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영화 전용 극장에서 <여덟 개의 산>을 보았다.
한 산에서 평생을 보낸 소년과, 도시에서 와 여러 산을 떠돌다 사라진 소년.
그들은 어쩌면 서로의 결핍을 끌어안기 위해 우정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 우정은 한 명이 떠나갈 때, 조용히 끝났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을 시작한다.
혹은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린다.
한 산을 평생 지키는 사람은, 끝없는 자전을 반복한다. 혼자이길 원하면서도, 그 자전에 누군가 함께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누군가의 공전이 자신의 궤도를 흔들 것 같을 때, 그는 다시 고요한 자전 속으로 숨는다.
여러 곳을 떠도는 사람은, 공전할 파트너를 찾아 헤맨다. 자전하지 못하는 불안 속에서 곁에 머물지만, 결국 자신이 사라질까 두려워 자리를 벗어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불안에 흔들린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불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불안은 다르지만 맞닿아 있다.
그 불안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성숙한 관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신경지도를 따라왔던 여정의 끝에서,
나는 인간이 단지 회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그러니 이 글은 회로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감정이 다시 회수되어, 내면으로 돌아가는 순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