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애증의 관계가 되겠지
캐나다에 온 지 이제 9개월이 넘어간다
요즘 드는 생각은 시간 정말 빠르다.
한국에서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한 게 아침 눈뜨자마자
나의 실전 생활은 시작된다
아마 여기 있는 모든 부모가 똑같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도시락 + 내 점심 도시락을 싸고
9시에 아이 등교 보내고
10시까지 나도 등교
2시 40분에 수업이 끝나고
3시 반 아이 픽업
집 와서 도시락 정리하고, 내일 도시락 할거 준비하고
저녁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가 놀아달라 하니 놀아주고
씻고
육퇴 후, 내 학교 과제하고
나의 쉬는 시간은 이동하는 시간이다ㅎ
요즘 나의 긴장감 + 스트레스 정도는 최고치로 올라왔다
왜냐면 나에게 제일 중요한 시기이다
첫 번째로 1월에 입학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
대기자 1번이긴 했지만 불안했고
(오늘 1월 입학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혹여 1월에 들어갈 수 있다 해도
만약 내가 EAP에서 80프로를 넘지 못하면 입학을
못 하기 때문에 정말 산 넘어 산인 느낌이었다.
EAP 6 정도까진 나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수업 잘 듣고,
Core 수업도 책을 열심히 보면 시험도 잘 볼 수 있었는데
level 7,8 은 얘기가 다르다
일단 시험이 그동안 배운 내용으로 나오지 않고,
새로운 지문 + 서술형이다ㅎ
예를 들면, 지문을 읽고 나의 의견 찬성/반대 서술하기
특정 문장에 대해 생각 쓰기, 작가의 메인 아이디어 서술하기 등
단어싸움 + 문법 등 뭐랄까..
벼락치기는 이제 안 먹히는 단계라고 해야 할까..
평상시에 어느 정도 실력이 없으면 쉽지 않다.
처음 어학원 시작할 때 반배치고사를 보는데
Chat GPT를 써서 높은 반으로 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처음 높은 반 온 거에 좋아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버거워하고, 결국 70%를 못 넘겨
계속 재수강을 하더라..
게다가, L/S도 level6까지는 듣기 위주의 연습이었다면
7,8은 말하기 위주로 진행된다.
제일 당황스러웠던 시험은
선생님이 주제를 주고 5분 시간을 주셨다.
핸드폰 사용할 수 없고, 온전히 나의 실력으로 준비후
앞에 나와서 5분 동안 말하기.....
또 산 넘어 산으로
그룹 과제가 많다
혼자도 버거운데, 다 같이 조율하고, 수정하고, 정리하는 게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참여도가 낮은 반 친구랑 같은 그룹이 된다면
일은 두 배가 된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안 늘던 영어가
여기서는 머리 채 잡혀서 끌려 올라가는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순 있다.
해내시는 분들 많다.
but,
나는 예외였다.
첫 번째로 영어로 싫어했다
(정확히 수동태에서 포기했다)
두 번째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근데 캐나다 오고 난 후
나의 입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생존을 위해 해내야만 한다.
지금은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지만,
본과를 가는 순간, 영어는 그냥 기본 언어
내가 못 알아들으면 나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게 제일 두렵다ㅜ
게다가, 한국에서는 외국인 울렁증이 있었는데,
여기 오니 좀 적응이 됐나(?)
울렁증이 없어졌고, 내 말을 알아들어줬을 때에
그 희열감ㅎㅎㅎ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이런 느낌일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긴가..
영어는 영어로 배우는게 더 쉬운것 같다.
그래서
자녀들과 일 년 살기로 오신 분들이
몇 년 더 연장하시던데
그 마음이 좀 이해가 간다.
나도 일 년 살기로 왔으면 진짜 아쉬울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 정말 빨리 지나간다.
그리고 뭐랄까.
여기서의 생활도
살림 + 육아 똑같긴 하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면 또 영어를 써볼 기회가 생기고,
또 영어 공부를 틈틈이 하고,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
오? 나도 되네? 이런 마음이 든다
한국에 있었다면(의지부족에 대한 핑계)
난 분명..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합리화하며
날 가만히 뒀겠지..
나를 끊임없이 혼내줄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나를 어쩔 수 없이 성장하게 해 준 것 같다.
처음엔
선생님이 질문할 때 대답 못하면 창피하니,
창피 안 당하려고 열심히 했었는데,
좀 배우니까 궁금한 것들도 생기더라ㅎ
또
영화나, 유튜브에서 영어가 조금씩 들리니까
또 재밌고 신기해서 또 하게 되고
이렇게 계속 계기가 생기는 게 참 좋다
본과를 가면 정말 시작이다..
지금은 실전을 위한 워밍업 단계니
진짜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