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동남아 여행 / 캄보디아 삼겹살 파는 한식당 '대박식당'
12.12_2022
오늘은 알람 없이 푹 자기로 한 날, 여행하면서 매일 낮에는 미친 듯이 덥고 밤에는 추워서 깨기를 반복하다가 딱 적당한 온도에서 잠 잔 게 처음이었다.
중간에 룸메이트들이 오고 가는 소리에 계속 깨긴 했지만 12시까지 계속 잠을 잤다. 그러던 중에 한국의 일 때문에 연락을 받고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안 그래도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한국의 문제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이도 저도 못하고 계속 호스텔에만 있었다. 사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문제이지만 그래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상태로 오후까지 보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유 중 가장 큰 건 내가 여름을 정말 힘들어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여행 경력에 비해 동남아 여행이 적었던 이유도 더위를 힘들어한다. 짜증 나고 불쾌하고의 문제보다도 더우면 우울해지는 사람.. 이번 여행으로 더위를 조금 긍정하게 되길 바랐는데 쉽지 않다.
오후 3시쯤, 갑자기 또 미친 듯이 배가 고파왔다. 아마 계속 어떤 문제를 신경 쓰느라 배고픔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한꺼번에 그 배고픔이 몰려온 거 같았다. 그래서 모자 대충 쓰고 한식당을 찾아갔다.
우울하고 힘들 땐 익숙한 음식을 먹어야지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배낭여행에선 나 말곤 그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 나를 달래고 북돋는 것도 나의 몫.
삼겹살 1인분 7.7달러 (나는 요리된 김치 말고는 안 먹어서 김치 4종은 주지 않아도 요청한 것)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대박 식당을 찾았다. 삼겹살을 시키면 김치찌개도 나온다! 심지어 김치찌개엔 고기도 들어있다. 그리고 물도 주신다. 이게 정말 한국인의 정,, 물을 돈 내고 사 먹는 건 아무리 여행을 거듭해도 돈이 아깝다.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나갈 때쯤 나를 골머리 썩게 했던 한국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선 한 시름 놓긴 했지만 몸 상태는 여전히 안 좋아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Fame café 아이스 아메리카노 4,500리엘
머리가 지끈거릴 땐? 카페인. Fame cafe는 캄보디아의 체인 커피점 중 하나인데 마찬가지로 체인점인 브라운 카페, 아마존 카페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몸이 별로 안 좋아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지 않아서 야외석에 앉았다. 덕분에 직원들이 노래 부르고 노는 걸 다 들을 수 있었는데 굉장히 유쾌해서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었다.
원래 오늘 스몰투어, 내일 그랜드 서킷 투어, 마지막날 톤레삽 투어를 하고 밤 버스를 탈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이전의 정보라 그런지 현지에서 알아보았을 땐 방콕행 버스가 모두 아침 8시 출발이고, 오늘 하루를 그냥 보내서 일정이 밀리고 있었다.
우선 캄퐁 플럭(톤레삽) 투어를 하든 말든 숙박 하루를 연장하는 건 불가피할 것 같아서 원더즈 호스텔로 돌아와서 하루 숙박을 연장하고 내일 스몰투어를 신청했다.
투어는 4;30 출발, 4:20까지는 로비에 무릎을 덮는 바지와 어깨를 가리는 옷을 입고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툭툭 기사가 티켓 부스로 데려다주고 티켓 구입 후 투어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리고 방을 바꾸지 않고 하루 연장 가능했다. 우선 꼬인 문제들을 일단락 및 결정짓고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을 하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수영을 하기 오히려 민망했던 수영장(?) 수영 조금 하고 선베드에서 방콕 넘어갈 방법을 찾는데 나이트 버스 탄 후기는 대부분 코로나 전이었다. 그래서 그냥 나가서 다시 물어보기로 하고 씻고 길을 나섰다.
어제 돌아다니면서 물어본 버스 회사 중 가장 저렴했던 버스 회사에 가서 나이트 버스는 없냐고 물어보니까 12시에 버스가 있는데 40달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네가 하루 머무는데 10달러도 안 들 텐데 나이트 버스는 비추천한다고 했다. 사실 난 이미 태국 호스텔이 무료 일정변경이 지나버린 상태,, 우선은 호스텔에도 하루 더 머물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해서 물어보고 온다고 했다.
내 생각에 태국-방콕은 여행 다니며 다시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캄보디아는 다시 오기 힘들 거 같아서 온 김에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길거리에 있던 피자 집에 들어갔다.
그냥 들어온 곳인데 여행 계획할 때 호스텔 근처 구글맵을 찍어보다 저렴한 피잣집이 있어서 찍어놓은 곳이었다.
마르게리따 피자 작은 거 5달러+맥주 2캔 2달러
직접 화덕에 불을 붙이고 피자를 구워주신다. 조금 더운 것만 빼면 가게 주인들과 아이들도 친절하고 괜찮았다. 남은 피자는 포장해 왔다.
숙소 근처에 꽤 큰 마트가 있다. 여기도 큐알 결제만 가능하고 카드는 안됨. 큰 물이랑 내일 투어에 가져갈 작은 물, 맥주 2캔 해서 2.75달러
숙소에 돌아와서 맥주 마시면서 일기를 썼다. 왜 동남아 여행에서는 매일 맥주를 마시고 있지 의문이 들었음(?) 내일은 안 마셔야지. 내일은 하루가 일찍 시작될 예정이니 맥주 후딱 마시고 잠자리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