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장미, 계피, 잿빛 먼지와 시간의 흔적
Claude Debussy - Prelude to the Afternoon of a Faun
그는 어디에도 진정으로 정착한 적이 없었다.
그의 갈망은, 깃을 세운 셔츠와 주름 하나 없는 넥타이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은 그를 잠식해 버린 공허함에서 흘렀고, 오직 텅 빈 눈을 통해서만 말하고 있었다.
H는 그 눈동자에 자리 잡은 공허를 보았다.
그 공허는, 그녀 자신이 오랜 시간을 헤매던 짙은 안개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익숙함이다.
그것은 그가 억누르고 있는 무언가였고
동시에 그것은 그녀 자신도 외면했던 과거의 그림자였다.
비가 잠깐 개인 금요일 오후, 주차장에서 그 둘은 만났다.
그는 H에게 물었다.
"집에 가는 길이면 태워 줄까요?"
하필 H의 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다.
언젠가 H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후부터,
그녀는 단 한 번도 차 뒷문을 열지 않았다.
그 날 오후, H는 뒷문을 열지 않았으나
무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손바닥에 묻은 잿빛 먼지는ㅡ
켜켜이 쌓인 그녀의 지나간 시간이었다.
자동차의 습한 공기는 끈적한 포푸리 향으로 무겁게 달라붙었다.
그것은 복합적인 향이다.
그 향은 떨쳐낼 수 없는 기억처럼
작은 말린 장미 꽃잎들과 계피와 정향의 매콤한 향,
말라붙은 오렌지 껍질의 희미한 톡 쏘는 향.
이 모든 것이 자동차의 온기에 섞여 숨 막히게 유리창의 습기에 퍼지고 있었다. 짙고, 거의 만져질 뻔한 향.
습기에 증폭된 단내는
낡은 일기의 페이지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향을 맡으며 추억에 잠길 법도 했지만,
그 대신 그것은 압도적이고 중독적인,
편안함보다는 우울에 가까운 무언가로 다가왔다.
조수석에 앉은 그는 무심히 말했다.
"마른 나무 껍질 냄새가 나네요."
그는 힐끗, 백미러를 응시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조수석 옆의 은회색 슬링백과
포장도 뜯지 않은 석고 방향제를
조용히 뒷좌석 발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셔츠는 구김 하나 없었고, 넥타이는 정확했으며, 구두는 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고요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잠식당한 사람의 시선이자, 침착함으로 오인된 공백이었다.
그날 오후 늦게, 비가 멈췄다. 세상은 그와 함께 잠시 멈춰선 듯했다.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무겁고 집요했으며, 욕망보다는 강박에 가까웠다.
습한 공기는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시트와 벨트, H의 머리카락까지.
차창 밖 풍경은 사라지고
오직 향만이 남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OrtNbSwb0E&list=RDuOrtNbSwb0E&start_radio=1
이 글에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흘러야만 한다.
감정의 원형은 드러나지 않고, 오직 거리두기의 언어만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목동의 피리 소리가 꿈결 같은 멜로디를 따라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복잡한 내면의 풍경을 반영한다.
습한 공기 속에 퍼지는 끈적한 포푸리 향이 모든 것을 감싸듯, 이 곡은 서서히 다가오는 불안과 욕망을 감춘다. 날카로운 리듬이나 명확한 내러티브 대신,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음률들은 글 속 주인공의 흔들리는 경계를 표현한다.
결국 이 음악은 감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글이 가진 "낯섦,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본질적인 감각을 증폭시키고, 낯선 공간에서 길을 잃은 채 유영하는 영혼의 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