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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카타리나잉엘만순드베리)

by 궁금하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서유석이 부른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라는 노래의 가사다. 왠지 억울함이 느껴지는, 그런 가사.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쭈글쭈글하고 아집에 가득 차 있는 모습. 고집스러운 그 답 없음. 이런 게 늙음? 나 스스로가 이제 곧 늙음의 세계에 들어가야 하는 이 상황에서 주인공 메르타 할머니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잘 된다.


그날 박물관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봐야겠어. 그런 다음 소환해서 심문을 해보면 무언가 나올 것 같아. 경비원들이 이야기했던 그 노인네들 말고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있었을 거야. ...... 말을 마친 페테르손은 잠시 먼 산을 보며 노인네들 생각을 하다가 늙는다는 것이 저런 것인가 싶어 우울하기만 했다. 늙으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자신에게도 그때가 올 텐데, 그때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언제부턴가 페테르손은 과일과 채소를 이전보다 많이 사기 시작했는데, 이런 음식들이 뇌에 좋다는 이야기를 누가 들려준 것이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생각난 김에 자판기 옆에 있는 과일 바구니에서 얼른 사과 하나를 집에 들었다.


어머니는 커피를 달게 마셨는데 설탕 때문인지 잠시 후 고개를 숙이고 슬슬 졸기 시작했다. 알란손은 어머니를 꽤나 사랑했지만 어머니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댈 때는 자기도 모르게 짜증이 나곤 했다. 알란손은 소파에 편안하게 깊이 몸을 파묻고 어머니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한두 시간이 흘렀을까, 어머니는 깨어나기는커녕 더 깊이 잠들어 버렸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노인들을 바라보는 경찰들. 보행기를 쓰는 80 노인들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들은 그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노인들도 생각하고 실행하고 사랑하고 흥분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조용히 사라져 갈 존재로 취급한다. 그리고 우리 메르타 할머니는 거기에 반항한다. 비록 초인적인 인물은 아닐지라도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600페이지가 되는 길고 긴 이야기 속에서 사건이 계속해서 이리저리 꼬이지만 별로 걱정되지 않고 편안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결코 메르타 할머니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보게 되는 것은 메르타 할머니에 대한 애정, 독자들이 메르타 할머니에게 가지는 호감 때문이다.

비록 우연적으로 사건이 해결이 되더라도 개연성을 잃었다고 화낼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메르타 할머니가 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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