌 데가 없는 것 같은 느낌? 거창한 여자가 아닌 것이다.
그녀는 저녁 산책에서 개(약밥이)를 데리고 나온 남자를 만나고 그는 아침에 그녀가 가끔 들르는 떡집의 아들이었다. 그녀는 그를 티튀루스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그와의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티튀루스가 손가락 끝으로 누른 게 미간이 아니라 어떤 버튼인 것처럼 나는 마음 한구석을 툭 뱉어버렸다.
이제 좀 지겨워요.
뭐가요?
이렇게만 만나는 거.
그럼?
다른 시간, 다른 이유로 만나거나 아니면 안 만나고 싶어요.
안 만날 수 있어요?
그럼요.
모림 씨 냉정하네…….
안 냉정해요. 더 못 만나면 약밥이 생각이 엄청나겠죠.
이러고 나서 반전.(거창하진 않지만 나는 생각지 못한)
그러고 나서는 끝.
단편소설의 구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인물의 캐릭터가 머릿속에 남았다.
아등바등하지 않고 새털 같이 가볍다.(경박하다기보다 솔직한 느낌?)
오히려 경쾌한 느낌을 받았다. 특출 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좀 쿨하게 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