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시크릿 신드롬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중국 상하이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까지 전달이 되었다.
얼핏 보면 이 문장에 나오는 잠재 능력이라는 말이 좀 어렵게 느껴져 이런 혜택은 뭔가 가진 자들이 이미 누린 후 그걸 기적으로 둔갑을 시키는구나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한 끗 차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스무 살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골 출신 대학생이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달에 붓는 30만 원 적금을 밀리지 않으려고 수습사원일 때 적은 월급 때문에 투잡을 뛰기도 했다.
그렇다고 돈 많고 직장 좋은 남자를 만나 팔자가 바뀐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결혼 후 백수가 된 남편을 건사하느라 성인이 된 아들을 하나 입양한 꼴이 되어 버렸다. 잘 난 건 타고나야 하지만 잘 사는 건 본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난 잘나게 타고나지 않은 내 인생을 바꿔보려는 의도를 갖고 뭘 해 본 건 아니었지만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애썼다.
어느 날부터 내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 어느 시점부터라고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거듭된 절망 끝에 갖게 된 간절함에 간절함이 거듭되고 나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씨크릿>의 번역가 김우열은 손 전화 회로를 설계하다가 어떤 힘에 이끌려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나 또한 과학적으로 명확히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어떤 우주의 힘인지는 알 거 같은 힘에 이끌려 어느 자리든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난 이런 끌어당김의 법칙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늘 단순하고 성급해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간절히 그것만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애초의 계획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처음 생각했던 한 방향으로 몸부터 날렸다.
첫 번째 기적……. 펄벅이 나를 불렀다
국민학교 4학년 때(1996년 3월 이전엔 국민학교라 불리었고 난 내내 국민학교를 다녔다) 우리 집엔 아빠 직장인 우체국에 찾아온 보따리 책 영업사원에게 구입한 까만색 양장본의 세계문학전집이 들여졌다. 그 전 우리 집 책장에 책이라곤 학교 교과서와 내가 아홉 살 때 엄마를 졸라 동네 돌아다니던 계몽사 영업사원을 통해 구입한 어린이 세계명작동화 24권이 전부였는데 완전 신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책이 귀했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난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 집의 책부터 펼쳐 보는 게 일이었다.
텔레비전 편성국도 달랑 KBS와 MBC가 전부인 시절이었고 그것도 어린이 정규 프로그램은 몇 개 안되어 내 세상은 시골 동네 친구들과 가끔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구경했던 친척들이 다였기에 책 속에 나오는 경이로운 세상은 늘 어린 내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세계문학전집 제1권은 펄벅의 <대지>였다. 글씨는 작고 책은 두꺼웠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까울 정도로 너무 재밌어서 그 옛날 왕룽과 오란이 살던 시대로 쏙 빠져들어갔다. 왕룽이 살던 지역과 그 시대를 전혀 겪어보지 못했는데도 머릿속에 장면들이 흑백 영화처럼 펼쳐졌다. 때론 왕룽이 됐다가 때론 오란이 됐다가 대지의 주인공들에 자꾸 빙의가 돼서 책을 덮어도 잊히지가 않았다. 그리고 중학생이 됐을 때 <대지>를 또다시 읽었다. 거의 몇 년 주기를 한 번 꼴로 <대지>가 내 인생에서 절대 잊혀서는 안 되는 책인 것 마냥 계속 곁에 두고 읽었다.
누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두 번 생각도 않고 “대지”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간절했던 내 바람 덕이라고 해두고 싶다.
서른 중반이 된 남편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젖먹이 딸과 나까지 세트로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내가 여행조차 꿈꾸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중국이었는데 몇 년 계획으로 살러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펄벅이 교편을 잡고 강의를 했던 남경에서! 그리고 <대지>라는 소설을 남경에서 제일 먼저 발표했다고 하는 거보면 왠지 왕룽과 오란이 남쪽으로 피난을 갔던 도시가 남경일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우리 가족이 첫 둥지를 튼 곳은 남경 대학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이니 얼마나 환타스틱 한가!
내가 너무 <대지>라는 책을 애정 한걸 어여삐 여긴 펄벅의 영혼이 나를 불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남경에서의 하루하루는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신이 준 선물 같은 나날들이었다.
중국어를 할 줄 몰라 벙어리와 마찬가지인 나는 두 돌이 안 된 딸을 데리고 날마다 남경 대학 주변으로 산책을 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왠지 남경 대학가 근처를 누비고 다니던 펄벅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정말 펄벅한테 빙의가 되어 나도 <대지> 같은 대작을 쓰게 되면 좋고!
남경에서 보낸 2년의 세월은 내 생애 가장 가난한 유학생의 아내였지만 펄벅이 나를 불러주어서 신세계를 직접 체험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시크릿의 기적은 내 인생 구석구석에 빛처럼 스며들어 내 삶을 따스하게 빛내 주었다. 내 의식이 잠자는 동안에도 수많은 열망들을 제발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한 신호들을 우주에 보내면서 난 어느 날부터 중국에서 살고 있었고, 집값이 비싸다고 소문난 상하이 좋은 위치에 집을 구매했으며, 유학생 남편을 두었는데도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호사를 누릴 수가 있었으며, 둘째를 가정분만을 통해 집에서 낳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 하오”만 할 줄 알고 중국에 갔던 내가 하고 싶었던 부동산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었다.
Present는 선물과 현재라는 두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하나의 단어로 쓰인다고 했던가!
난 우주로부터 점점 큰 선물을 받고 현재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가 비상인 이 코로나의 위험한 시국 속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어느 아름다운 땅, 하늘빛이 파랗고 사시사철 초록이 무성한 곳에서 머물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노동의 휴지기가 없었던 나에게 보상처럼 주어진 이 여유 속에서 너무 감사하게도 스마트폰 하나로 중국의 부동산 일을 계속하며 오늘도 기적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