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수면과 영양섭취 그리고 염증의 상관관계 대한
기가 막히다. 어제부터 오돌토돌 불편하던 것이 콧속에 크게 자리 잡았다. 이번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다. 염증이다. 지난주에 무리해서 달릴 때도 아무렇지 않던 콧속이 또다시 불편해졌다. 아무래도 무리를 했나 보다. 셋 중에 하나다. 달리기 때문에 몸이 지쳤던지, 잠을 못 자서 몸이 피곤하던지, 부실한 영양섭취로 몸이 약해진 것이다. 원인이 셋 중이 하나 일 수도, 둘 일 수도, 셋 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되었던지 간에 몸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나는 오랫동안 내 몸을 학대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 좀 한다고 잠을 덜 잤다. 대학교 가서는 술 마시느라 바빴다. 1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시는 동기를 보며 부러워했다. 따라잡으려고 애썼지만 발 끝도 따라가지 못했다. 취직을 한 뒤에는 일주일에 4일은 술을 마시고 3일은 운동을 했다. 술은 마시고 싶고, 보기 좋은 몸도 갖고 싶었다. 나는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서 더 빨리 달리지 못하는 내 몸을 때렸다. 이때 상처 난 간이 여전히 안 좋다.
군대에서는 몸이 건강했다. 규칙적으로 먹고, 규칙적으로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니 자연스럽게 몸이 좋아졌다. 보기에도 좋아졌고, 실제로 튼튼해지기도 했다. 제일 좋았던 점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었다. 휴가 나오면 또다시 엉망진창으로 마셔댔지만 부대 안에 있을 때만은 마실 수 없었다.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책도 읽고, 생각도 할 수 있었다.
비염이 심해진 게 이때부터였다. 그전부터도 재채기가 연달아 나오거나 침 냄새가 역하거나 했지만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정도였다. 군에 입대 한 뒤로는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비염 증상이 심해졌다.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자주 했다. 재채기를 다섯 번에서 여섯 번 정도 연속으로 하고 나면, 몸이 저릿저릿했다. 빈혈이 온 것처럼 눈앞이 깜깜하고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콧물은 또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휴지나 손수건이 없다면 대형 사고다. 코를 가리고 덜렁거리는 콧물을 닦을만한 것을 수도 없이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약도 먹어보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처음에는 약을 한 번 먹으면 3일 정도는 증상이 완화되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니 3일 가던 효과가 2일로 줄더니, 하루에 2번씩 꼬박꼬박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게 되었다. 약을 먹으면 피곤했다. 집중도 잘 안 됐다. 나는 점점 약을 멀리했다. 불편하더라도 화장지를 챙겨 다녔고, 재채기를 할 때는 몸에 힘을 뺐다.
이비인후과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검사결과 집먼지 진드기에 대한 민감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였다. 꽃가루에 대한 민감성도 집먼지 진드기만큼은 아니었지만 높았다. 나는 먼지와 꽃가루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집이나 직장에 도착하면 환기를 시키고, 먼지가 날만한 것들을 깨끗하게 세척했다. 침구류와 의류에 대해서 민감해졌다. 나는 청소와 세탁에 관심을 가졌다. 전보다 효율적으로 깨끗하게 청소하고, 세탁을 했지만 비염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강박만 생길 뿐이었다.
2024년 비염의 양상이 달라졌다. 봄, 가을에 집중적으로 나를 괴롭히던 증상이 일 년 내내 잔잔하게 나타났다. 약한 강도로 꾸준히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했다. 자세만 잘 취하면 봄과 가을에도 코로 숨 쉬며 잠잘 수 있었다. 10년 동안 같은 패턴으로 나를 괴롭히던 비염이 왜 달라졌을까. 2023년에는 안 했고, 2024년에 한 건 달리기 밖에 없는데. 달리기 때문에 비염의 양상이 달라진 걸까? 알 수가 없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수백, 수천 가지의 대사작용을 어찌 정확하게 알겠는가. 다만, 2022년보다 2023년에 내 몸을 더 소중히 다루어주었고, 2023년보다는 2024년에 더 소중히 다루어주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콧속에 난 염증도 내가 내 몸을 더 쉬어주고, 충분히 잠자고, 좋은 음식을 먹인다면 사라질 것이다.
좋아, 이제 그만 쉬고 일찍 자자. 그나저나 내일 아침엔 뭘 먹지?
2025.01.22 365개의 글 중 6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