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 한 마리의 참새, 한 조각의 수박 향기
투명한 공기 속에서 고독은 가장 우아한 형태로 깨어난다.
사라지는 향은, 나에게서 사라지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1. 존재의 검증ㅡ육체
몸은 마음보다 먼저 도착한다.
산산한 공항의 유리창은 이륙의 압력으로 팽팽히 진동하고, 발바닥은 고도를 그대로 기억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은 조율한다 ㅡ 낯설고 건조한 대기에 닿는 피부, 북극권의 엷은 진동에 청각의 주파수를 맞추는 순간들을. 나의 첫 날숨은 도착이라는 안도와 낯섦에 대한 저항을 동시에 기록한다.
폐부는 새로운 공기의 실재를 확인하듯, 천천히 감각의 진위를 감별한다.
2. 방어로서의 석재
화강암은 부러지지 않는 뼈대처럼 도시를 실선으로 가득 채운다.
이 도시는 환영이 아닌 엑스선에 투과된 명백한 진단이다. 거리의 젖은 모퉁이마다, 트램의 차가운 금속 봉합선마다, 공간의 내구를 측정하는 장치로서 다가온다.
헬싱키의 건축물은 위안이 아니다 ㅡ 그것은 시험한다. 잠시의 햇빛마저 조건부로 다가온다. 암시가 아닌 직설로서만 이해될 수 있는 문장처럼.
3. 덧없이 흘러가는 친절
잠시 멈춰 선 카페에서, 나는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테라스에 앉아 광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돌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행인들의 모습과 뒤섞였다.
어떤 이들은 겨울 코트를, 어떤 이들은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모두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5유로를 내밀자, 카페 주인은 1유로를 거슬러주는 대신 물었다.
"Wanna one more cup of cappucino?”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 참새 한 마리가 내 옆에 놓인 수박 조각을 쪼아 먹고 있었다.
비가 개자, 도시는 으깨진 수박의 달콤함을 품은 채, 곧 사라질 물의 투명한 냄새를 머금었다.
바로 그때, 공기는 날카롭게 벼려졌다. 덧없는 과일의 단맛 위로 내 살갗의 향이 덧입혀졌다.
그것은 야생 블루벨의 깨끗하고 날카로운 자극이었고, 연약한 초록 줄기와 차가운 이슬의 향이었다. 어쩌면 향수라기보다는, 깨끗한 비의 수정 같은 메아리였으며, 축축한 아스팔트를 가르며 스쳐 지나가는 밝고 찰나적인 진동이었다.
공기는 단순히 맑지만은 않았다. 투명한 명료함으로 흘러갔으며, 고독이 지닐 수 있는 가볍고 날카로운 우아함에 대한 상쾌한 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