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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Every day

매일 반복하기

by 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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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매일 달리지는 못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런닝 열풍과 함께 시작한 나의 달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 10km 달리기.", "Zone2 런닝." 같은 단어가 2024년의 나를 괴롭혔다. 매일 10km씩 달리기에 내 체력이 부족했다. 코 안쪽에 작은 종기가 생겼다 사라졌다를 일년동안 반복했다. 발목도 아프고, 콧속도 아프고, 몸도 힘들고 피곤했지만 계획대로 달렸다. 10월 3일 대회를 마친 뒤, 11월에 몸이 안좋아 두달 정도 적게 달렸다. 12월부터 다시 달렸다. 오늘 아침 강변을 달리는데 매일 10km를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하를 좋아한다. 장기하가 소속되어 있는 두루두루 컴퍼니에 이슬아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를 알고 있다. 이슬아 작가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매일 자정이 되기 전 원고를 마감해야하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작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겼고, 자정이 되기 전에 원고를 송고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어떤 일을 반복하는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 반복하는 것이 어렵고, 내가 바로 그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까. 아님 매일 반복하겠다고 선언해야만 반복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약한 마음이었을까. 혹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매일할 수 있다는, 매일 하겠다는 일종의 신념을 내 보이기 위함이었을까.


나는 매일 10키로미터를 달리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종종 보았다. 유독 그 뒤에는 매일 달리기가 신체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과 관련된 썸내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슬아 작가가 이슈가 되었을 때, 일부러 그녀를 외면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까. 그런 내가 지금 매일 글을 쓰겠다고 앉아있다.


나는 왜 매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까. 문득 마음을 먹었다. 어린이 동화를 쓰겠다고 일년넘는 시간을 낑낑거리다가 포기했다. 두어 달을 독서하면서 낙서만 했다.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적이는 것도 다시 재미있어졌다. 다음에 쓸 수 있다면, 쓰게 된다면 쓰고 싶은 이야기와 소재들을 여기저기 적어 붙여놓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번 또는 네번 달렸다.


달리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달리는 사람들, 특히 아침에 달리는 사람들은 알 가능성이 높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달리는 것이 러너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 열심히 달려봐야 자전거 보다 느리고, 자동차에는 비기지도 못한다. 달리다 보면 멀어지는 자전거 뒤꽁무니를 바라보거나 더 빠르게 멀어지는 자동차 뒷범퍼를 바라보는 일은 흔하다. 달리기는 두 다리로 한다. 달리기는 내가 온전히 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그 성취감에 내가 잠시 취했었나 싶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덜컥 선언을 해버린 것이 말이다. 그렇다고 취소할 생각은 없다. 동화를 쓰다가 포기했던 일은 나에게 분명 버거운 일이었지만 하루에 하나의 주제로 매일 글을 쓰는 일은 할 수 있다. 내가 조금씩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해왔던 일이다. 나의 일상도 매일 쓸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마음을 먹고 꾸준히 해 내기만 하면 된다.


오늘 아침 태양을 보며 달렸다. 7km쯤 달린 곳에 위치한 반환점을 돌았다. 잠시 멈춰서서 하늘을 찍었다. 핸드폰 카메라에 찍힌 태양을 보며 나는 감탄했다. 뒤를 돌았다. 푸른 하늘에 하얀 점이 찍혀 있었다. 머지 않은 언젠가 매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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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9일 365개의 글 중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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