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동남아 여행/앙코르와트, 스몰투어, 앙코르 투어
12.13_2022 (2022년 여행을 기준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오늘은 앙코르 유적지 탐방기 첫날! 처음은 가이드가 있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일출+스몰투어를 신청해서 새벽 4시 반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표를 거둬간다. 가이드 투어 하는 사람들은 따라오래서 갔더니 미니 버스가 있었다! 원래 툭툭이 타고 간다고 했는데 모객이 많이 됐는지 버스를 타고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우리 투어 팀은 전원 미국+독일+오스트리아+포르투갈 등 서양인 그룹이었다. 유창한 영어의 홍수에서 휩쓸리고 있는 나.. 듣기는 어느 정도 된다 해도 농담을 말하기는 힘들어서 그냥 :) 이러고 웃고만 있었다. 한국 돌아가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차에 타면 앙코르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티켓 오피스로 간다. 앙코르 와트는 앙코르 유적지에서 가장 큰 사원의 이름이다. 앙코르 유적지에는 4,000개가량의 사원이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문명의 역사인 것이 분명하다.
앙코르 패스 (티켓) 1일권 37달러 / 카드 가능!
2022년까지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1일권을 사면 2일을 쓸 수 있는 프로모션 중! 1일권도 사진을 찍어서 뽑아준다.
티켓을 사고 앙코르 와트 일몰을 보기 위해서 다시 이동한다. 중간에 검표원이 버스에 타서 티켓에 구멍을 내주고 앙코르 와트 입장할 때 다시 한번 검사를 한다. 그 많은 관광객을 정말 꼼꼼히 하나하나 검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 별이 보이는 맑은 하늘이었다. 느낌이 이상한 다리를 건너 잔디밭을 지나 걸어 들어가면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는 곳이 있다. 그곳이 일출 포인트!
약 천 명 정도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운 좋게 앞쪽에 자리를 잡게 돼서 일출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점점 붉게 물드는 하늘, 이런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일을 하면서 좋은 명소란 명소에서 일출을 봐오고 여행을 하면서도 온갖 곳에서 일출을 봤지만 아름다운 걸로는 최고였다.
서서히 밝아지면서 주변이 보이고 내가 느낀 것보다 사람이 더 많았구나 알게 됐다. 6시 10분에 다시 모여서 이동, 앙코르 와트 타워 옆이 보이는 곳에서 다시 한번 붉은 하늘이 푸른 하늘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다시 봐도 멋져.
본격적으로 앙코르 와트에 입장하기 전 잔디밭에 앉아서 앙코르 와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앙코르 와트 사원은 풀이나 접착제 없이 돌로만 쌓아서 지었는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해자 가운데에 흙을 메우고 그 흙 주변부를 돌로 단단히 막았다고 한다. 앙코르 와트 사원 꼭대기에 올라가는 계단은 소문처럼 옛날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방문객용으로 만든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몇 년 전에 사고가 나서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고 함.
여기 입장할 때는 스카프로 가려도 어깨나 무릎이 드러나는 옷이면 입장이 안된다. 모자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신성한 곳, 새로 지었다고 하지만 계단 엄청 가파르다.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유적지다. 어떤 걸 상상하든 아마 그 이상일 것!
너무 좋았던 앙코르 와트를 뒤로하고 앙코르 톰으로 향한다. 단체 투어라 그런지 차에 타니까 시원한 물을 줬다. 앙코르 톰의 규모는 앙코르 와트보다 훨씬 큰데, 왜 앙코르 와트가 가장 큰 사원이라고 하느냐=앙코르 톰은 마을이었음. 앙코르 톰이라는 마을 안에 바이욘 사원이 있는 것! 입구에 우유 휘젓기 동상과 자야바르만 7세 특유의 사면상이 있다. 우유 휘젓기 동상은 데바와 아수라 즉 선신과 악신으로 좌우로 줄 서 있다.
입구에서 잠깐 구경을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바이욘 사원을 보러 안 쪽으로 이동했다. 바이욘은 자야바르만 7세 특유의 사면상을 볼 수 있다. 여기는 잠깐 보고 지나가는데 혼자 왔더라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다시 버스 타고 이동해서 레스토랑으로 갔다. 유적지 안에 있는 레스토랑은 역시 비싸지.. 그런데 너무 지쳤던 터라 아이스커피와 볶음밥을 시켰다. 7달러.
투어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먹을 거 가져온 사람들은 그냥 꺼내서 먹어도 된다고 했다. 우리 팀은 딱히 먹을 걸 가져온 사람이 없어서 각자 메뉴 하나씩 먹고 과자를 가져온 친구는 음료만 시켜서 과자랑 먹었다. 사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이른 새벽부터 움직인 터라 에너지가 필요했어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빠듯하거나 개인 여행이라면 먹을 걸 챙겨 오는 게 좋을 듯.
식당에서 나오면 입구에서 아기들이 연필이나 부채 같은 걸 사달라고 한다. 모두 1달러짜리들.. 마음이 안 좋긴 했지만 누가 봐도 연습한 불쌍한 표정과 외운 문구를 들으니 이걸 사준다고 얘네들의 사정이 좋아질 거 같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모두 버스에 타서 기다리는데 “우리는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가, 너네가 1달러 주고 사주면 우리는 학교에 갈 수 있어”라는 말을 버스 문 앞에 달라붙어서 반복하는 게 조금 기괴했다. 누가 저 애한테 저렇게 시킨 걸까 싶어서.
버스가 출발하고 우리가 가이드 아저씨께 정말로 저 아이들이 학교를 못 다니고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라고 했다. 저 또래의 애들은 한 달마다 오후반, 오전반을 번갈아 가며 하루 4시간씩 다닌다고, 저 애들도 오후에 학교를 간다고 했다.
그런 안쓰럽고도 이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무에 잡아먹힌 사원을 볼 수 있는 따 프롬으로 향했다.
캄보디아 일정이 넉넉했으면 자전거를 타고 혼자 둘러볼까 생각했었는데 투어를 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시원한 물도 주고 이동도 편하고 무엇보다 앙코르 유적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책을 읽고 오긴 왔지만 잘 매치가 안 되는 걸 가이드님이 한번 더 설명해 주고 또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들도 해주어서 좋았다.
따 프롬에서 정말 멋있었던 건 햇볕을 받아 색이 은빛으로 변한 나무들이었다. 어떻게 자연의 색에서 이런 색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던 색, 정말 신비로웠다.
사원이 과거에 지어지고도 나무들은 계속 자라서 이런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뿌리가 자라면서 사원이 무너지기도 해서 복원 중인 부분이 많다고.. 이 돌무더기를 어떻게 다 복원할는지 궁금했다.
따 프롬 구경을 마치고는 투어의 마지막 사원 반띠에이 크데이로! 앙코르 유적지에는 4천 개가 넘는 사원이 있고 우리 가이드인 데이빗은 700 여개의 사원을 가봤는데 자신은 이곳이 가장 좋다고 했다.
반띠에이 크데이는 그랜드 투어에서 가는 쁘레아 칸의 하위버전으로 쁘레아 칸을 대체해서 많이들 가는 곳인데 나는 절대 쁘레아 칸에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곳이 좋았던 이유는 다른 사원에 비해서 정말 조용했고, 따프롬에서 감명 깊었던 은빛 나무도 있었다.
여기가 마지막 사원이라서 조용한 곳에 둘러앉아 데이빗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지막 이야기는 일전 프놈펜 여행기에서 말한 적 있던 킬링 필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통계상 캄보디아인 4명 중 1명이 죽었던 학살 사건이기에 캄보디아인 중 관련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했었는데 데이빗 역시 그 피해자였다. 그 피해로 아버지를 잃었음에도 자신은 한 명의 가족만 잃었기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데이빗이 아기였을 때 그 일이 발생해서 아기들은 모두 따로 모아두었고 자신이 간 아기 수용소의 아이들이 대거 죽었다고 했다. 데이빗의 어머니도 그 수용소의 아기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믿지 않았다고 했다. 크메르 루주 정권이 물러나고 2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아기를 찾아다닌 끝에 데이빗의 얼굴에 있는 특이한 점으로 겨우 찾아냈다고..
본인은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점이야 우연히 같을 수 있지 내가 진짜 가족이 맞을까 속상할 때가 많았는데 자라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똑 닮아가는 모습에 가족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프놈펜에서 킬링 필드 투어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이렇게 실제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캄보디아인들의 상처가 더 와닿았다. 잊지 말고 기억하고 기리려는 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그 이야기를 끝으로 투어는 종료, 사실 나는 캄보디아에 엄청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투어를 하면서 캄보디아에 완전히 빠지게 됐다.
원래는 어제 스몰투어, 오늘 빅투어, 내일 톤레삽 투어 후 나이트 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방콕은 언제든 한번 더 갈 수 있을 거 같지만 캄보디아는 또 오기 힘들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드가 빅투어는 물론 톤레삽 호수도 이번 달이 가장 보기 좋은 시기라고 해서 결국 캄보디아에 미련을 남기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다 하자 마음을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우선 쉬었다. 투어 버스 덕분에 얼마 안 걸었는데도 피곤한 걸 보면 정말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존경한다. 그리고 조지아 여행 후 한국에 돌아가서 코로나에 걸렸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약해진 체력이 아직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느낌이었다.
쉬다가 내려가서 커피 사 마시고 밥을 먹으러 나섰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아무거나 먹고 자고 싶은 마음이었음. 그래서 숙소 바로 옆 중식당에 들어가서 짜장면 같이 생긴 걸 시켰다.
짜장면 3달러
중국식 짜장면은 우리나라 식 짜장면과 다르게 고기볶음을 면에 비벼 먹는 식이라고 해서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다. 나는 오이 싫어해서 당근으로 바꿔주심. 짜장면이라 생각하면 맛없고 그냥 볶음 국수로 생각하고 먹으면 될 거 같다.
밥을 먹고 옆에 마트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샴푸로만 머리를 감다 보니 머리가 안 빗겨서 1.3달러에 트리트먼트를 겟 했다. 그리고 오늘 일출 보면서 모기를 엄청 뜯겨서(냉장고 바지도 뚫는다) 모기 스프레이도 하나 샀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 빅투어 예약과 1박 추가 예약까지 완료!
오늘은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가 정말 길다. 그래도 캄보디아에 흠뻑 빠지게 되어 기쁜 하루! 앙코르 유적은 사진 보다 실제가 더 대단하단 걸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