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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Oct 19. 2022

조지아 Day8. 혹시 나 외향인 아닐까?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메스티아 환전소, 동네 산책&알콜 파티!

10/16_2022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코룰디 호수 갈 때 무릎 보호대를 하지 않은 덕에 무릎이 너덜거리고 있었다. 찰라디를 갈까 했는데 비가 하루 종일 온다고 해서 그냥 오늘은 쉬기로. 사실 늦잠을 자기도 했다.


씻고 우선 내일 우쉬굴리 가는 티켓을 사러 나섰다. 생각보다 메스티아 일정이 길어져서 비상금으로 남겨두었던 100달러도 환전할 생각이었다.

이 자그마한 마을에 환전소랑 ATM기, 결혼식을 할 호텔, 공항까지 다 있는 게 여전히 신기하다. 근데 제일 조건이 좋았던 환전소는 문을 닫은 상태.. 일단 동선상 표를 먼저 끊으러 갔다.


어제 코룰디를 다녀온 버스 회사에 가서 물어보니 조지아 여행 준비를 알아볼 때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1박을 하면 표를 두 번 끊어야 된다고 했다. 즉 당일에 돌아오면 50라리, 숙박을 하면 100라리다. 좀 달라진 건 정말 특별히 기상이 안 좋은 날이 아니면 겨울에도 우쉬굴리를 갈 수 있단 소식을 들었다!

하여간 우쉬굴리에서 1박을 할 생각으로 2개의 티켓을 끊었다. 출발은 내일 아침 10시, 돌아오는 건 우쉬굴리에서 오후 3시다.

재밌었던 건 이왕이면 환전하고 나온 큰돈으로 100라리를 내고 싶어서 환전하고 와서 돈을 내겠다고 하니까 “여기서 해줄게!”하고는 창문으로 길 건너 환전소 환율을 보고 그거대로 환전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옆의 다른 버스회사에 붙어있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갑자기 그 버스회사 직원이 ”안녕하세요”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자기 한국사람 너무 좋아한다고 핸드폰에 태극기 스티커까지 붙이고 다니던,, 한국 사람도 그렇게 안 해ㅋㅋㅋㅋㅋ내가 이미 옆에서 우쉬굴리 티켓을 끊었다니까 왜 여기서 안 끊었냐고 뭐라 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 밥 좀 먹으러 가도 될까?”라고 했다.


담엔 꼭 자기한테 연락하라면서 번호를 주고받음. 여기 있으면서 느끼는 건데 조지아 사람들은 대부분 왓츠앱을 쓰고, 또 택시 기사 대부분은 영업에 미쳐있다..^^

터미널 식당 / 감자 하차푸리 12라리+맥주&10% 서비스 차지 = 18라리


식당에 들어가서 감자 하차푸리랑 갑자기 맥주를 시켰다. 딱히 마실만한  없더라고.. 오늘 쉬는 (?)이니까 하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시켰다.


근데 여기 정말 맛있다! 감자 고구마 싸움에서 27년간 감자파를 고수해온 나로서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오늘도 2조각만 먹고 더 이상 못 먹겠어서 계산하려는데 포장해줄까? 하셔서 남은 걸 포장했다!

ERTI KAVA coffee room / long black 9라리


여기는 조지아 정보 카페에서 얼음 달라고 하면 준다는 글을 보고 간 건데 얼음을 달라고 하니까 아이스로 줄까? 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받았다! 근데 조지아 물가 치고 커피 9라리는 좀 비싼 듯..


인테리어나 가게 자체가 현대식이긴 했고 아마 경찰서 앞에서도 투어 버스가 서는 건지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서 와서 끼니를 때우고 커피를 사 가곤 했다.

다 좋았는데 벌이 몇 마리 있어서 커피만 마시고 일찍 나왔다.


오는 길에 보니 세계 음식 축제(?) 이런 걸 하고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거 다 하는 듯.


숙소에 돌아오니 4시쯤, 내일 우쉬굴리 갈 짐이랑 1박 동안 방을 비워줘야 해서 맡겨놓고 갈 짐을 정리했다. 돌아오면 꼭 빨래를 해야지..

그리고는 그냥 쉬면서 한 조각 남은 굽다리를 먹었다. 냉장고에 넣어둔 터라 그냥 차갑게 먹었는데 이게 더 맛있다..? 왜지..?


사실 오전에 나갈 때 주인아저씨(이름은 율리와 유리 사이의 발음인데 유리라고 하겠음)가 너 왜 어제 어디 갔었냐고 ”어제 차차 먹자고 했잖아!” 이러길래 ”아, 쉴 텐데 내려가기 미안해서 그랬어”라고 했다. 근데 어제 나랑 차차 먹으려고 올라왔는데 내가 없었단다. 아마 구라미랑 걸으러 갔을 때 온 듯? 어쩐지 걷고 돌아오니 테라스에 차차 잔들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나 그냥 숙소에 있을 거니까 저녁에 꼭 차차 먹자고 한 참이었다.


그리고 테라스에서 쉬고 있으니까 아저씨가 술 2병 들고 올라오셨다.


그때 옆방에 오늘 온 루마니아인 부부도 나와서 같이 4명이서 차차랑 유리가 마당에서 난 사과랑 산에서 따온 약초로 만든 브랜디를 같이 마셨다. 그 부부는 6월에도 왔었다고 멀리 한국에서 온 게 신기하다고 그랬다.


마시다가 부부는 밥 먹으러 가고 독일인 남자가 왔다. 우쉬굴리 갔다 왔녜서 내일 간다니까 오늘 우쉬굴리에 큰 돌 떨어져서 못 갔는데 내일은 갈 수 있냐고 물어봤다. 아까 루마니아 부부도 같이 우쉬굴리로 넘어가려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거라고. 대체 어떤 길이길래 그럴까+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유리가 “못 가면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와~”해서 그래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에 좀 든든해졌다!

또 태국인 친구도 만났다ㅋㅋㅋㅋ태국 친구는 술을 안 먹어서 셋이 내가 사 온 코냑과 독일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와인까지 꺼내와서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반전은 유리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음(??)ㅋㅋㅋㅋ그냥 좋은 게스트가 오면 자기가 만든 술을 맛 보여주고 싶어서 아주 가끔 먹는 거지 좋아하진 않는다고 했다. 유리가 만든 술은 양이 적어서 딱 게스트들과 마시고 소량만 바로 옆의 팔리아니 호텔에만 판단다.


유리는 니노가 일을 시켜서 내려가고 독일인 친구랑 태국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술도 계속 마셨다. 예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나 특히 러시아 여행할 땐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대부분 혼자였는데 조지아에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행복했다!


자리를 슬슬 정리하고 있는데 구라미가 나오라고 연락을 해왔다. 약간 취하기도 했고 좀 추워서 나 오늘 좀 피곤하다니까 안된다고 자기 이미 우리 숙소 근처라고 나와야 된다고 닦달해서 결국 나갔다. 근데 왜 없어..? 그래서 어디냐고 연락을 했는데 갑자기 차에서 얼굴을 내밀고 타라고 했다.

살짝 무서웠던 밤 산길

냅다 타라 하더니 막 달리기 시작(?) 내가 만난 조지아 남자들이 약간 한국인에게 관심이 많고 수다스러운 느낌(아무래도 그런 애들이 말을 걸 테니까)인데 반해 구라미랑 미셸이는 엄청 차분한 느낌이었는데 구라미도 조지아인이었음을.. 운전하는 게 너무나 조지아 사람스러워서 약간 취한 나에겐 너무 어지러웠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하츠발리 전망대였다. 내가 메스티아에 온 이후로 계속 날씨가 비 아니면 구름이었는데 오늘도 예보는 비였으나 비는 한 방울도 안 오고 오히려 제일 맑은 날이었다. 그래서 별 보여주겠다고 데리고 온 거였음.. 귀찮아해서 미안..ㅜ


모로코에서 봤던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 난 별을 보다가 내려왔다. 내려올 때도 쏘 조지안스러운 운전을 즐겼음..

오늘은 정말 뭘 안 하고 동네 잠깐 돌아다니고 숙소에만 있었는데도 좋았다. 벌써부터 떠나기 아쉬운 메스티아.


구라미가 내가 계속 메스티아 좋다니까 “메스티아 좋은 거 맞는데 너 우쉬굴리 가면 거긴 천국이라고 느낄걸?”이라고 해서 우쉬굴리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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