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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Oct 15. 2022

조지아 Day6. 메스티아인들이 행복한 이유를 찾다!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메스티아, 하우스 박물관, 코쉬키, Dede

10/14_2022


하루 종일 미쳤다. 도른 거 아니야? 이 말만 했던 메스티아의 하루.


하는 거라곤 여행밖에 없는데 피곤해서 아침 10시까지 뭉그적거렸다. 구름은 잔뜩 꼈지만 비는 안 오고 있었다.

House in mestia 무료 취소 기한이 오늘까지라 우선 숙소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은 주인 내외와 아들이 살고 있는 곳! 필요한 거 있으면 아래로 언제든 내려오라고 했지만 불쑥 남의 집에 찾아가는 거 같아서 망설임 가득한 발거음을 내딛었다.


내려가니 날 너무 환영해주는 주인아저씨! 들어와서 팬케이크 좀 먹으라는 말에 저항 없이 들어갔다. 아내 니노는 처음 뵈었는데 보자마자 커피나 차 마실래? 하며 환영해주셨다.


별안간 먹게 된 커피와 팬케이크,,, 너무 맛있고 행복해서 우선 2박 더 하겠노라 하고 총 4박에 100라리를 지불했다.


주인아저씨가 지금은 하츠발리 리프트가 운행하지 않지만 올라가면 좋을 거라 해서 운동 삼아 가볼까 하고 출발!

지금 보니 길이 아닐 수 밖에.. 오른 쪽 사진은 온천이다 폐가 아니다..

근데 길을 잘못 들어서 별안간 산속을 헤매게 된 27세 여성.. 가다가 구글맵을 보니 위로 올라가야 되는 거 같아서 의심 없이 올라갔다. 근데 길이 없음.. 산에서 조난당하면 끝장이다 싶어서 바로 다시 내려와서 보니 내가 간 길은 온천을 가는 길이었다ㅋㅋㅋㅋㅋ


헤맨 김에 사진을 찍어보았네요..

맞는 길을 겨우 찾아서 구글맵을 보니 하츠발리 전망대 가는 길에 시간 되면 가야지 했던 <Heshkili huts Svaneti>가 있어서 여기까지 가볼까 했다. 근데 생각보다 경사진 데다 2시간 50분이요..? 차도라 트레킹에 적합하지 않을 거 같아서 숙소 기준 50분 정도 걸리는 정체불명의 <Mestia veiw>까지만 가기로 했다.


하루 종일 “미쳤다”만 말한 이유는 이런 풍경이 계속됐기 때문.. 너무 대자연이라 비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거 같았다.

네? 이 절벽에서 집라인이요..? 구라미가 어제 나보고 브레이브 걸이라고 했는데 조지안의 브레이브가 이런 거라면 용감걸이 되진 못하겠구나 생각했다ㅋㅋㅋ

이런 도로를 걸어야 합니다..

50분.. 생각보다 힘들다. 생각해보니 러닝 안 한 지 거의 3주에다 크로스핏 그만둔 지 2달이 되어가는 시점.. 체력이 예전 같지 않구나.


뷰포인트라고 도착했는데 정말 그냥 도롯가에 가드레일이 뚫려있는 게 끝인 곳ㅋㅋㅋㅋ 그래도 여기서 본 풍경이 너무 좋아서 행복했다. 카메라 가지고 올걸 후회함. 근데 또 13키로 배낭 메면 역시 안 가져오길 잘했어할 거니까 괜찮다.


오늘은 본격적인 트레킹(코룰디, 찰라디, 우쉬굴리 쉬카라) 전에 몇 달만에 신어보는 트레킹화 좀 길 들일 겸 온 거니 이만하면 됐다 싶어서 하산.

하산하는 길도 너무 좋았다. 다시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2시! 처음에 좀 헤매느라 3시간을 걸었다.


돌아와서 샤워하고 도시락 컵라면 먹기. 테라스에서 설산을 보면서 먹고 싶었는데 어제의 댕냥이가 자꾸 컵라면에 달려들려고 해서 안에 들어와서 먹어야 했다.

작아서 옷이 많이 들어가진 않는다

빨래를 혹시 할 수 있냐 물어보니 세탁세제까지 가져다주던 주인아저씨.. 사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 마음씨라면 뭔들.. 빨래를 돌려놓고 5시에 <Pub & Cinema DEDE>에 가려고 했는데 구라미가 박물관을 강력 추천해서 7시 영화를 보기로 하고 <Mikhail Khergiani House Museum>로 향했다.

이제야 비가 조금 오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정말 큰 댕댕이가 짖어서 좀 무서워짐. 한참을 걷는데 또 이런 풍경이.. 이런 곳에서 나고 자라면 어떤 마음씨를 가지게 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Mikhail Khergiani House Museum /10라리

여기의 포인트는 코쉬키 망루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 근데 너무 사람 사는 집 같아서(당연함. 아무래도 진짜로 살았던 곳이니까..) 냅다 남의 집 대문 연 사람 될까 봐 망설이는데 관광객들이 우르르 나와서 안심하고 들어갔다.

두 번째 방인데 냅다 들어가버린..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가 아이코스를 피면서 엄청 기웃거렸다. 유럽에서 비슷한 또래 애들한테 인종차별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뭔가 싶어서 봤더니 여기 관리하는 친구였다. 내가 관람 순서를 하나 건너뛰어서 알려주려 온 그저 착한 아이였을 뿐.. 오해해서 미안..^_ㅜ

이 집주인은 1960년대에 이미 산을 이렇게나 올랐다고.. 어릴 땐 박물관 가면 흠 어쩔티비 0_0 이런 느낌으로 봤는데 나이 먹으니 그 가치를 알게 된다. 그 시절에 이런 열악한 도구를 이용해서 이 험준한 산을 넘나들었단 게 너무 경이로웠다.

그리고 ㅋㅋㅋㅋㅋㅋ코쉬키ㅋㅋㅋㅋ 보자마자 ”나 못 갈 거 같은데”라고 했다. 그 친구가 사다리 덜컹덜컹 흔들면서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응원해줘서 용기 내봄. 맞아. 난 브레이브 걸이니까..

근데 끝이 아니었다. 두 개 더 있음ㅋㅋㅋㅋ


옛날에 전쟁할 때 이 구멍들로 총격전을 했다고 한다. 지붕은 정말 올라갈 엄두가 안 나서 내려가자고 했다. 내려가는 게 더 무서워요..

내려와서 보는 방은 실제 모험가께서 머무셨던 방. 지도도 실제로 쓰던 거라고 했다.

그리고 너무 내 취향의 그림들도 있었다. 10라리면 5천 원 정도인데 충분히 올 가치가 있는 듯. 코쉬키 없는 숙소에 머무는 사람일 경우에 코쉬키 체험이 그 값을 다 한다.

박물관 마당

다 구경하고 나오려는데 그 친구가 담 넘어 무섭게 생긴 애들이랑 싸우고 있었다. 조지아에도 학폭이 있나 싶어서 걱정 어리게 듣고만 있었는데 가만 들어보니 약간 (상상임) “야! 아직 퇴근 안 하냐??”, “일해야 되니까 꺼져”, “아 언제 나올 거냐고ㅡㅡ” 이런 느낌인 거 같았다. 물론 아닐 수도.. 근데 걔가 정색하고 와다다 이야기하다가도 막 웃는 거 보니까 친구인 거 같았다.

학폭이 아니라니 안심이군(?) 하면서 10라리 주고 다시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풍경도 너무 멋졌다. 하루 종일 미쳤단 말만 몇 번 했는지..

그리고 가는 길에 멧돼지 만남(??) 이거 멧돼지 아닌가요? 진짜 보자마자 얼음 됐는데 오히려 돼지가 도망갔다..? 여기 동물들은 엄청 순한 거 같다. 그래도 소나 엄청 큰 강아지나 저런 돼지는 달려들까 봐 무서워서 심기 안 거스르게 엄청 조용히 지나가는 겁쟁이.. 아니지 브레이브 걸..

다시 숙소로 와서 빨래를 널고 Cinema DEDE로! 3시에 컵라면 먹은 게 다라 뭘 좀 먹고 싶었는데 스낵은 안 된다고 해서 커피만 시켰다.

영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좋아서 와볼 만한 곳! 영화는 20라리, 커피는 6라리.


영화는 지하에 있는 시네마라고 하긴 좀 그렇고 캠핑 의자 한 10개 놓여 있는 방에서 빔 프로젝터로 본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조지아도 과거에 가부장 끝판왕이었구나 싶은 게 제일 큰 감상이지만 그 외에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재판 비슷한 걸 할 때 마을 어르신이 중재를 하고 진실을 맹세하기 위해 교회에 가서 프레스코프화에 키스하고 맹세하는 거라던지 우리나라 제사처럼 죽은 사람에게 기도하기 위해 하는 행사가 있다던지 하차푸리에 초를 꼽아둔다던지 장례 문화나 눈이 쌓인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 보여서 흥미로웠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이곳에 도달해서 터전을 잡은 걸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낼 생각을 했을까, 너무 대단했다. 구라미나 주인아저씨나 메스티아라는 지역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이해하게 됐다.


엔딩 크레딧

스토리로 보자면,, 여자 주인공이 너무 예뻤고 또 불쌍했다. 과거에 여자는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없었던 건 만국 공통이었나 보다. 그리고 아기가 너무 귀여워... 스바네티 지역이 배경이라 대자연 속의 펼쳐지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달까. 메스티아를 떠나기 전에 계속 생각나면 한번 더 봐야지.


근데 숙박이 1박에 25라리인데 영화 한 편에 20라리면 물가 대비 비싼 거 같긴 하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영화 비싸단 소린 못하겠지만..^^


어지간히 배가 고팠나봄ㅋㅋㅋㅋㅋ가게 사진 무엇ㅋㅋㅋㅋ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8시 40분쯤이었다. 러닝타임이 1시간 반 정도 되는 듯. 배고파서 나오자마자 본 식당에 들어갔다.

굽다리(하차푸리인데 안에 치즈 대신 고기를 넣은 것) 15라리 + 와인 1잔 7라리 + 서비스 차지 10% = 24라리


굽다리는 손으로 먹는 게 국룰인듯. 근데 배고픈 와중에 너무 뜨거워서 포크 달라해서 먹었다. 좀 식어갈 쯤에 주인아저씨(?)가 와서 이제 손으로 먹어보라고 하고 내가 손으로 먹는 거보고 굳굳하고 가심ㅋㅋㅋ하긴.. 아무래도 국룰을 어기고 있으면 말해주고 싶지..

빵+고기가 맛이 없을 리가 없어서 굽다리는 기회 되면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근데 생각보다 맛이 없다…? 왜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상보다 맛이 없었다. 물론 맛은 있는데 맛있는 거+맛있는 거 느낌이 아니라 그냥 음,, 먹을만하네,, 이런 느낌..

그래도 와인이 정말 맛있었다. 근데 전 9시 40분에 약속이 있었구요.. 배가 고팠기 때문에 후다닥 2조각을 먹고 2조각 포장되냐고 물어볼 기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함(???)


구라미가 조지아 사람들은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지만 술을 먹으면 춤추고 노래한다던 게 진짜였다. 근데 무슨 뮤지컬처럼 노래에 맞춰서 어떤 아저씨가 입장하면서 홀을 장악했다. 진짜 트루먼 쇼인 줄 알았고요..?


이미 다른 데서 좀 드시고 온듯ㅋㅋㅋ나보고 왜 혼자 있냐고 같이 먹자 해서 “하하,, 나 약속 있어” 하니까 “걔보고 오라 해 여기~! 같이 춤추고 놀자~!” 해서 하하.. 하면서 계산해달라고 했다. 정신없어서 포장을 포기할 참이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가져갈래?” 물어봐주셔서 포장까지 하고 나왔다.


이미 좀 늦어서 막 달려서 약속 장소로 감. 약속 상대는 바로 어제 만난 택시 기사 조지! 내일 코룰디 갈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는 내일 일정이 있어서 대신 다른 기사를 알려준다고 했다. 나 말고 3명이 같이 가고 각자 50라리씩! 1시간 이동 2시간 트레킹 1시간 이동으로 동일한 조건인데 다른 기사 연락처랑 미팅 포인트를 직접 알려주겠다고 9시 40분에 만나기로 한 거였다.

적당한 사진이 없네요.. 코쉬키 한 번 더 보시는 건 어때요..

사실 자기 바쁘다고 하면 그만일 일인데 너무 친절맨.. 기사 연락처 주고 설명해주더니 “너 안 피곤하면 스반 타워 구경 갈래?”라고 함. 그때 갑자기 트빌리시에서 바가지 씌운 조지가 생각나서 “오.. 아냐.. 나 그냥 집에 가서 좀 쉬려고..” 하니까 ”집까지 데려다줄게 타!”라고 했다.


사실 미심쩍어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무슈쿠디아니 매너 유리(?)네 가는 거 아냐?”라고 했다. 알고 보니 주인아저씨랑 아는 사이였음. 그래서 의심을 거두고 올라탔다.


조지가 메스티아에서 문제 있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이 친구도 그저 착한 친구였음을.. 오해해서 미안..


메스티아에서 느낀  정말 다들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단 거였다. 구라미가 트빌리시에서 지하철 탔는데  화나 있어서 속으로 “얘들아 세상은 멋져~ 심각할  없어~  웃어봐~”라고 했다는데 하루 동안 대자연 품에 있어보니  이유를   같다.


어제도 메스티아가 좋았지만 더 좋아진 하루. 내일의 트레킹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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