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호텔 스카이라운지,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
김 실장(이병헌, 조직의 행동 대장)이 강 사장(김영철, 조직의 보스)을 대면하고 있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김 실장은 총을 쏘고 그곳을 나온다.
불현듯 떠오른 그 장면, 이 책에서 김 실장은 '뇌', 강 사장은 '유전자'다. 뇌는 유전자에게 반항할 수 있지만
그래봤자 뇌는 개체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유전자는 무덤 속에 다시 일어나는 좀비처럼 살아난다.
"어휴, 깜짝 놀랐어. 아주 모진 놈 만났구먼. 다음에는 저 놈 같은 녀석을 일꾼으로 쓰면 안 되겠어."
유전자는 알파요 오메가. 이 글을 읽고 내가 받은 인상이다. 그러면서도 똥 싸고 밑을 안 닦은 것 같은 찝찝함은 무엇일까? 그래봤자 인간은 안 되는 것인가?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만물의 영장 인간은 고작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한 것인가? 인간의 이기적 행동, 이타적 행동 모두를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도킨스의 의견은 과연 적절한가? 이제는 일반화된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 이론을 인간사의 모든 것에 적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다. 만약 우주의 다른 곳에서 지적으로 뛰어난 생물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의 문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당신들은 진화를 알아냈는가?”일 것이다. 지구의 생물체는 자신들 중의 하나가 진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30억 년 동안 자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고 살았다. 진실을 밝힌 그의 이름은 찰스 다윈이었다.
이 책은 사람이 진화에 의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인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냥 인간은 진화에 의해서(원시 수프의 상태에서 우연히 자기 복제자인 DNA가 생겨났고 그것의 진화에 의해서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내가 이해한 게 맞나? 싶지만) 이런 대답이 사람이 왜 존재하는가? 에 대한 적확한 대답인가?
존재의 이유는 진화? 보통 '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하고 어떤 존재이고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라는 형식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다.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나의 생각은 필자와 어긋나는 듯하다.(문과 학생의 이과 학생 이해하기)
그러고 나서는
이 책은 독자가 흥미롭게 읽도록 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이 책의 내용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관대하게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쳐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다른 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도 이야기했다가
어머니는 아이를 편애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아이에게 동등하게 이타적으로 대할 것인가? 지루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나의 습관적인 경고를 여기서도 다시 한번 해야겠다. ‘편애’라는 말에는 그 어떠한 주관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지 않으며, ‘할 것이다 또는 해야 한다’라는 말에도 윤리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나는 어머니를 하나의 기계로 취급한다. 이 기계의 내부에는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고 이 기계는 그 유전자의 사본을 퍼뜨릴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모든 것을 이기적 유전자로 설명했다가(어머니의 이타적 사랑까지도)
밈(모방)-새로운 자기 복제자(문화, 문화적 돌연변이)
안장새의 노래는 분명히 유전자가 아닌 수단을 거쳐 진화한다. 또한 조류와 원숭이에서도 문화적 진화의 예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이하고 흥미로운 특수한 예에 불과하다. 문화적 진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다. 언어는 많은 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의복과 음식의 유행, 의식과 관습,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학 등 이들 모두는 역사를 통하여 마치 속도가 매우 빠른 유전적 진화와 같은 양식으로 진화하는데, 물론 실제로는 유전적 진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라고 했다가
우연이라기에는 실제적으로 너무 중요하지만, 필연이라 하기에는 이론적으로 불충분한 사실을 하나 추가해 두자. 그것은 이들 인과의 화살이 뭉쳐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자기 복제자는 더 이상 바닷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지 않다. 이들은 거대한 군체, 즉 개체의 몸속에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뭉쳐진 자기 복제자가 표현형에 초래하는 결과는 세상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그 개체에 응집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이다지도 낯익은 개체 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떤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라고 결론짓는다.
짧게 요약하면
모든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며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해 왔다. 모든 이기적 행동, 이타적 행동도 결국은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자연계의 모든 동물에 해당된다. 단 인간은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밈(사회적인 모방)이라는 사회적인 유전자(종교, 언어, 예술, 사상 등)의 발동으로 진화해 왔다. 이런 사회적인 것들도 유전자의 생존과 거의 유사한 모습을 가지지 않나 말이다. 요런 과정을 거쳐 인간은 진화해 왔고 그것이 인간의 특이한 점이다. 그러나 결국 영원하고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인 유전자인 것이다.
이게 맞나? 나는 보다 전율스럽게 이 유전자의 한계에서 벗어난 인간이 될 수는 없나? 그래서 좀 더 진화할 수는 없나?
질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