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너의 목소리가 보여

내 동생 순이

by 동백이 좋아

"이모 이모! 이모 맞아요? 진짜 이모 맞아요?"라며 조카(동생 아들)는 또 야단이다. 엄마를 바로 옆에 두고도, 전화기 속 내 목소리가 자기 엄마 목소리랑 똑같다며, 이상하다고 난리다.

자기 엄마가 파마라도 하고 올라치면

"와! 이모다. 이모! 이모랑 똑같다."라며 내 닮은 꼴인 엄마를 보고, 늘 재미있어 했다.

엄마를 닮아 조카들도 인정스럽기가 그지없었다. 혈압이 200까지 올라, 이유를 찾을 수 없어, 결국 나는 큰 병원에 입원까지 하며 검사했지만, 허탕이었다. 결국 동생은 자기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아따! 언니 대단하요. 으찌케 그라고 온몸을 샅샅이 훑어도 이상 있는 데가 한나도(하나도) 없당가."라며 웃었지만, 몹시도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너는 친정 식구들 가냥(돌보기)하는 것 징하지도 않냐? 안 힘들어?"라며, 미안해 할라치면

"언니, 징하게 이상시럽당께. 친정 식구들은 아무리 많이 와도 한나도 안 힘들어. 근디, 시댁 식구들은 으째 그라고 힘든지 모르겄어."하며, 웃었다.

조카들은 나란히 침대를 붙이고, 사이좋게 잠에 들곤 했다. 카세트에서는 매일 똑같은 옛날이야기가 돌아갔다.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드는, 조카들 옆에서 행복하게 나도 따라 잠이 들었다.

아파트 1층이라, 배란다 앞에 나무들이 많았다. 산수유 꽃이 피면 나는 시를 지어 주었다.


'화단에 핀 산수유꽃, 노란 노란 산수유 꽃, 가을이면 빨강빨강 예쁜 열매 달리지요. 나도 나도 그때가 되면, 빨강빨강 산수유 열매처럼, 예쁜예쁜 열매 맺을 거예요.'


"와! 이모! 어떻게 그렇게 금방 시가 나와요?"라며, 조카들은 시답지 않은 내 시를 신기하게 들어 주었다.

동생은 춤을 좋아해서, 한참 스포츠 댄스에 빠져 있었고, 엄마가 예쁜 구두를 신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춤 연습을 할라치면, 조카들도 따라 하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도 귀여웠다.

그런 집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혈압도 저절로 정상이 되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자 정 많은 조카들이 몹시도 아쉬워했다.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손주를 낳았고, 이제 또 낳는다고 한다. 요즘은 거의 얼굴도 보기 힘들지만, 동생에 따르면, 조카들도 그때가 참 좋았다고 회상한단다. 처음에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 나는 시간들이었는데, 이제는 덤덤하게 그때 얘기를 한다.

그때는 그렇게 참 따뜻했더랬다. 아이들도 어리고 우리도 젊었드랬었다. 따뜻했던 동생과 조카들은, 잠시 그곳에서 어려웠지만, 여전히 그때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주어 참 다행이다. 지금도 여전히 동생과 나는 목소리가 비슷해서 우리끼리 서로 놀란다. 웃는 모습은 어떻게 또 그렇게 똑같은지.

나의 동생 이야기는 언제쯤 끝이 날까.

양 갈래로 머리를 땋고, 연분홍 원피스를 입은 작고 가냘픈 소녀가 저만치서 지금도 오는 듯하다. 냅다 업고 또 뛰겠구나. 서귀포에 요새 자꾸 비가 내린다.

제주. 성산 일출봉 오르며. 놀멍 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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