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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Day21. 산크리스토발에서 액션캠 찾기

여자 혼자 중남미 여행/체드라위, 아마존 주문하기, 카메라 파는 곳

by SUNPEACE

2025_6/17


산크리스토발에서 매번 10시에 일어나던 이유가 있었다. 어제오늘 스페인어 수업 때문에 아침 7시에 눈을 뜨려니 너무 추웠다. 어제는 추워서 샤워도 안 하고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갔던 터라 오늘은 샤워를 꺠끗히하고 길을 나섰다. 도착해서 복습한 종이를 잠깐 보고 있으니 소피아가 왔다.


IMG_2620.JPG 내가 수업을 듣던 교실

오늘은 식사, 요일, 월, 숫자를 배웠다. 멕시코의 음식 중에 뭘 좋아하냐고 물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곰곰이 떠올려봤다. 타코는 멕시코시티에서 매일 먹으니 좀 질렸었고, 족발 토르타스는 정말 맛있었고, 소파 아즈테까가 참 맛있었다.


신기했던 건 멕시코 사람들은 점심을 2시-5시 사이에 보통 먹는다고 한다. 아침에 거하게 먹기 때문에 아침 식사 메뉴와 거의 비슷하게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은 8시 이후에 보통 먹는데 점심을 늦게 먹기 때문에 외식하는 날이 아니면 대부분 간단하게 먹는다고 한다. 소피아는 커피나 차 한잔, 그리고 비스킷 종류나 케이크 한 조각 이런 걸 저녁으로 먹는다고. 나라마다 밥 먹는 문화나 시간조차 다른 게 새삼스레 신기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어쩐지 내가 어제 5시에 밥을 시작할 땐 조용하던 주방이 내가 밥을 다 먹고 설거지하려고 하니 분주해진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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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말 필요했지만 미루던 숫자 공부도 오늘 소피아랑 같이 하니까 좀 귀에 들어오는 거 같았다. 이제 꾸안또 꾸에스따? 물어보고 대답을 듣고 당당하게 계산할 수 있을까. 숫자는 어렵지만 제일 정복하고 싶은 부분이다. 오늘도 10시 10분쯤 10분가량 쉬는 시간을 가지고 11시까지 꽉 채워서 수업을 했다. 내일 숫자로 관련된 대화들을 복습 삼아할 거니까 공부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오늘은 집에서 밥 해 먹는 것도 좋지만 소파 아즈떼까를 다시 먹으러 가고 싶었다. 쌀쌀하기도 했고, 아까 수업하는 동안 먹을 것들 사진을 보고 얘기했더니 멕시코 음식도 오랜만에 먹고 싶어 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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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네로 가는 길 비가 조금씩 내렸다. 아까 수업할 때 갑작스레 폭우가 내렸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이런 식으로 비가 올랑말랑 할 예정인가 보다.


윌리네는 오늘도 사람이 많았다. 아까 선생님이 식당 몇 군데를 추천해 주면서 윌리네를 추천해 줘서 진짜 현지인 맛집이구나 싶긴 했다. 소피아가 닭고기 엠빠나다를 꼭 먹으라고 해서 고민하다가 (메뉴 두 개를 해치울 수 있을지..) 결국 소파 아즈떼까만 주문 했다. 처음 먹은 날도 맛있었지만 오늘도 맛있다. 중간에 도리토스 같이 생긴 것도(칠라킬레라고 한다) 계속 추가하며 먹었더니 충분히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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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네 식당을 오는 길에 3페소 샵이 있길래 뭔가 싶어서 가봤는데 칫솔, 비누, 빨래집게, 학용품, 파티용품, 화장품 등등 안 파는 거 빼고 다 파는 잡화점이었다. 이런 곳을 구경하는 건 꽤나 재밌다. 혼자 다이소에 가서 구경하느라 한 시간씩 보내는 거처럼 구경을 한참 하다가 반찬통을 하나 샀다. 산크리스토발에서 쌀 씻고 접시 엎어두고, 밥 해두고 접시 엎어두고 이런 게 좀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겸사겸사 샀다.


도시락 통을 산 김에 토요일에 20시간 버스를 탈 때 볶음밥을 해서 타는 건 어떨까! 하는 엄청난 아이디어도 생각해 봄. ADO에 밥 볶아 들고 타는 건 손에 꼽히지 않을까?


도시락 통을 40페소에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고프로를 살리려고 노력을 해봤다. 역시나.. 역시나 되지 않는다. 날씨는 안 좋지만 날씨가 안 좋다고 여행이 멈추는 것도 아니니까 체드라위에 가보기로 했다. 어제 찾아본 바에 의하면 고프로를 파는 상점도 있어서 뭔가 그들은 해결 방법을 나보다는 잘 알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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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드라위는 월마트보다는 시내에서 가까워 걸어서 30분 거리다. 산크리스토발 센트럴 외곽으로 걸어가 보는 건 처음인데 여기는 중심가를 벗어나도 그렇게 위험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가는 길에 있는 성당도 한번 들어가 주고, (누군가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 노래도 들으면서 산책 삼아 걸어갔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다 말다 반복했다. 가는 길에 엄청 큰 나무가 쓰러져 있는 걸 봤다. 아무래도 번개에 맞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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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0분을 걸어 체드라위 도착. 30분은 그렇게 먼 길이 아니다. 더군다나 날씨가 덥지만 않다면.


체드라위에 안에 어제 찾아본 라디오 샥이라는 전자제품 판매점을 먼저 찾아갔는데 고프로를 7000페소 대에 팔고 있었다. 50만 원이나 쓸 생각은 없는데.. 그거 말고 다른 옵션은 없단다. 내가 고프로를 고칠 방법을 혹시 아냐고 하니까 모른다고 절레절레했다.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살짝 짜증이 난다.


결국 고프로를 고치거나 사는 건 포기하고 체드라위 쇼핑을 구경을 나섰다. 여기는 진라면 컵라면이랑 신라면 밖에 없다. 초밥용 쌀도 무지 비싸다. (아참. 여기는 한국 김이 있더라. 고민하다 가방에서 다 부서질 거 같아서 사지 않았다.) 그래도 고기는 싸서 300그람 60페소에 소고기를 사고, 일본라면 2 봉지, 즉석밥도 있길래 비상용으로 4개를. 샀다.


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 혹시나 입구 쪽 전자 판매점에도 액션 카메라 파냐고 하니까 자기들은 카메라는 안 판다고.. 이상한 게 여기 세탁기 같은 전자제품 가격보다 카메라가 더 비싸다. 사치품이라고 느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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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니 비가 한바탕 왔는지 온 동네가 촉촉한 느낌이다. 내가 체드라위 들어가기 전에도 풀을 뜯고 노닐던 소들은 아직도 풀을 뜯고 있었다. 비가 살짝 왔다 안 왔다 하는 거리를 다시 되돌아가는 길, 가는 길에 정말 갑자기! 갑자기 고프로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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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뭔가 상점이라기엔 귀금속, 티비, 세탁기, 카메리, 오디오, 아이패드 이런 식이라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구글맵을 보니 전당포였다. 고프로 11이 4100페소. 가격은 이제까지 본 옵션 중에 가장 합리적인데 문제는 전당포에 맡긴 물건을 사는 거다 보니 충전하는 어댑터나 여분 배터리가 없었고 얼마나 사용한 상태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좀 고민을 해본다고 하고 숙소로 복귀. 일단은 장 봐온 걸 정리하고 일단은 밥을 해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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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저녁은 식은 밥 조금이랑 라면을 끓여 말아먹으려고 했는데, 마트에서 질 좋은 고기를 만나서 오늘은 고기를 꼭 먹어야겠다. 밥을 새로 하고 (오늘도 밥은 완벽하고 맛있게 잘 됐다. 이제 밥은 쉽다!) 고기를 구웠다. 300그람이라서 오늘내일 나눠먹으려고 했는데 굽다 보니 왠지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단 자신감이 생겨 다 구웠다.


_내가 밥을 하고 고기를 굽는 동안 수잔은 개인 전기포트에 라면을 끓였다. 수잔은 참 독특하고 또 멋진 사람이다. 그리고 스페인어밖에 할 줄 몰라 소통은 안되지만 어제 내가 식탁에서 노트북 투닥거릴 때 내 옆에서 정말 행복하게 식사를 만끽하시던 아저씨가 오늘은 반죽을 막 하고 있었다. 자기는 빵을 만들 거라고. 반죽을 다하고는 따뜻하게 둬야 한다며 내 냄비밥 옆에 비닐을 씌워 발효를 시켜두었다.


식사를 시작하니 벌써 고기가 조금 식어 좀 질겨졌다. 이대로면 내일 먹어봤자 그렇게 맛없을 거 같아서 그냥 맛있는 상태인 지금 다 먹기로 했다. 다행히 고기를 안 먹은 지 오래돼서 잘 먹을 수 있었다. 밥이랑 고기 단순했지만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 특히 고기 300그람이면 엄청 넉넉한 양이라 정말 든든하게 먹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까 빵 반죽을 한 아저씨가 빵을 구워와서 하나 먹으라고 준 것까지 먹었다. 안에 볶은 양파가 들어가 있어서 엄청 맛있었다! 그나저나 빵을 반죽해 굽다니,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밥을 하는 것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느껴질까? 그건 아닌 거 같았지만, 누군가가 만드는 과정을 보고 바로 먹는 건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었다.


스크린샷 2025-06-16 오후 2.31.48.png 월마트 아마존 테무 등등 다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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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고 노트북을 켜고 액션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영상을 어디 만들어 올리는 것도 아니라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때 영상으로 기록해 둘 걸'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아마존에서 이번 주까지 배달을 받을 수 있는 옵션들이 있었다. 그중 오즈모 액션 4 어드벤처 패키지가 한국에 비해 거의 20만 원 저렴하고 토요일까지 도착 보장이라고 했다.


다른 옵션도 알아보면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아마존에서 오즈모 액션캠을 사기로 결정하고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숙소 스태프에게 부탁해서 전화번호를 빌리고 주소 확인도 부탁했다. 그렇게 결제까지 잘 갔는데.. 근데 아마존 계정이 갑자기 잠기면서 결제가 거절되는 사태가.. 신분증 인증, 카드 인증 등등을 해도 안 돼서 결국 새로 계정을 또 만들고 어찌어찌 결제에 성공했다. 결제 성공과 동시에 새로 만든 계정 또한 잠겨서 무사히 올진 모르겠지만..


뭐 하나를 고르더라고 치열하게 고민했고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려는데 아직 스페인어 복습도 안 했다. 뒤늦게 10시부터 스페인어 복습을 시작했다.



IMG_2765.JPG 오늘의 호스텔 행사는 영화 보기! 나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아쉽지 않게도 스페인어였다.


왠지 오늘 하루 종일 한 거라곤 고민과 스트레스받기의 반복이었던 거 같지만.. 어쨌든 카메라 찾아 삼만리 나섰다가 맛있는 소고기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스페인어를 공부했고 그러면서 오랜만에 멕시코 음식이 먹고 싶어져 외식을 했고 반찬통이 생겼고, 폭우가 내릴 땐 적절히 안으로 잘 대피해 있었고. 고민의 결론도 좋게 났다. 크게 하는 것 없이 진이 쭉 빠져버렸지만 좋게 생각하려면 뭐든 좋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실수하고 수습하고 고민하고 해결하는, 그야말로 일상적인 여행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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