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신경지도 3편- 세로토닌
오후 4시 52분,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 탈락 통보다.
익숙한 좌절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 감정은 무너짐이라기보다, 리셋되지 않는 감정의 진폭이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고장난 느낌이었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감정을 붙들어주는 안정의 실’, 혹은 ‘감정의 끝단을 조용히 꿰매주는 봉합선’에 가깝다.
세로토닌은 감정을 없애지 않는다. 그건 '감정이 폭주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걸어 안정시키는 시스템'이다.
뇌간(brain stem)에서 시작된 이 회로는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 시상(thalamus)을 지나 결국 감정, 기억, 관계라는 삼각 구조를 조율한다.
그 조율이 무너졌을 때, 사람은 자신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회복되지 않는 감정은 멈추는 게 아니라, 끝없이 증폭된다.
그날, 친구에게 “좀 속상해…”라고 보냈다. 돌아온 건 엉뚱한 메시지였다.
“교보문고 알림톡 안 왔어요?”
얼떨결에 열어본 카톡엔, 알림함에 도착한 전자책 선물 하나가 있었다.
제목은 《모르면 떨어지는 브런치 합격 노하우》.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순간 감정 회로가 딸깍, 하고 다시 작동했다.
입 안에 토마토 한 조각을 베어물었고, 산미가 퍼지는 동안, 내 감정도 조금은 안정되었다.
세로토닌은 말 없는 친구처럼 온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세로토닌은 대단한 약이 아니라, 내 글과 감정을 믿고 구조해주는 한 명의 친구다.
말이 없어도 다시 회복을 주는, 약보다 강력한 비언어적 연결. 그게 바로 세로토닌이었다.
세로토닌이 작동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조금 덜 무너졌어.”
“그래도 한 시간은 멍하니 있지 않았어.”
“괜찮진 않아. 하지만 살아는 있어.”
이건 소속감, 수용감, 연결감이라는 말로도 충분히 번역될 수 없는 감각이다.
감정 회복이란,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감정을 감당할 수 있다는 느낌을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약보다도, 말보다도—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온다.
세로토닌은 결국 “내가 아직 괜찮다고 믿게 해주는 리듬”이다.
그건 누군가가 보내준 전자책 한 권처럼, 한 입의 토마토처럼,
조용히 내 감정의 브레이크를 다시 걸어주는 것이다.
예고편 — 옥시토신: 애착과 고립 사이의 역설
감정은 조절되었지만,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왜 우리는 연결을 갈망하면서도 같은 방식의 고립을 반복하는가? 애착은 따뜻한 유대이기도 하지만, 통제와 불안을 반복시키는 회로가 되기도 한다.
다음 편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관계의 호르몬,그 이중성과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