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과 석양, 일출과 일몰.
24 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가 곧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아침 7시가 다 되어도 날이 밝지 않고,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해가 거의 저물어 하늘이 어둑어둑했다. 8시 출근 5시 퇴근인 나는 해가 뜨는 일출과 해가 지는 일몰을 요즘, 자주 목격한다.
겨울의 일출과 일몰은 매력적이다. 태양은 내가 일터로 가는 30분 동안 천천히 하늘로 떠오른다. 8시 20분이 지나면 내 시야엔 가까이 놓인 평지와 멀리 놓인 산뿐이다. 태양은 손으로 잡으려면 잡힐듯한 높이에서 비스듬히 황량한 평지와 푸른 나무로 뒤덮인 야트막한 산지를 비춘다. 낮은 고도의 태양이 만들어낸 길쭉한 여러 그림자를 바라보며 나는 출근을 한다.
태양은 내가 집으로 향하는 30분 동안 천천히 땅으로 가라앉는다. 5시를 지나면 내 시야엔 가까이 놓인 평지와 멀리 놓인 산뿐이다. 태양은 내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에서 지상에 놓인 모든 것을 비스듬히 비춘다. 모든 결실을 거둬간 텅 빈 땅에 내리는 붉은빛은 열정적으로 보인다거나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땅에 닿는 그 태양빛부터 태양 빛을 받는 피사체까지 모두 슬픔을 담고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 빛이 붉어서 인지, 차갑지는 않았다. 나는 그 광경에서 따뜻하지만 슬픈, 모순적인 감정을 느꼈다. 낮은 고도의 태양이 만들어낸 길쭉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나는 퇴근을 했다.
나의 출퇴근길은 항상 해를 등지고 있었다. 출근길은 동쪽에서 서쪽을 향했고, 퇴근길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했다. 오른쪽 뺨이 뜨겁거나, 왼쪽 뺨이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내가 빛에 노출되는 유일한 신체부위는 뒷목이었다. 그마저도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면, 시트가 가려줘서 난 햇빛에 노출될 일이 없었다.
오늘도 해를 등지고 출근을 했고, 해를 등지고 퇴근을 했다. 퇴근길, 나는 약간의 일탈을 했다. 평소의 퇴근길이 아닌 강변길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어선 강변길은 비스듬한 태양빛을 받아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흐르는 강물도, 그 주변을 감싼 풀과 갈대도, 중간중간 놓인 산책로도 내 눈엔 붉게 보였다. 길에 차를 대고, 내렸다. 그 순간, 붉은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걷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 걸쳐있는 붉은 태양을 보면서 나는 잠시 걸었다. 차가운 공기에 감색 재킷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빛은 따뜻했다. 주차해 둔 차가 손톱만큼 작게 보일 때쯤 뒤로 돌아 다시 해를 등졌다. 기다란 내 그림자가 차까지 가는 내 걸음에 계속 동행했다.
겨울은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로 돌아온다. 일출은 일몰이 되고, 일몰은 다시 일출이 된다. 출근을 한 뒤에는 퇴근을 해야 하고, 퇴근한 뒤에는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 나는 그 변화의 경계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제삼자가 바라보듯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이 종종 외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 해 보일 때가 있다.
강변에서 차까지 나와 동행했던 내 그림자가 그래 보였다. 태양을 마주 보고 걸을 때는 묵묵히 내 뒤를 따르던 그림자. 그때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길게 늘어 뜨러 져 있는 줄도, 나를 소리 없이 뒤따르는 줄도 몰랐다. 주차해 둔 차로 돌아가기 위해 뒤로 돈 순간 내 눈에 그림자가 들어왔다. 비스듬히 비추는 태양빛을 받아 의미도 없이 길게 늘어뜨려진 내 그림자가 외줄 타기 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이제 곧 24 절기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다.
2025년 12월 18일 365개의 글 중 79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