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고리 앞섶은 눈물인지, 땀인지로 축축하다. 갈아입을 옷 하나 없이 아픈 아이를 들쳐 엎고 정신없이 병원에 왔다.
아이의 무릎에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나기 시작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서울병원은 꿈도 꾸지 못하고, 목포로 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어쩔 수없이 종현 삼촌네를 찾았다. 무심한 친척들은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아입을 옷 하나 없이 온 할머니를 그렇게 무심히 대해 서러웠다.
무지한 야매 의사는, 무지막지하게 수술을 했다. 무릎의 고름은 멈췄지만 대신 성장판을 잃었다. 수술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은 할머니는 그저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아이는 잘 자랐지만 수술한 다리는 아니었다. 물도 길어 나르고, 청소도 하고, 산에서 나무까지 해왔다. 아프고 안쓰럽고 기특한 아이로 잘 자랐다.
할머니의 애간장을 하나씩 녹이며, 우리는 무탈하게 자랐던가. 할머니의 '가슴애피'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던가. 돌을 뜨겁게 구워 가슴에 올려놓아 보기까지 했던가.
언니는 '가끔 그냥 그때 죽게 내버려 두지'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저 말일뿐, 할머니의 애끓는 마음은 언니의 마음 깊이 자리 잡아, 누구보다 당당하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게 했다.
몸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비뚤어지자, 언니의 모든 관절은 문제를 일으켰고, 여러 장기들까지 그랬다. 수술은 일상이 되었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마다 아버지가 그냥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오늘도 굳세다. 운전을 하고 성당에도 가고, 사람 없는 곳에 가서 거북이걸음도 걷는다. 하모니카 연주는 수준급이며,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도 참 잘한다. 음식 솜씨 또한 좋아, 나는 엄마 밥이 생각날 때면 언니를 찾는다. 사람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니, 힘들 때마다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매일 성당에 가고, 기도를 하고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하모니카를 분다. 몸의 통증만큼 식탁에 약은 쌓여간다.
애타는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닮은 마음은 익고 또 익어, 그렇게 누구를 닮아갈 것이다.
언니는, 바지를 입은 건강하고 쭉 뻗은 내 다리를 보며, '좋겠다고 좋겠다고' 하고, 나는 별일 아닌 듯 무심한 척 넘기지만, 나도 할머니처럼 애간장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내 애간장도 녹아내린다.
그러나, 할머니만 하랴. 당사자 만하랴.
세월은 무심히 흐른다. 하늘도 산도 바다도 무심히 흐른다.
나는 오늘도 숲을 걷는다. 할머니를 찬양하라. 언니를 찬양하라. 푸른 숲은 녹음을 담고, 하늘은 청량한 공기를 담아 준다. 언니한테 전하리.
오늘도 새들은 우짖는다. 할머니와 언니를 향한 찬가는 새들의 몫이다. 노루도 꿩도 합세를 하고, 숲을 가르는 바람도 함께 참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