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심농이라는 작가가 50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는 어느 소설가의 한탄(?)이 잊히질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500편?
작가가 여든여섯을 살았으니 태어나자마자부터 써재낀다고 해도 일 년에 대충 5.8편씩이다.(태어날 때부터!)
마르지 않는 창작의 영감(?), 대단하지 않은가?
호기심에 잡은 책이 바로 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의 첫 편이다.
매그레는 파리의 기동 수사대 반장이고 유명한 사기범인 '라트비아인 피에트르'가 파리로 오고 있다는 첩보에 그를 기다린다. 기차역에서 그가 빠져나가는 것을 본 직후 '피에트르'와 똑 닮은 사람이 열차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매그레는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 예상하겠지만 매그레는 범인을 검거한다.
와중에 부하인 토랑스 형사가 살해되고 매그레 본인도 총에 맞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리고 열차에서 라트비아인 피에트르를 죽인 범인은 그의 쌍둥이 형제인 표도르 유로비치였다.
이후 표도르 유로비치가 쌍둥이 피에트르의 행세를 하는 바람에 독자들은 혼란이 생긴다.(이놈이 그놈이고 그놈이 이놈인가? 젠장)
결국은 쌍둥이 형제로 태어나 열등감의 화신이 되어버린 표도르 유로비치와 스완부인, 안나 고르스킨(쌍둥이 형제들과 얽힌 여자들)과의 치정 관계.
동일인물의 이름이 다르게 나타나서 헷갈리는 것일 뿐, 엄청나게 복잡한 추리가 필요한 소설은 아니다.
그리고 여러 서평에서도 추리 소설로서의 구성보다는 인간 심리의 묘사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심심할까?
마제스틱 호텔에서 매그레의 존재는 일종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텔 분위기상 도무지 소화되기 어려운 하나의 바윗덩어리와도 같았다.
(소설의 초반부에 나온 매그레 반장님에 대한 묘사다. 오, 이제 곧 영웅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활약이 펼쳐지겠군.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는 거대한 몸집의 소유자이고 무시무시한 완력의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뿐.
그저 짐작만 될 뿐, 확인이 안 된다.(아 감질나)
요즘 말로 츤데레한 매력을 지녔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뿐이다.
마치 초기 007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렇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표 액션에 길들여진 나에게 초기 숀 코너리의 007은 그저 심심할 뿐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31년.
인간 심리의 치밀한 묘사라고 하지만 쌍둥이 형의 열등감을 이 정도로 묘사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가?
응 그렇구나.
수준이다.
엊그제 어깨 인대가 조금 뜯어져서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복용하며
어지럼증과 울렁거림, 졸림을 뚫고 읽기에는
자극적인 맛이 심히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