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탈진 vs 단순 피로 (감정 기복 시리즈 1회차)
그녀의 하루 일과는 끝났다.
새로 드라이한 정장의 얼룩은 사라졌고,
대화는 무난했고, 거슬리게 하는 사람도 없었다.
실수한 것도 없고, 특별히 긴장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와 외투를 그저 옷걸이에 걸고 주저앉는다. 눈화장을 지울 힘조차 없다. 누군가 말이라도 걸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이 피곤함은 단순히 몸이 힘든 게 아니다.
감정을 담을 수 없을 만큼 지친 상태,
넘치기 전의 물잔처럼.
혹은, 손잡이 없는 컵처럼 들고 있기조차 힘든 마음.
그녀는 정서적 탈진을 겪고 있었다.
신경계는 언제나 감정이라는 연료로 움직인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에 감정을 쓴다.
타인의 말투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쓸 때
눈치채지 못한 듯 행동해야 할 때
불쾌한 말을 들어도 억지 웃음으로 넘겨야 할 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쩡한 척 할 때
이런 순간들은 근육보다 감정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한다.
그러니 하루가 끝날 즈음, 그녀의 마음은 몸이 알아차리기 전 먼저 지쳐 있다.
몸에서 일어나는, 멍하게 앉아서 울리는 이명을 그저 듣고 있을 뿐.
정서적 탈진은 무기력, 혼잣말, 알 수 없는 멍함,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자책으로 나타난다.
그걸 단순한 ‘피로’로 넘겨버리면, 몸이 보내는 감정 경고음은 점점 더 작아지고, 결국 무시당한다.
감정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걸 포기하게 될 뿐이다.
피곤함, 불편함, 그저 그런 하루,
사라지지 않고 구석에 웅크려 있는 감정들은
언젠가 무게를 바꾸어 돌아온다.
축축한 회색 솜뭉치가 온몸을 짓누르는 아침처럼.
이 글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감정의 피로는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이상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 감정은 너무 오래 ‘괜찮은 척’을 해온 당신이
정말 괜찮지 않다는 걸 말하려고 보낸 첫 번째 신호일지도 몰라요.
감정 탈진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가볍게 체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