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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Oct 24. 2022

조지아 Day13. 내 몫의 풍경은 끝, 안녕 메스티아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메스티아-트빌리시 마슈로카, 인도 요리

10/21_2022


밤을 꼴딱 새우고 샤워를 하고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무슈쿠디아니 매너를 떠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15분에 나가야지 하다가 5분만 더, 5분만 더 하면서 결국 7시 35분에 밖으로 나섰다.


안녕 ㅜㅜ

이른 시간이라 주인아저씨네에 인사를 못하고 와서 더 아쉬웠다. 누군가 무슈쿠디아니 매너에 간다면 한국인 IZZY의 안부를 전해주세요..


하슈리 가는 버스가 픽업 온다고 기다리고 있는 말레시아 친구들한테 독일인 남자 못 봤냐고 했는데 못 봤다고 해서 일단 인사하고 출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설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정말 내 몫의 풍경은 다 봤으니 자취를 감춘 것 마냥 내가 떠날 때가 된 거라고 날씨마저 알려주는 것 같았다.


센트럴에 도착했는데 큰 차 하나랑 작은 차 하나가 있었다. 짐을 실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독일인 친구도 왔다. 그 친구랑 나보고 트빌리시 가는 거냐며 작은 차를 타라고 해서 작은 차를 탔다. 근데 큰 차에 트빌리시라고 적혀있고 작은 차에는 조지아어만 적혀있어서 “이게 맞나..?”하면서 타고 있으니 기사 아저씨가 타서 표를 거둬갔다.


창밖으로 마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결국 마지막 메스티아는 안갯속 기억으로 남긴 채 마슈로카는 출발, 그리고 난 기절했다.


힘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다..?

2시간 정도 달린  같은데 중간에 휴게소에 내려서 트빌리시 가는 사람들은   차로 옮겨 타라고 했다.  차는 리가 훨씬 좁아서 나도 무릎이 닿고 짐도 내려놓을  없어서 안고 탔다. 그리고 하슈리 가는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차에 타고 있었다!


짐을 내려야되는 상황 같은데 트렁크가 안 열려서 아저씨들이 힘으로 열기 시작..(??) 결국 못 열어서인지 사람들도 못 내리고 다음 정류장까지 향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드라이버로 어찌어찌하더니 트렁크를 열고 몇몇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주그디디 전 정류장에서 갈아탔던 듯..?

그리고 나는 다시 잠들었는데 주유소에서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날 깨워서 50라리를 내라고 했다. 비몽사몽 한 채로 “?? 왜??” 이랬는데 조지아어로 막 뭐라 하고 주변 애들도 뭐라 하면서 마치 내가 돈을 안내서 출발 못하고 있는 듯한 그런 분위기였다. 일단 50라리를 내고 차는 출발했는데 점점 잠이 깨면서 ‘나 표를 분명히 줬는데..?’ 싶었다.


기억을 더듬으니 표는 처음 탔던 아저씨한테 줬고,, 지금 수중에 표도 없고 찍어둔 사진도 없고, 지금 덤터기 당한 건가 하면서 잠이 점점 깼다. 그래서 다음 휴게소까지 말똥말똥한 채로 가면서 조지한테 이런 상황인데 나 50라리 안 줘도 되는 거 맞냐고 물어봤다가 줬으면 안 됐다고 타박 먹었다^_ㅜ


휴게소에 내리자마자 번역기를 돌려서 “뭔가 잘못된 거 같다. 나 메스티아에서 버스표를 샀었는데 50라리를 또 냈다. 지금 오피스에 확인하니까 낼 필요 없는 돈이라더라. 돌려줘.”라고 보여줬다. 그러니까 “너 버스표 어디 있는데?”이래서 “아까 첫 번째 가사한테 줬잖아”이러면서 슬슬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독일인 친구가 무슨 일이냐면서 다가왔다.


그래서 설명하려고 하니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뭔가 번뜩 생각난 듯 “너 쟤랑 갈아탄 애야?”이래서 ”응 맞아” 이러니까 자기가 착각했다고 했다. 아마 독일인 친구랑 같이 안 앉아있고 따로 앉아있어서 내가 중간에 새로 탄 사람인 줄 알고 받은 거 같았다.


물론 그냥 돌려주진 않았다^^.. ”나중에 내려서 줄게~”이러길래 지금 주면 안 되냐니까 “여기 하차푸리 맛있어 먹어~” 이러면서 말 돌리길래 “안 그래도 먹으려는데 나 돈이 없어. 네가 돈 돌려줘야 먹을 수 있어!”이러니까 그제야 주머니에서 꺼내서 줬다.


사실 못 돌려받을 줄 알고 안 주면 한국어로 시원하게 면전에 욕이나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돌려받아서 좀 의외인 데다 마지막 메스티아인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았다.


<Fast food "Golden"/სწაფი კვება "გოლდენი"> 하차푸리 7라리+커피 3라리(??) 기억 자세히 안남;; 10라리 아니면 15라리였다.


하차푸리랑 커피를 먹고 (근데 카드로 계산을 한..) 다시 출발. 중간에 하슈리에서 말레이시아 친구들도 내리고 중간중간 사람들이 내려서 가방을 옆자리에 두고 갈 수 있었다.

점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므츠헤타 수도원도 지나가고 점점 차도 많아지고 있는데 갑자기 독일인 친구가 여기 내려달라고 하면서 내릴 채비를 했다. 현지인 말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다 내리길래 나도 따라 내렸는데 거기가 디두베 메트로 역이랑 더 가까워서 내려달라고 한 거였다.


나는 저녁에 카즈베기로 이동할 수 있으면 바로 하려고 트빌리시 숙소를 안 잡아둔 상태였는데 해가 거의 져가는 걸 보니 산길을 해지고 넘어가긴 힘들겠구나 싶어서 트빌리시 숙소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숙소 찾아야 될 거 같다고 즐거운 여행 하라며 독일인 친구랑도 헤어졌다.


퇴근 시간 지옥철..

트빌리시 숙소 값이 불과 2주 전보다 많이 오른 데다가 러시아 인구가 점점 늘어서인지 마땅한 방이 없었다. 디두베 역 근처는 최저가 90라리로 혼자 1박을 하기엔 부담스러워서 이렇게 된 김에 제일 싼 곳에서 자자고 결심했다.


부킹닷컴에서 최저가 순으로 정렬 후 가장 위에 뜬 Brobro hostel을 예약하고 지하철을 타기로 했는데 지하철이 토요일 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보다 붐볐다.


디두베 역!

일단 다시 나와서 볼트를 켜봤는데 퇴근 시간이 겹쳐서인지 볼트도 너무 오래 걸리고 비싸서 결국 밖에서 좀 기다렸다.


7시 반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디두베 역에 들어가니 아까보다는 좀 한산했다. 10라리를 내고 교통카드 2라리, 나머지는 충전했다.


루스타벨리 역에서 내려서 1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호스텔! 러시아인들과 대부분 장기 투숙객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호스텔 느낌보다는 아지트 느낌이랄까. 좀 관리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우선 메스티아를 잃은 슬픔을 달래야 했기에 쌀을 먹자 싶어서 근처에 인도 식당으로 출발.


<Khushi indian restaurant> 치킨 커리 22라리 + 밥 5.5라리 + 스프라이트 3라리 + 서비스차지 12% = 34.16라리

(커리에 고수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 낀지라고 말해야 합니다)

좀 짜긴 했지만 그래도 쌀 먹어서 만족했던 식사.


그립다 메스티아

거의 전생처럼 느껴질 만큼 오랜만에 트빌리시에 와서 바깥을 둘러볼까 싶었지만 좀 슬프고 지쳐서 침대에 올라갔다. 메스티아의 추억이 많아서 오늘 밤은 슬플 예정.. 또 기쁜 추억들이 만들어져서 슬픈 마음을 달래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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