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온 두 번째 편지
이상한 궁금증을 만들고 또 그걸 해결해야 되는 성격은 누구로부터 온 걸까요?
지구에서 가장 크다는 러시아 땅을 횡단하고 ‘지구가 둥글 단 걸 30살이 되기 전에 꼭 내 눈으로 확인할 거야’라고 했어요. 결국 둥글다는 건 작은 직선이 이어져서 만드는 거니까 지구에 특별히 모난 곳이 없는지 꼭 눈으로 살펴보겠다고요.
”모르고 살아도 되는 것도 많아”라던지 “그걸 왜 꼭 눈으로 확인해야 돼?” 같은 말이요.
그 말의 이유를 알 것 같은 날들이 제게도 많았지만 그 경험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순간이 모두 모여 저를 만들었는데 제가 싫어하는 기억을 빼버리면 제가 반도 남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 날도 있었어요. 어떤 노랫말처럼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나는 것 같은 날이요. 내 발걸음이 대지로부터 뻗어 나온 힘으로 이어지는 거 같은 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 생기다니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 기쁨보다 더한 환희였죠.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여기선 여전히 장작을 쌓아가며 열심히 겨울 준비를 하고 그러면서도 스마트 티비를 보며 시간을 때워요. 재미있지 않나요?
제가 오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경이 이곳엔 있었어요. 그곳에 다다르기까지의 길은 그야말로 낭떠러지와 하늘을 찌르는 돌무더기를 사이를 따라가는 길이었어요. 깎아지른 절벽 그곳에 어떻게든 길을 만든 사람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눈사태에 집과 타워가 파괴되고 사람이 죽고, 눈으로 길이 막혀 약을 구하러 가지 못해 죽었던 이 혹독한 땅에서 왜 이들은 살아낸 걸까요?
쉬카라 빙하를 고작해야 300미터가량 앞에 두고 언젠가는 그것의 일부였을 평평한 큰 바위 위에 앉았어요. 그 거대한 얼음 덩어리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선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지 쩌걱쩌걱 갈라지는 소리, 두루루루룩 돌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죠.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전부터 있던 그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일순간 파편으로 흩어져 모두 제게 쏟아질 거 같았어요. 그리고 그 속에 파묻힌 저를 그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고 또 기억하지 못할 거 같았죠.
사람은 왜 살아가는 걸까요? 대부분은 그 존재조차 잊혀질 텐데 말이에요. 왜 이들은 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냈는지, 또 우리는 왜 이 지구에 태어나 살아내고 있는지 그런 게 궁금해졌어요.
평생을 모르고 왔던 풍경을 보고 이 풍경을 잃어온 것처럼 슬펐어요. 얼마 전까진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어디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참 이상한 일이죠.
모르고 살아도 괜찮은 것들 그중의 몇몇은 제가 잃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저는 또 어떤 것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전 가끔 너무 많은 걸 상실하고 살아가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대단하단 말로도 부족한 그곳에서 왜 슬퍼졌는지 모르겠어요. 정체도 모를, 제가 상실한 것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삶은 어떤 상실로 이어지고 있나요?
부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잃은 채 살아가지 않길 바라며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두 번째 편지를 씁니다.
2022년 10월 18일 우쉬굴리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