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 84의
기안 84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TV와 멀어지기 시작할 때, 기안 84가 예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는 인기가 치솟았고, 그러자 여러 이슈들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고꾸라지나 싶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여러 예능에서 사랑을 받고 자기 채널 <인생 84>까지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연예인이 되었다.
기안 84와 소연이 부른 노래가 쇼츠에 보였다. 쇼츠를 만든 사람들은 똑똑했다. 소연과 기안이 듀엣으로 함께 노래 부르는 부분을 시작점으로 편집을 했다. 기안의 목소리나 영상의 분위기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기안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면 영상을 넘겼을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소연과 기안의 목소리가 노래를 부르는 뒤 풍경이, 가사가 잘 어우러져 수많은 사람들의 그 짧은 찰나를 잡아챘다.
"우린 아직 불안하고 미래는 전혀 모르겠고..."
노래는 스물아홉의 청춘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 그 불확실성에서부터 파생되는 불안과 걱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AI가 인간을 곧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직장을 잡고, 집을 사고, 사랑을 하는 일이 이루기 어려운 과업이 되어버린 요즘 기안과 소연의 노래는 이십 대뿐만이 아니라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가사로 가득하다. 노래를 듣는 청자들은 그 속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어떤 울렁거림이 청자들을 계속 잡아 끌어당기는 것일까.
오늘 오전, 또 다른 쇼츠를 하나 보았다. 경제 유튜버였던 사람이 <돈미새가 소수인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이렇다. 실제로 인간은 연봉이 1억에서 3억 사이의 구간에 이르면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점차 줄어든다. 연봉이 낮을 때는 연봉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되어 열심히 일을 하고, 무언가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되지만, 일정 소득 구간에 이르면 그 동기가 힘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연구마다 그 경계가 되는 연봉은 다르지만 보통 1억에서 3억 구간에 속해 있으며, 결과는 대부분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에 사느냐, 지방에 사느냐, 또 같은 지방이더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히 "열심히"살고자 하는 의욕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어떤 구간은 존재할 것이다.
기안은 어떨까. 나는 그의 연봉이 궁금해졌다. 그는 1억~3억 구간에 있을까? 그것을 뛰어넘었을까? 기안 84는 당연히 열심히 살 의욕이 감소하는 그 연봉 구간에 있지 않을 것이다. 한참 뛰어넘었을 텐데도 기안 84가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만약 기안 84가 실제로 열심히 산다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는 무엇일까.
나는 사랑이 아닐까 한다.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아도 생존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만큼의 부를 축적하고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기안 84와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도 그를 움직이는 것은 가까이 있는 사람, 그의 영상을 보는 사람,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와 힘을 건네고 싶은 마음 아닐까? 그리고 그를 보는 사람들, 영상을 보는 사람들, 음악을 듣는 사람들 모두 그의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수많은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의 마음엔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도 같이 있을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을 찬양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 또한 자기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 중에 하나일 테니. 그러나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하는 하나의 행위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위로를 해준다면, 그것 자체를 주제로 이런 글 하나쯤은 끄적여도 되지 않을까.
2026.02.24 365개의 글 중 90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