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드러내다, Reveal

나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

by 돌이

글을 쓸 때마다 나는 고민한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여러 목소리 중 어떤 것은 쓰고, 어떤 것은 쓰지 않을지. 고민하지 않고 쓰는 것은 사회 통념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내용이거나 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여러 번 언급했기에 문제가 될 확률이 낮은 것들이다. 반면에 쓰지 않기로 결심한 내용들은 내가 나름대로 깊이 생각했거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왠지 문제가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것들은 깊이 고민하다 결국 도로 집어넣어둔다.


창작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지금 하는 것과 같은 글쓰기, 음을 활용해 표현하는 음악, 신체를 활용해 드러내는 몸짓, 선과 색으로 도화지를 채워가며 표현하는 미술 등등. 글을 써서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는 곳에 게시하기 전까지는 해보지 않았던 고민을 글을 쓰고 브런치에 업로드하면서 하게 되었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는 공감을 느끼고, 조금 다른 관점을 엿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거나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조회수가 낮아, 그런 사람이 내 글을 읽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지만, 혹시라도 언제나 내 글이 노출될 가능성은 있다.


그럴 가능성이 머리에 새겨진 날부터 나는 예전보다 심하게 내용을 검열했다. 쓰려는 문장이 나를 어떻게 드러낼지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보았고, 못나 보이거나 흑역사가 될 것 같은 것들은 지웠다. 나를 과장되게 묘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내용들, 오해를 하게 만들 내용들 또한 머릿속으로 여러 번 되새김질을 했다. 그렇게 보내기를 몇 달, 막연하게 내가 사람들 앞에 나를 드러내기를 여전히 주저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모든 창작물이 솔직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가 판단할 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창작물을 맞이할 대상들에게 떳떳하게 나설 수 있다. 나는 80%의 진실과 20%의 거짓을 기준으로 삼는다. 100% 진실을 쓰려고 해 봤지만, 기억력이 좋지도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흥미롭게 풀어서 쓸 수 있는 능력이 없기도 하다. 진실과 진실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20%의 거짓으로 채워 넣는다. 나는 이 정도면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떳떳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창작자들은 어떨까. 20%의 거짓 때문일까. 내가 내 창작물을 드러내는 일이 여전히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용기가 확신이 생길 만큼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가 추측하는 모든 것들이 뒤엉켜 있겠거니.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2025.10.5 365개의 글 중 69번째 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빈,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