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동남아 여행/프놈펜에서 씨엠립 슬리핑 버스, 씨엠립 입성기
12.11_2022
어젯밤 11시 버스를 타야 해서 10시 10분에 자이언트 이비스 터미널로 갔다. 금호삼코와는 달리 출력해 온 이티켓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예약할 때 위층으로 고르고 싶었는데 내가 고른 좌석은 아래층이었음ㅜ 아예 누울 수 있게 된 형식이다. 마찬가지로 신발 벗고 타야 하고 물 한 병과 물티슈를 준다. 2-1 좌석이라 왼쪽 편엔 2명씩 잔다. 와이파이도 있는데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됨.. 그리고 2 좌석에 혼자 예약해도 다른 사람이랑 자게 될 수도 있으니 일행이 없다면 꼭 1 좌석을 예매하시길..
확실히 금호삼코보다 조금 낡은 느낌이 들긴 했다. 냄새도 유쾌하지 않았고 뭔가..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금호삼코가 지층 원룸이면 자이언트 이비스는 반지하 느낌이랄까.. 1층이라 창문이 막혀있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든 거 같다.
버스는 늦게 온 승객을 기다려주느라 11시 11분에 출발했다. 꽤나 친절.. 사실 잠이 잘 올 거 같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여기는 캄보디아, 게다가 17달러에 이동+숙박을 선택한 건 나니까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잤다??..! 중간중간에 추워서 깨기도 하고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깼지만 1층에서는 창 밖이 안 보여서 분위기 보고 내리려고 했는데 그 누구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휴게소에 한 5분 정도 2번 정차하고 버스도 자연스레 출발하더라. 나도 화장실 갈 생각도 안 들고 아무도 안 내리는 곳에 혼자 내리는 것도 약간 무서워서 그냥 잠을 청했다.
아침 6시에 씨엠립 자이언트 이비스 터미널 도착. 다 와갈 쯤에 깼는데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깨우고 “굿모닝, 짐을 잘 챙기십시오, 짐을 두고 가서 잃어버릴 경우 저희 회사의 책임이 아닙니다”류의 멘트를 한 자리 한 자리마다 해주고 감.
내려서 보니 터미널이 바뀐 건지 오기 전에 알아봤을 때랑은 다른 곳에 내려주었다. 원래 알아봤던 곳은 호스텔이랑 3분 거리였는데 이 터미널에선 20분 걸어가야 했다.
알리바바 주의를 위해 길을 미리 다 찾아보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터미널 앞에 툭툭 기사들이 호객행위를 엄청 한다. 무시하고 걸어가는데 한 명이 끈질기게 따라와서 "니 호텔이 어디에 있든 1달러에 가줄게!!" 이래서 "아냐 진짜 가까워.." 거절하면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또 다른 툭툭기사가 또 1달러를 외쳐서 괜찮다고 하고 가는데 어차피 이 대로변까지 가니까 큰길까지 무료로 태워준다고 했다. 평소라면 타고나서 혹시 돈 달라고 하면 싸웠을 텐데 버스가 너무 추웠어서 좀 걷고 싶어서 진짜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걸어가는 길에도 아침 7시가 안 됐음.. 그리고 너무너무 배가 고파와서 열 준비를 하는 식당가 중 가장 준비된 것 같은 가게에 가서 쌀국수를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다..? 고수 빼달라고 한 건 안 들어줬지만 내용물도 실하고 맛있었다. 역시 현지식당을 가야 그나마 가성비 나오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거 같다.
그리고 호스텔 도착! 이때도 아직 8시도 안 돼서 미리 계산하고 체크인 확인 용지를 받았다. 1시 반에 카운터로 오면 방을 안내해 준다고 했다. 짐은 계단 밑에 두면 되고 수영장이나 샤워실 등 공용 시설은 마음껏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참고로 원더즈는 캄보디아에서 체인으로 운영되는 호스텔임!
원더즈 호스텔 바 아이스 아메리카노 1.75달러
우선 샤워가 너무 간절해서(어제 킬링 필드 투어 하기 전에 샤워한 뒤로 땀만 흘리고 씻지 못함) 샤워를 하고 호스텔 바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먹었다.
그리고는 유튜브를 오랜만에 봤음. 시간이 있으면 인터넷이 없고 인터넷이 있으면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느라 시간이 없으니 이런 여유를 여행하는 동안 느끼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진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배가 고팠다(?)
원더즈 호스텔 바 에그베네딕트 3.5달러
아침에 쌀국수를 분명히 먹었는데..? 어쨌든 그래서 원더즈에서 브런치까지 먹었다. 피로가 가시질 않아서 음료는 또 한 번 커피로 주문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너무 앉아있어서 엉덩이가 아픈 기분이라 모자 대충 눌러쓰고 산책을 나가봤다. 나가서 앙코르 와트 투어 때 입을 냉장고 바지를 살 수 있으면 살 생각이었다.
러키몰에서 싸게 옷을 샀다는 글을 읽고 가는 길에 이런 큰 옷가게를 봤다. 둘러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곳도 없어서 그냥 나왔다. 러키몰에는 연 상점 자체가 없었다. 아마도 코로나 전의 글이라 지금은 다 닫은 모양..
해가 매우 뜨거워서 10분 걸은 걸로 땀범벅이 됐다. 새삼스레 이런 날씨에 12시간 노동을 시킨 폴 포트(동남아 Day9 참고)가 미친 인간이라고 느꼈다.
러키몰에서 쇼핑을 하지 못해서 구글맵에서 시장을 찾아갔는데 시장이라기보단 작은 플리마켓 공간이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작아서 3줄이 끝인 곳.. 코끼리 바지 5달러를 부르는데 내 취향도 아니라서 그냥 나와서 걸었다.
걸어오다가 약간 문방구+옷가게+슈퍼가 짬뽕된 곳에서 파란색 코끼리 바지를 발견하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5달러라고 했다. 그래서 "아,, 알겠어" 이러고 가려니까 얼마를 원하녜서 3달러를 불러봤다. 그랬더니 바로 오케이 하심. 2달러를 불렀으면 2.5까지 흥정가능했을 분위기였다. 어쨌든 3달러에 구매했다.
(나중에 숙소 돌아와서 보니 아마 안 팔린 지 꽤 오래된 바지였던 모양. 불쾌한 냄새보다도 ’ 먼지 냄새’가 엄청 나서 빨아야 했다)
걷다가 보이는 버스 회사마다 들어가서 방콕 가는 버스 가격을 물어봤다. 모두 8시 출발, 각 회사마다 16, 18, 20까지 다양하게 가격을 불렀다. 원더즈에서는 22달러였음. 국경에서 미니밴으로 갈아타야 되는데 갈아타지 않는 버스는 25달러라고 했다. 우선은 아직 언제 갈지 안 정했다고 정하고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원더즈에 도착했을 때가 1시 20분, 혹시 지금 체크인되냐니까 된다고 해서 방으로 올라왔다!
우선 입실하자마자 밀린 손빨래를 해서 침대에 널어놓고 충전해야 할 것들을 충전했다. 그러면서 조금 쉰다는 게 뒹굴거리다 잠들어버려서 5시에 일어났다. 아무래도 슬리핑 버스에서 잔 게 제대로 잔 게 아니었나 보다.
또 배가 고파오는데 나가기는 귀찮아서 더 누워있다가 너무 심하게 배가 고파서 6시가 넘어 나왔다. 바로 근처가 나이트 마켓이라 나이트 마켓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번쩍번쩍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부터 그랬지만 체감하는 빈민국 이미지와 그 이상으로 과하게 발전된 도시 분위기의 갭차이가 좀 신기하게 느껴진다.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고 웨딩 스냅을 찍는 사람도 있다. 가게에서 나와서 호객을 하기도 한다. 나는 둘러보다가 가장 저렴한 거 같았던 레드 피아노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레드 피아노는 앤젤리나 졸리가 영화 촬영으로 캄보디아에 머물 때 자주 간 펍으로 유명한 곳이다!
크메르 커리+맥주 2잔 7.75달러
커리를 먹고 싶었던 건 아닌데 가장 저렴하게 식사를 하기 위한 선택, 그런데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오히려 인도 커리보다 더 내 입에 맞았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가게들을 구경했다. 햇빛이 상상을 초월해서 눈이 너무 아픈 터라 선글라스를 싸게 살 수 있으면 사려고 했다. 첫 번째 가게에선 너무 노골적으로 구찌, 페레가모 등 짝퉁을 팔아서 그냥 나왔고 두 번째 가게에선 그냥 선글라스를 팔고 있어서 구경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얼마냐고 물어보니 15달러라고 했다. 솔직히 나는 8달러 이상 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 알겠어" 이러고 나가려고 하니까 12달러를 불렀다. 그래서 “네가 마음 써주는 건 알겠는데 사실 나는 선글라스에 5달러만 계획하고 왔거든, 미안해”이러니까 8달러를 불렀다.
더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아니야 네가 날 위해 신경 써주는 마음은 기억할게 근데 5달러 이상 쓰면 내 여행이 조금 힘들어져”이러니까 6달러에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알겠다고 하고 구매!
모든 곳이 1달러가 4,100리엘인데 달러를 주면 4,000리엘로 거슬러 준다. 나는 쇼핑에 돈 쓰는 걸 좀 아까워하는 편이라 리엘로 계산해도 되냐 하니 24,000리엘을 달라고 해서 결론적으로는 5.8달러 정도에 구매했다!
그리고 호스텔에 돌아오는 길에 세븐일레븐에 들려서 물을 사려고 했는데 제일 싼 게 0.6달러였다. 비싼데요? 다시 나와서 길거리 마트에서 물어보니 2000리엘이란다. 그래서 거기서 물 사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호스텔은 밤이면 꽤 소란스러워짐. 다행히 방음이 잘 되는지 방에선 소리가 잘 안 들린다.
호스텔 바에서는 맥주 330ml 캔 1달러, 물도 큰 거 1달러다. 맥주 한 캔 사서 마시고 친구랑 통화하기로 했어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근데 로비가 아주 소라스러워짐. 보니까 성인 발만 한 곤충이 나타난 거였다…………! 벌레 싫어하는 나로서는 멀찍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찌어찌 그 곤충은 죽었고 시체는 로비에 남았다.
맥주를 마저 마시고 올라오는 길, 사실 오늘 낮에 잤어도 어쩐지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일 앙코르 유적지 선라이즈+스몰투어를 가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냥 내일은 계획 없이 자고 싶은 만큼 자고 그러고 나서 앞으로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더위는 나를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