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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Day9. 만나서 반가워, 작은 마을아

여자 혼자 중남미 여행/과나후아토, 코코마을, 케레타로-과나후아토 이동

by SUNPEACE

2025_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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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익스미낄판에서 과나후아토로 넘어가는 날. 아침에 알람을 안 맞췄지만 역시 7시 기상, 꽤나 편안했던 익스미킬판의 숙소가 아쉬워 괜히 미적거리다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으로는 어제 남은 피자 한 조각이랑 멕시코 시티에서 삶아온 하나 남은 계란으로. 가는 동안 마실 커피를 타려고 카운터에 혹시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냐고 하니 직접 끓여주셨다. 어제 매점도 그렇고 여기 호텔도 그렇고 커피 머신을 뜨거운 물 나오는 정수기 마냥 쓰고 있는 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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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구경 중, 작은 돈을 내면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차를 닦아주기도 한다.

커피도 타고 짐들을 챙겨 넣고 케레타로에서 과나후아토 가는 프리메라 버스를 예약하고 9시 반 길을 나섰다. 10시 반 버스가 있는 걸로 버스 버드(Bus bud) 어플에 나오는데 버스버드 수수료가 아까워서 가서 결제하려고 좀 일찍 출발한 거였다. Conexion 버스정류장은 익스미킬판에 덩그러니 내려진 곳 건너편에 있다. 알고 보니 거기가 버스 회사들이 있어서 거기서 내려주는 거였다.


아침부터 해가 쨍쨍 더운 멕시코, Conexion 정류장은 5분 거리라서 금방 도착했다. 케레타로까지 가는 버스 252페소를 현금으로 냈다. 건너편에서 타야 된다고 해서 먼저 건너가 있었다. 거기 서있다 보니 어떤 승합차가 멈추더니 그루타스 가냐고 물어봤다. 케레타로 간다고 하니까 기사가 승합차에서 훌쩍 내려서 그늘에 앉아 빵을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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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승 벤을 운영하는 친군데 여기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여기서 차를 대고 기다리다 사람들을 모집해서 그루타스까지 간다고 했다. 자기도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그런 소소한 얘기들을 하다 보니 곧 버스가 왔다. Conexion 버스도 자리가 넓고 시원했다. 전반적으로 멕시코의 버스들이 컨디션이 괜찮은 거 같다. 거의 누워서 살짝 졸기도 하다 보니 벌써 케레타로 도착. 10시 반쯤 출발해서 1시 10분쯤 도착했으니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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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레타로에 내려서 남은 환승시간 동안 뭘 하지, 하다가 일단은 탑승하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리메라 버스 창구에 물어보니 여기서 타는 게 아니고 저쪽으로 쭉 가다 보면 서브웨이가 있다고 거기 앞에서 타야 한다고 했다.


일단 서브웨이를 찾으면 된다는 프리메라 안내 직원의 말을 듣고 걸어가는 길. 케레타로가 작은 터미널인 줄 알았는데 엄청 큰 터미널이었다. 가다 보니 타는 터미널이 또 나오고 버거킹이랑 서브웨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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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듣긴 했었는데 프리메라 버스는 전용 대기 공간이 있었다. 혹시 짐을 맡길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출발 20분 전에 버스가 오면 짐을 실을 수 있다고 했다. 미리 맡기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그때가 1시 반, 버스는 4시 버스였다. 짐을 맡긴다고 한들 딱히 케레타로에서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오는 길에 본 콘파나다를 하나 사 와서 대기실에서 와이파이 쓰면서 커피랑 같이 먹었다.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거기 파는 곳에 광고판 사진을 찍어서 이걸로 달라고 했는데 파인애플이랑 햄이 들어간 콘파나다였다.


멕시코의 소문만 무성한 치안에 관한 괴담과 달리 대기 공간에서는 노트북 하고 시간을 보낸 사람들도 많았고 한국처럼 짐을 두고 다니지는 못하겠지만 나름 안전해 보였다. (아마 대기공간에 들어오려면 표를 보여주고 들어와야 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 버스가 아닌 버스들 몇 대를 보내며 인터넷 탐방하며 놀다 보니 3시 40분이 되어서 짐 싣고 4시 드디어 과나후아토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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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택을 달아 실어주고, 프리메라 맨 앞 자리는 정말 넓다.

가는 길엔 멋진 풍경이 많았다. 선인장 밭도 보고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는 것도 보고 동굴을 엎어놓은 거처럼 큰 구덩이에 종유석이 달려 있는 것도 봤다. 이라푸아토라는 지역에서 많은 현지인들을 내려주고 또 출발, 과나후아토 톨게이트에는 웬 링이 있고 애들이 권투도 하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풍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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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나후아토는 버스 정보가 구글맵에 따로 안 떠서 일단 나가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거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 이거 과나후아토 다운타운 가냐니까 간다며 11페소라고 가격도 알려주었다. 곧 버스가 왔는데 버스는 엣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클래식하고 오래된 디자인이어서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은 옛말인 건지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궁댕이가 많이 아팠다.


가는 길에 사람들도 꽤 많이 타고 터널 같은 곳도 세 개 정도 지나간다. 절대로 걸어갈 수는 없을 듯..? 멕시코 시티보다 버스비가 조금 비싸고 엉덩이가 아파도 이해가 되는 길이었다. 내가 상상하는 ‘과나후아토’에 입성하자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따라 버스는 다행히 잘도 갔다. 사람들도 많이 내리고 나도 지도를 보다가 숙소랑 가까울 거 같은 곳에서 하차. 정말 숙소랑 정류장이랑 코앞이었다. 멕시코시티 로컬버스처럼 여기도 정류장 표시가 따로 안되어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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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서 예쁜 다리 카페를 지나면 바로 내 숙소가 있다. 식당이랑 같이 하는 곳이라더니 정말 식당으로 들어가니 거기 스탭이 오른쪽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여성 방이 1천 원가량 더 비싸길래 이 정도는 괜찮다 싶어 예약을 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천 원이라도 아끼려고 했겠지만) 오늘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좋은 점은 무료 커피, 차, 물, 전기포트가 있고 빨래도 무료로 돌릴 수 있었다! 혹시 몰라 2박만 하고 왔는데 벌써 맘에 쏙 들었다. 그래서 하루 더 잘 수 있냐고 하니까 "물론~" 이래서 과나후아토 동네를 돌아보고 결정한 뒤에 아침에 말해주기로 하고 잠깐 밖으로 나와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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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사람들도 북적하고 모두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고(멕시티에서는 길에서 맥주 마시면 바로 벌금일 듯) 즐거워 보였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다. 역시 사람 북적한 수도보다는 소도시가 좋다. 이런 동화 같은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배가 고파서 뭘 먹을지 보러 산책을 나간 건데 역시 타코는 안 당겼고 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 1층 식당으로 돌아왔다. 구글맵에서도 여기 밥이 맛있다고들 그러고 투숙객은 15프로 할인이 되니 먹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치킨 데리야키 콤보랑 맥주 한 병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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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데리야끼는 채소 샐러드까지 한 바가지 나왔다. 다 못 먹을까 봐 채소는 못 사서 나름 그리웠던 참이라 샐러드도 거의 다 먹고, 데리야끼 치킨도 살짝 바삭하게 굽혀있고 속은 촉촉해서 너무 맛있었다. 거기에 밥까지 있으니 밥 좋아하는 나는 너무나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치킨을 세 덩이나 줘서 양도 많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든든한 한 끼를 먹은 거 같은 느낌!


밥을 먹고 계산하러 가니 183페소라고 했다가 투숙객이라고 하니 반가워하며 15프로 할인을 해주었다.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 내 방으로 갔다. 이동한 거 말고는 한 게 없는데 또 왜 이리 피곤한지, 식당이 1층이라 시끄럽다는 말은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지만 10시에 마감되니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멕시코 시티에 비해서 조금 춥지만 작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따뜻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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