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중남미 여행/이달고 시장, 족발 토르타스, 족발 타코, 데낄라
2025_6/7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밥이 먹고 싶었다. 확실히 1층 식당의 냄새 탓이 분명해졌다. 이렇게 눈 뜨면서부터 밥을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1층 말고 다른 쪽의 일식당의 평이 좋아 그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로, 일부러 오픈 시간까지 기다렸다. 오픈 시간 11시에 맞춰서 출발했으나 역시,, 문은 열려있지 않았고.. 차 순위로 생각해 둔 중국 식당도 역시 문을 안 열었다. 어떻게 다들 이렇게 느긋할 수가.
_별개로 과나후아토에는 일본식 음식점이 많다. 내 숙소의 사장님도 일본인으로 호스텔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쩌다 그들이 자리를 잡은 건지, 선구자가 자리를 펼쳐 사람들이 따라오게 된 것인지 그런 사소한 궁금증이 생겼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져서 속상한 와중에 그래 그럼 이달고 시장에 가서 족발 토르타스를 먹자! 하고 이달고 시장으로 향했다. 아~~ 오늘은 정말 밥이 먹고 싶었는데!
이달고 시장은 관광시장처럼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1층 입구에 여러 식당들이 있고 시장 안쪽으로 들어오면 더 많은 타코집들이 있다. 족발, 무슨 고기인지 모르겠지만 고기들을 쌓아두고 토르티아나 빵에 넣어주는 식인가 보다. 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있는듯한 식당으로 갔다. 주인아저씨 아줌마 성품이 일단 좋아 보여서 얼른 착석.
족발 타코 말고 토르타스를 주문했다. 주문하자마자 먹으면서 기다리라는 건지 작은 빵에 족발 올려서 시식용을 준다. 뭔가 한국인들이 좋아할법한 서비스였다. 족발만 탕탕 썰어서 팔기도 했는데 저울의 재고 가격을 말하고 서비스를 더 올려서 포장해 주는 것도 한국인의 정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모습이다. 단골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과는 잠깐 얘기도 나누시며 특정 부위 위주로 썰어서 올려주기도 하신다. 참 정겨운 모습.
내 토르타스도 금방 주셨는데 진짜 맛있었다. 여태 족발이 빵이랑 어울릴 거라고 왜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멕시코시티에서 먹은 곱창 타코(트리파)도 그렇고 익숙한 재료들을 새롭게 먹는 건, 특히 그게 맛있다면 참 재밌고 즐거운 일다. 중간에 살사 소스(빨간색) 올려서 먹으면 물리지도 않았다. 물론 고수 향이 나서 마구 넣지는 못했는데 현지인 아저씨는 초록색 살사소스를 한 10번을 퍼넣으셨다.
무엇보다 여기 사장님들이 인상이 좋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은 가게에 아줌마랑 아저씨가 족발 턱턱 썰고 저울 딱 재고 포장해서 넘겨주면 뒤에 일하는 아저씨가 봉투에 담고 소분해서 담아둔 할라피뇨 같은 애들을 같이 넣어서 주고 계산을 한다. 오른쪽에 둘 있는 이모들은 살사 소스 같은 걸 소분하고 홀(?)에 있는 그릇에 떨어지면 담아주고 음료 주문받고 그러신다. 모두가 자기 몫을 척척 해내는 편안한 광경.
어쩌면 일식당이나 중식당이 닫혀있었던 게 다행이다 싶을 만큼 맛있게 잘 먹었다. 다 먹고 계산하려고 보니 50페소라고.. 가격도 안 듣고 먹었는데 가격까지 착해서 감동받았다.
그런데 음료 값이라도 아낀답시고 토르타스만 먹었더니 목이 막혀서 뭐라도 마시고 싶었다. 날도 더워서 호스텔에서 가지고 온 물은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주스를 먹으려고 찾아다니다 과일 가게 두 개가 붙어있는 걸 봤다. 둘 다 같은 걸 파는데 어째 왼쪽 집이 훨씬 잘되는 느낌이었다.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거기서 망고 하나를 샀다. 1킬로에 35페소인데 한 개에 11페소로 딱 정찰제로 계산해 주셨다.
아직 뭘 마실지 못 정해서 밖으로 나와 걷는데 갑자기 젤라토가 또 먹고 싶었다. 나는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절대 돈 주고 아이스크림 사 먹는 일은 안 하고 군것질도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인데 날이 더워서일까? 그렇지만 어제 먹은 젤라토는 또 먹기엔 가격이 비싼 느낌이었다. 족발 토르타스보다 비싸니 말이다.
그러다 번뜩 숙소 앞 노점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팔던 게 생각이 나서 얼른 돌아와 보니 여긴 중간 컵 사이즈에 35페소! 레몬 아이스크림을 샀다. 상큼해서 더위가 많이 가셨다. 숙소 바로 앞이라 숙소로 돌아와서 아이스크림 좀 먹고 손 씻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앞 방(남자 도미토리룸)에서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이 나왔다. 그래서 눈이 딱 마주쳤는데 나한테 ‘니혼진데쓰까?’이래서 "노노 코리아" 하니까 "안녕하세요~"하면서 인사를 나누게 됐다. 여기가 일본인 사장님이 하는 곳이라 일본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얘기를 들어서 일본인인 줄 알았다고.
어쩌다 보니 그 친구랑 같이 CAFE TAL에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됐다. 이런저런 얘기들 하다가 같이 동네 구경 시켜준다고 데리고 나가서 동네 구경을 시켜줬다. 나도 하루밖에 안 봤지만 과나후아토는 작은 마을이라 길 외우기도 쉽다.
삐삘라도 다시 한번 올라갔다가 후아레스 극장, 우니온 공원을 지나, 성당도 지나고 이달고 시장까지 가게 됐다. 그 친구가 과달라하라에서 먹어봤다며 내가 알던 것 용과 말고도 멕시코 용과 작은 게 있단 걸 알려줬다. 아까 망고를 사면서 용과가 비싸서 못 샀는데 멕시코 용과도 역시 비쌌지만 1개에 20 페소면 궁금해서라도 먹어볼 만해서 하나를 추가로 샀다.
돌아오는 길에 과나후아토 대학 앞에서 졸업사진 찍는 졸업생들도 보고 오히려 혼자 돌아다닐 때보다 많은 풍경을 추가로 볼 수 있었다.
걸어오는 길에 혼자서는 굳이 안 들어가고 싶었던 개미굴에 우연히 들어가게 됐는데 입구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들어가 보니 은광으로 유명한 과나후아토가 옛날에 쓰던 굴인 거 같았다. 삐죽한 돌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동굴이어서 신기했다.
산책하다가 데낄라 얘기가 나와서 데낄라를 샷하나 정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같이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 친구가 과달라하라에서 먹은 게 맛있었다 해서 궁금했는데 숙소 바로 앞쪽 바는 너무 타락한 거처럼 보여서 나오고 다른 데 가는 길에 주류점이 있어서 물어보니 작은 거 한 병에 335페소라고 했다. 한 2만 4천 원 정도. 옆에 바에 가니까 샷 한 잔에 110페소라고 해서 2잔 이상 마실 거면 주류점에서 사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결국 남은 거 내가 가져가는 걸로 해서 내가 구매하기로. 주류점에서 데낄라를 사서 호스텔 옥상으로 돌아왔다. 그 친구가 주방에서 라임을 얻어와서 그거랑 낮에 산 용과랑 같이 먹었다. 데낄라는 소금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그래도 이 친구가 소개해준 데낄라는 굉장히 부드러운 맛이라서 소금 없이도 먹을 만했다.
해가지면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부는 과나후아토. 데낄라는 날이 추워서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맛보기 정도로 마셨다. 데낄라는 반 이상 남아서 잘 챙겨두었다. 다른 도시에 가서 또 좋은 사람들과 나눠 마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