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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Oct 24. 2022

조지아 Day12. 빗속에 잠긴 메스티아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비 오는 메스티아, 메스티아의 마지막 밤

10/20_2022

부은 얼굴을 올릴 수 없으니 냥이 사진이라도..

어제 늦게 집에 와서 오늘은 늦잠을 푹 잔날. 방이 라디에이터만으로도 따뜻해서 안 꺼냈던 전기방석까지 깔고 잤더니 땡땡 부을 만큼 잘 잤다.

1시에 일어나서 배가 고프길래 또 라면을.. 조지아 주식이 라면이 된 사람..^^ 그리고 내일 트빌리시로 떠날 짐을 챙기고 테라스에 나가 쏟아지는 비를 보다가 3박 추가한 값을 지불하고 인사도 할 겸 아래층에 내려갔다. 유리가 더 있으라고 가지 말라고 그러는데 울컥해서 진짜 눈물 날 거 같았다. 그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왔다.


2층 테라스에 같은 호스텔에 지내는 말레이시아 친구 두 명이 와인을 들고 나와서 마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한테도 같이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오후 3시 반쯤이었지만 비도 오고 슬프기까지 한데 안될 거 없지! 그 친구들도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그냥 하루 종일 호스텔에서 쉴 거라고 그랬다.


설산이 있었는데요.. 없습니다..?

와인을 마시면서 우리 숙소에 있는 댕냥이들 중 아기 댕냥이가 사실 옆집 고양이라는 걸 알려줬는데 그 친구들이 “너 그걸 알 정도면 정말 떠날 때가 된 게 맞아”라며 메스티아를 떠나는 걸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보르조미에 가기 위해 쿠타이시를 들린다고 해서 내가 원래 계획했었던 것처럼 보르조미에서 가까운 하슈리까지는 마슈로카가 있으니 하슈리에서 볼트를 부르라고 알려줬다.

추천 받은 여행 페이지랑 장소들!

그 친구들도 “카즈베기 가면 여기 꼭 가보라”며 여행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4일 전에 유리와 같이 코냑을 마셨던 독일인 친구가 왔다! 그날 이야기한 것처럼 그 친구는 우쉬굴리까지 3박 4일 간 걸어갔다가 방금 막 메스티아에 도착한 거라고 했다.


그 독일인 친구도 내일 트빌리시를 간다고 했는데 자기는 센트럴에서 표를 이미 끊었다고 해서 나도 표 끊으러 가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나의 마지막 메스티아. 그림처럼 그려졌던 설산들이 전부 안개에 가려져서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ATM에서 돈을 뽑으려고 했는데 spar 근처 기계는 모두 달러가 모자라서 실패.. 내일까지 쓸 돈은 남았으니 우선 표를 끊으러 갔다.


이거 너무 귀엽지 않나요..

차차 타령으로 불편해지기도 했고 독일인 친구랑 같이 가면 낙오는 안 당하겠지 싶어서 오늘은 센트럴 터미널로 갔다.


메스티아-트빌리시 아침 8시 출발 50라리

표를 끊고 가려는데 표를 끊어준 주인장이 (이전에 감자 하차푸리를 먹었던) 센트럴 터미널 식당에 한국인 있는데 인사하고 가라길래 들어가 봤다.


근데 거기에 첫날 만났던 조지랑 한국인 좋아해서 태극기 스티커 붙이고 다니던 친구랑 한국인 한분, 이스라엘 한 분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엉겁결에 합석해서 술을 먹게 됨(?)


근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코룰디 호수에 갈 때 자기가 게이까라며 여기서 타면 된다고 했던 친구가 사실은 게이까가 아니었다는 사실(!) 알고 보니 태극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던 친구가 게이까였다.


조지가 너 그때 왜 게이까랑 안 갔냐고 해서 “?? 나 게이까 아냐고 물어보니까 자기가 게이까인데 저 차 타면 된다 해서 갔다”라고 하니까 진짜 게이까가 내가 게이까인걸 메스티아 사람들이 다 아는데 너무 화난다고 했다. 나야 사실 조지가 얘기한 가격 (50라리) 보다 싸게 (40라리) 다녀왔으니 억울할 건 없지만 그 친구 입장에선 화날 거 같았다.


거기서 술을 좀 마시고 비가 많이 와서 한국인 언니를 숙소까지 데려다 드리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조지가 따라와서 타라고 했다.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 타라고 해서 게이까를 제대로 안 알아봤던 것도 미안해서 일단 탔는데 첫날부터 보여주겠다고 했던 타워 야경 보러 가자며 갑자기 산으로 올라갔다.


덕분에 뭐,, 비 오는 날 편하게 야경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근데 낮부터 거의 빈 속에 술을 들이부어서인지 속이 별로 안 좋았다. 메스티아 마지막 날인데 이런 상태로 잠들고 싶지 않아서 9시에 카페 파노라마 가서 마지막으로 치킨 수프 먹어야지! 하며 나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Lile> 치킨 수프 9라리+아메리카노 5라리+서비스 차지 15% =16.1라리


그러고 보니 문 닫은 곳도 많고 메스티아 전체가 쏟아지는 비속에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첫날 오자쿠리를 먹었던 식당은 12시까지 하는 곳이라 거기 가서 치킨 스프를 먹고 돌아왔다.

정말 잠겨버린 메스티아 공원..(?)

원래 저녁에 날씨가 괜찮으면 구라미랑 걷기로 했는데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구라미의 일도 계속 늦어져서 결국 못 만났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어제 제대로 인사를 할 걸 너무 아쉬웠다.


숙소에 들어와서 짐을 정말 마지막으로 다 싸고 그냥 테라스에서 비 내리는 걸 보다 보니 새벽 2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장시간 이동할 때 잠이 안 오는 것만큼 괴로운 게 또 없으니 그냥 이렇게 된 거 밤을 새 버리자 생각하고 유튜브도 보고 조지아 오고부터 안 봐서 밀린 웹툰도 보면서 메스티아의 마지막 새벽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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