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중남미 여행/아줄 세노테, 플라야 델 카르멘 세노테, 콜렉티보
2025_6/24
야간 버스를 자면 자는 게 아닌지 결국 다음 날에 늦게 눈을 뜨게 된다. 오늘 결국 10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오늘은 아줄 세노떼에 가는 날. 10시에 눈을 떴지만 마음이 급하지는 않았다. '1시에는 도착하겠지~' 이런 마음으로. 어차피 선크림도 다 지워야 입장이 가능해서 양치랑 세수만하고 출발했다.
11시쯤이었는데도 해가 너무너무 뜨거웠다. 이런 날씨에 물놀이 하면 정말 좋겠지? 세노테가 아니라도 어디라도 몸을 시원하게 하면 정말 좋을 거 같았다. 길을 잘못들었지만 OXXO에 들릴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 OXXO에 들러서 물 500ml랑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나오자마자 뭔가 맛있어 보이는 빵집 발견. 토르타스 같이 생긴 걸 35페소에 판다고 하길래 하나 샀다. 데워줄까? 물어보는 거 보니 핫 샌드위치류인듯. 나는 어차피 이따 먹을 거라서 안 데워줘도 된다하고 받아왔다.
걸어가는데 콜렉티보들이 모여있다. 구글맵에서 받아온 위치랑은 다른 곳인데 싶어서 보니까 타는 사람은 없고 내리는 사람들만 있다. 타는 곳은 따로 있는 듯 해서 구글맵 위치로 다시 걸어갔다. 이미 걸어가는 동안 땀 범벅이 되었다. 이 상태로 물에 들어간다면 정말 시원할거야.
콜렉티보 정류소에 가니 아까 있던 콜렉티보들과 다르게 정돈된 느낌으로 툴룸 행 콜렉티보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탑승장으로 가는 길엔 툴룸으로 가는 길에 어떤 세노테에 내릴 수 있는지 설명된 플랜카드도 있었고 혹시 몰라 들어가서 물어보니 여기서 툴룸이든 세노테든 콜렉티보를 타는 게 맞다고 한다.
원래는 툴룸 가는 길에 있는 세노테들에 사람들을 내려주는 게 맞는데 내가 갔던 시간에 세노테 가는 손님들이 많았는지 아예 툴룸과 세노테 손님을 나누었다. 어차피 콜렉티보야 계속 있고 종점인 툴룸까지 갈 바에 세노테에 우르르 낼릴 관광객을 한번에 태우는게 확실히 합리적인 선택일테다.
그덕에 나도 바로 세노테에 간다는 콜렉티보에 탔다. 크리스탈, 에덴, 아줄 세 개의 세노테가 거의 붙어있는데 콜렉티보 이동 시간으로 치면 한 1분 거리임에도 각각 따로 다 입구에 잘 내려준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세노테 2-3개도 간다는데 나는 혼자 다니는 거라 내 체력만 생각하면 돼서 내 체력에 맞춰 아줄 세노테 한 군데만 가기로 했다.
내가 에덴 세노테 바로 앞에 아줄 세노테 표지판이 보여서 거기에서 내릴려고 하니까 옆자리 아저씨가 “너 아줄 간다고 하지 않았어?”이래서 "응" 이러니까 또 앞자리 남자애가 "이거 다음 정류장에 아줄 바로 앞에서 내려줄거야~" 이러면서 알려주었다.
1분, 아니 한 30초 더 콜렉티보를 타고 아줄 세노테에 내리면 바로 매표소가 있다. 하지 말라는 것들 엄청 붙어있지만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입장료는 180페소다.
입장료 내고나면 뒤쪽 샤워장 및 탈의실에서 씻고 오면 입장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세노테는 대부분 자연 보호를 위해서 선크림도 다 지우고 들어가야한다.
나는 애초에 선크림을 안 바르고 오긴 했지만 예의상 가서 물샤워 한바탕을 해준다. 몸을 적시고 입구로 들어가면 벌써부터 예쁠 거 같은 기대감이 든다.
메인 세노테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크고 얕고 해가 잘 드는 곳. 여기에서 대부분의 가족 단위들이 놀고 있다.
그리고 다이빙 존, 여기는 프리다이빙 같은 다이빙 말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 존이 있는 구역인데 여기는 꽤 깊은 곳이다. 물론 발 닿이는 곳들도 있다.
처음에는 얕고 큰 세노테로 들어가 구경을 했다. 수심도 얕고 해초들 때문에 시야가 그리 좋진 않아도 닥터피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엄청 많았다. 거기에 들어 갔다 나왔다, 들어 갔다 나왔다, 또 샌드위치도 먹고 시간을 좀 보냈다.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니 이구아나가 다가와서 갸웃갸웃 구경을 하다 가기도 하고 새들도 많이 왔다갔다 했다.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풍경이라서 더욱 이상 세계에 퐁당 빠진 기분이 들었다. 물론 현실적으론 물에 들어갔다 나오니까 덥지도 않은 것도 기분이 좋은 것에 한 몫을 더 했겠지만.
샌드위치 다 먹고 나서는 한바퀴를 쭉 둘러봤는데 아무래도 메인 세노테 말고 작은 세노테들은 고인 물처럼 보이거나 이미 한 팀이 차지를 한 뒤였다.
얘기 들었던 것과 다르게 음료와 먹거리 파는 곳도 있었고 라커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커를 굳이 이용 안하고 자리를 잡고 짐을 두었다. 나도 어차피 자물쇠도 걸려있고 사람들 대세에 따라 가방을 두고 돌아다녔다.
이제 깊은 세노테 쪽으로 갔다. 수심 차이가 있어서인지 일단 물이 너무 시원했고 스노클을 끼고 들어가자마자 정말 놀랐다. 아까 깔짝거린 크고 얕은 세노테와는 다르게 진짜 물고기들이 있었기 떄문이다.
이런 풍경들을 볼수 있다는게,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을지 언정 물 공포증이 없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물에서 한참 놀고 물고기 구경을 하고 또 뭍에 나와 쉬기를 반복했다. 마실 거라곤 물 밖에 없었지만 그 물도 이런 풍경을 보며 마시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플라야 델 카르멘은 무시무시한 동부 더위의 명성에 맞게 엄청 더운 도시인데도 거의 12시 반부터 3시까지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니 그쯤되니 몸이 덜덜 떨리게 추워졌다 그래도 세노테 풍경이 아쉬워 마지막 입수를 끝내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나오니까 내가 나온 곳은 주차장이 있는 출입구 쪽인듯, 여기 샤워장이 더 열악하고 뭔가 상태가 안좋았다. 그래도 일단 물로 헹구는데 여기 물도 그냥 세노테 물 끌어다 쓰는지 유황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고 짠맛이 나서 어차피 집에 가서 씻어야한단 걸 깨닫고 대충 씻고 옷입고 나왔다.
콜렉티보를 오래 기다려야할까 걱정했는데 이미 2대의 콜렉티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플라야 델 까르멘?" 하니까 맞다고 해서 타고 한 2팀정도 더 타고 나니까 출발했다. 여기 콜렉티보는 통일이 아니라 거리마다 정해진 기준이 있나보다, 아줄 세노테에서 탄 사람들에겐 40페소를 받았고 거의 플라야 다와서 탄 커플에게는 30페소를 받았다.
내려서 걸어오는 길, 오는 길에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서 정체를 살펴보니 스테이크 집이다. 스테이크 저렴히 먹으면 250페소..?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이 생각은 곧 사라진다.) 또다시 더워진다. 멕시코의 더위를 산크리스토발에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렇지 이렇게 해가 뜨거웠지. 게다가 동부에 오니 습기까지 더 심해져서 더 덥게 느껴진다. 왜 인지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온다. 얼른 숙소로 걸음을 재촉해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샤워도 다시 했다.
그러고나니 6시가 다 돼간다. 입맛은 없는데 배는 꼬르륵 거리고, 주변 식당들을 보는데 여기는 휴양지 개념으로 접근해야하는 도시인건지 말도 안되게 물가가 비싸진걸 어제에 이어 다시 느꼈다. 그래서 그냥 어제 먹은 치킨이나 포장해오기로, 대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거기서 먹어야지 하고 나섰다.
날은 여전히 후덥지근, 사람은 북적인다. 그러다 한 호객하는 식당의 메뉴판을 받아 봤는데 예? 타코를 100페소를 내고 먹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관광지 물가라지만 너무 심했다. 거기는 3개를 시키면 200페소였고 호객하는 레스토랑의 메뉴들은 다 비슷한 물가였다. 이쯤되면 아까 본 250페소 스테이크는 먹을만 한 가격인거다. 차라리 여기 있는 동안 스테이크를 먹으면 먹었지 타코에 이런 돈 난 절대 못 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른 식당들을 찾아보는 건 포기하고 어제 먹었던 치킨집에 포장을 하러 갔다. 어제 먹었던 치킨이 다시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기보단 나쁘지 않고, 80페소에 한끼 해결할 곳이 근처에 없기도 해서 그냥 1/4 포장을 주문했다. 어제 밥은 거의 상했길래 밥이랑 살사랑 다 안챙겨줘도 된다하고 그냥 치킨만 받아왔다.
어제랑 똑같이 치킨 사고 세븐일레븐에서 맥주를 사와서 머그컵에 따라 마셨다. 먹다보니 알았지만, 나는 어제 리셉션 직원의 충고대로 정말 몰래 먹었다. 술을 머그잔에 따를 때도 직원이 자리를 비울때 따르거나 봉지에 숨겨 몰래 따르식으로.. 근데 정말 그친구가 말한 ‘원칙적으로 안될 뿐이지 너가 비밀인척하면 아무말 안할게’는 진심이었는지 어떤 이는 그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글라스에 따르고, 맥주를 바로 바닥에 두고 따라 마셨다.
그런 식으로 다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맥주를 대놓고, 혹은 몰래 마셨다. 나도 이런 날씨엔 더더욱 시원한 맥주가 잘 넘어간다. 더위에 약한 나지만 한달도 안 지나 추위에 떨고 있을테니 현명하게 이 시간을 제발 보낼 수 있기를 바랬다. 한국도 지금 어차피 여름이니까, 나에겐 그들보다 찰나일 여름을 잘 견뎌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