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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Concentration

적어도 하루에 한가지에 집중해보기

by 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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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만하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글을 쓰는 지금도 왼쪽에 놓인 핸드폰의 깜빡이는 불빛이 내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그 뒤에 있는 딸기라떼가 침샘을 자극한다. 오른쪽에는 책들이 쌓여 있는데, 독서대에 펼쳐져 있는 책의 목차가 눈에 들어온다. 길을 걸을 때도 나는 나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부터 옷은 무엇을 입었는지, 신발이 옷과 잘 맞는지, 어떤 양말을 신었는지까지 확인한다. 한 생각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글쓰기로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글을 보다 잘써야만 한다는 의식이 생겼다. 잘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문장과 문장이 문단과 문단이 논리적으로 유기성을 가져야 한다. 잘쓰고자 하는 내 욕망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내가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하루를 살아가면 너무 많은 것들이 나를 스쳐간다. 아침 조깅을 나가면 춥다. 10분쯤 달리면 땀이 난다. 20분쯤 달리면 힘이 약한 상념들은 모두 떨어져나가고 뿌리가 강한 생각들만 남는다. 그마저도 50분쯤 달린 후 집에 도착하면 육체적 고됨에 파묻힌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한다. 조깅하면서 흘려보냈던 상념들이 하나씩 기어올라온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듣고 있는 음악, 어제 친구와 나눴던 대화 주제 등등. 하나의 상념마다 몇 초씩 머물고 다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 흘려보낸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이동을 한다. 핸드폰을 꺼내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를 켜고 구독한 채널에 올라온 새로운 영상을 본다. 중간중간 쇼츠도 본다. 흥미로운 주제도 있고, 잠깐 웃고 지나가는 컨텐츠도 있다.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눕는다. 어느하나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 정처없이 떠오르는대로 떠올렸던 상념들, 흘러가는대로 흘려보낸 생각들이 촤르르 스쳐간다. 아깝다. 그 중 어느하나라도 남겨두고 기록해둘 걸.


하루에 하나씩은 집중을 해보려고 한다. 어떤 것에 집중을 하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탁 걸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게 주황색 불빛이 될 수도 있고, 스탠드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유명한 글 귀 한 문장이 될 수도 있다.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오늘 하루를 '어떤 것'하나로 정리하게 될 수도 있고, 하루를 살아가기 전에 '어떤 것'을 중심으로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다만 글을 핑계로 하루하루 "어떤 것"에 조금 집중해보고 싶다. 그것이 노동이되고 '해야 할 일'이 되더라도 말이다.


-2025년 1월 18일 365개의 글 중 2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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