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어를 제일 싫어하던 내가 캐나다에 온 이유

평생 애증의 관계가 되겠지

by 메이블

캐나다에 온 지 이제 9개월이 넘어간다

요즘 드는 생각은 시간 정말 빠르다.

한국에서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한 게 아침 눈뜨자마자

나의 실전 생활은 시작된다

아마 여기 있는 모든 부모가 똑같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도시락 + 내 점심 도시락을 싸고

9시에 아이 등교 보내고

10시까지 나도 등교

2시 40분에 수업이 끝나고

3시 반 아이 픽업

집 와서 도시락 정리하고, 내일 도시락 할거 준비하고

저녁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가 놀아달라 하니 놀아주고

씻고

육퇴 후, 내 학교 과제하고


나의 쉬는 시간은 이동하는 시간이다ㅎ


요즘 나의 긴장감 + 스트레스 정도는 최고치로 올라왔다

왜냐면 나에게 제일 중요한 시기이다


첫 번째로 1월에 입학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

대기자 1번이긴 했지만 불안했고

(오늘 1월 입학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혹여 1월에 들어갈 수 있다 해도


만약 내가 EAP에서 80프로를 넘지 못하면 입학을

못 하기 때문에 정말 산 넘어 산인 느낌이었다.


EAP 6 정도까진 나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수업 잘 듣고,

Core 수업도 책을 열심히 보면 시험도 잘 볼 수 있었는데


level 7,8 은 얘기가 다르다

일단 시험이 그동안 배운 내용으로 나오지 않고,

새로운 지문 + 서술형이다ㅎ

예를 들면, 지문을 읽고 나의 의견 찬성/반대 서술하기

특정 문장에 대해 생각 쓰기, 작가의 메인 아이디어 서술하기 등


단어싸움 + 문법 등 뭐랄까..

벼락치기는 이제 안 먹히는 단계라고 해야 할까..

평상시에 어느 정도 실력이 없으면 쉽지 않다.

처음 어학원 시작할 때 반배치고사를 보는데

Chat GPT를 써서 높은 반으로 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처음 높은 반 온 거에 좋아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버거워하고, 결국 70%를 못 넘겨

계속 재수강을 하더라..


게다가, L/S도 level6까지는 듣기 위주의 연습이었다면

7,8은 말하기 위주로 진행된다.

제일 당황스러웠던 시험은

선생님이 주제를 주고 5분 시간을 주셨다.

핸드폰 사용할 수 없고, 온전히 나의 실력으로 준비후

앞에 나와서 5분 동안 말하기.....


또 산 넘어 산으로

그룹 과제가 많다

혼자도 버거운데, 다 같이 조율하고, 수정하고, 정리하는 게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참여도가 낮은 반 친구랑 같은 그룹이 된다면

일은 두 배가 된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안 늘던 영어가

여기서는 머리 채 잡혀서 끌려 올라가는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순 있다.

해내시는 분들 많다.

but,

나는 예외였다.


첫 번째로 영어로 싫어했다

(정확히 수동태에서 포기했다)

두 번째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근데 캐나다 오고 난 후

나의 입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생존을 위해 해내야만 한다.

지금은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지만,

본과를 가는 순간, 영어는 그냥 기본 언어

내가 못 알아들으면 나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게 제일 두렵다ㅜ


게다가, 한국에서는 외국인 울렁증이 있었는데,

여기 오니 좀 적응이 됐나(?)

울렁증이 없어졌고, 내 말을 알아들어줬을 때에

그 희열감ㅎㅎㅎ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이런 느낌일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긴가..

영어는 영어로 배우는게 더 쉬운것 같다.



그래서

자녀들과 일 년 살기로 오신 분들이

몇 년 더 연장하시던데

그 마음이 좀 이해가 간다.



나도 일 년 살기로 왔으면 진짜 아쉬울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 정말 빨리 지나간다.


그리고 뭐랄까.

여기서의 생활도

살림 + 육아 똑같긴 하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면 또 영어를 써볼 기회가 생기고,

또 영어 공부를 틈틈이 하고,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


오? 나도 되네? 이런 마음이 든다

한국에 있었다면(의지부족에 대한 핑계)

난 분명..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합리화하며

날 가만히 뒀겠지..


나를 끊임없이 혼내줄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나를 어쩔 수 없이 성장하게 해 준 것 같다.


처음엔

선생님이 질문할 때 대답 못하면 창피하니,

창피 안 당하려고 열심히 했었는데,

좀 배우니까 궁금한 것들도 생기더라ㅎ

영화나, 유튜브에서 영어가 조금씩 들리니까

또 재밌고 신기해서 또 하게 되고

이렇게 계속 계기가 생기는 게 참 좋다


본과를 가면 정말 시작이다..

지금은 실전을 위한 워밍업 단계니

진짜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것 만큼은 한국물건이 최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