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 Boring

태도가 습관이 된다.

by 돌이

지루한 순간을 참기가 참 어렵다. 잠깐이라도 짬이 나는 순간,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인터넷에 접속해 기사를 눌러보거나, 유튜브에 들어가 영상을 본다. 하루 일과는 또 얼마나 타이트하게 계획하는가. 직장에 지각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최대한 늦게 일어나 아침준비를 한다. 엘리베이터를 잡고 부랴부랴 내려오면 큰 애를 내려주고, 둘째와 아내를 내려주고 직장으로 향한다. 아슬아슬하게 직장에 도착해 정신을 차리고 보면 퇴근시간이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하고 설거지를 마치면 여덟 시, 아홉 시. 아이들과 이야기 잠깐 하고 샤워를 하면 침대에 누울 시간이다. 아이들이 잠들면, 슬며시 일어나 달리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이렇게 빡빡하게 하루를 채워야 하나? 나는 왜 그 순간순간의 짬마저도 견디질 못하고 쇼츠를 보고, 기사를 읽을까.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살짝 일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나? 생각해 보면 병적으로 그 '틈'을 두고 보질 못했다. 어떤 생각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까 봐 나는 유튜브로, 기사로, 달리기로, 글쓰기로 틈을 메우기에 바빴다. 결국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려고 했던 것은 실제로 바빴다기보다는 생각하는 틈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할 일이 많아서 바빴던 것이 아니라, 지루함이, 그 지루한 순간에 뇌리를 파고드는 생각이 두려워서 바빠야만 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순간, 지루한 순간을 왜 난 그토록 열심히 피했을까. 그 순간들마다 내 머리를 두들겼던 질문들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내 삶은 왜 이리 고통스러울까.'

'어떻게 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나.'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어느 하나 답을 쉽게 내릴 수 있는 질문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에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을 외면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도가 습관이 된다.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 그러나 내 삶을 가꾸기 위해서는 꼭 마주해야만 하는 질문들을 회피한다면, 내 삶에서도 꼭 거쳐야 하는 일들을 마주했을 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회피하겠지.


하루에 조금씩, 그 지루함을 인내해보고자 한다.


2025.12.18 365개의 글 중 78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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