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스치는 유령의 미소
이번 글의 배경음악은 "우아한 유령"의 마르크 앙드레 아믈랑의 연주 버전이다.
아믈랑은 래그타임의 자유로운 스윙을 절제하고, 오직 건반 위의 모든 음표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연주한다. 그의 정교한 터치는 마치 공예가가 얇은 유리판을 다루듯, 음악이 담고 있는 투명한 멜랑콜릭함의 층을 하나씩 쌓아 올린다.
그의 연주는 유령의 존재를 신비롭게 감싸는 동시에, 그 유령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차가운 시선을 담고 있다. 글의 등장 인물들이 느끼는 닿을 수 없는 거리감, 그리고 그 거리 안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파동을 아믈랑의 연주는 가장 적확하게 포착한다.
꽉 쥐려 해도 잡히지 않는 기억, 텅 빈 무도회장에서 추는 연약한 춤사위. 오른손의 선율은 희미하게 떠오르는 왈츠 같고, 왼손의 꾸준하고 규칙적인 박자 위를 가볍게 떠다닌다. 이 음악은 두 세계의 경계에 놓여 있다. 활기찬 래그타임의 생동감과 쓸쓸한 유령의 메아리, 그 사이 어딘가에. 장면은 그 사이로 흐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CTLr0j6Gs0&list=RDzCTLr0j6Gs0&start_radio=1
공기가 끈적해졌고, 침묵이 숨 막히게 다가와 피부에 닿을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금속 문이 닫히며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
두 남녀는 각자의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지만,
그들의 미세한 숨결이 섞이며 우아하고 투명한 유령이 공간을 맴돈다.
그의 들숨과 H의 날숨이 지닌 미세한 떨림이 섞여,
유령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걸친 얇은 실크처럼 투명하면서도 공기보다 미묘하게 무겁다.
유령이 그들의 숨결을 따라 흘렀을 때
아주 희미한 비릿한 쇠 냄새와 함께, 수선화의 몽환적인 향기가 섞여들었다.
그것은 최면을 거는 듯, 거의 마취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 향은 낡은 엘리베이터의 녹슨 냄새와 축축한 베티버의 흙내음을 머금었고,
두 사람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금속성 향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숨결은 좁은 공간에서 엉켜, 목덜미를 스치다 느슨하게 달라붙었다.
마치 닿을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손끝처럼.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흔들려 그의 어깨를 스쳐갔을 때,
공기 중의 가느다란 솜털이 곤두섰다.
앏은 실크가 피부를 지나는 찰나의 마찰처럼,
미세하고도 예리한 전율이 귓볼을 타고 흘렀다.
공기는 좁아졌고,
정적은 몸을 바짝 끌어당기는 압력처럼 다가왔다.
철제 벽은 삐걱이며 스스로를 긁었고,
유령은 그들의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우아한 메아리로 울린다.
그것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호기심,
혹은 알 수 없는 기묘함의 잔상일지도 모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각자의 길로 사라질 그들을 예견이라도 하듯,
유령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진다.
..차가운 손잡이에 서로의 손끝이 닿았다.
그 거리는 기묘하게 숨결보다 가까웠다.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은 엘리베이터 안.
벨소리가 두 사람의 침묵을 찢고 울렸다.
문이 열렸지만, 그들은 나가지 않았다.
계단참의 공기만이 흘러들었다.
오래된 전등은 윙윙거리고 있었고 그 사이에 날카로운 이명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끝내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물었다.
"H, 우리는 왜 매번 이 계단참 앞에서 멈춰 서는 거에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그 순간은 끝이 아니라 그들이 이미 수없이 들어섰던 꿈의 재시작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