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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이 Feb 05. 2021

펄벅이 나를 불렀다

기적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은가

 기적의 주인공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잠재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잠재능력을 끌어내어 사용하는 능력의 차이일 겁니다. <크릿 하루 한마디>



2009년 크릿 신드롬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중국 상하이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까지 전달이 되었다.

얼핏 보면 이 문장에 나오는 잠재 능력이라는 말이 좀 어렵게 느껴져 이런 혜택은 뭔가 가진 자들이 이미 누린 후 그걸 기적으로 둔갑을 시키는구나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한 끗 차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스무 살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골 출신 대학생이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달에 붓는 30만 원 적금을 밀리지 않으려고 수습사원일 때 적은 월급 때문에 투잡을 뛰기도 했다.

그렇다고 돈 많고 직장 좋은 남자를 만나 팔자가 바뀐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결혼 후 백수가 된 남편을 건사하느라 성인이 된 아들을 하나 입양한 꼴이 되어 버렸다. 잘 난 건 타고나야 하지만 잘 사는 건 본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난 잘나게 타고나지 않은 내 인생을 바꿔보려는 의도를 갖고 뭘 해 본 건 아니었지만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애썼다.


 

어느 날부터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 어느 시점부터라고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거듭된 절망 끝에 갖게  간절함에 간절함이 거듭되고 나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씨크릿>의 번역가 김우열은 손 전화 회로를 설계하다가 어떤 힘에 이끌려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나 또한 과학적으로 명확히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어떤 우주의 힘인지는 알 거 같은 힘에 이끌려 어느 자리든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난 이런 끌어당김의 법칙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늘 단순하고 성급해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간절히 그것만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애초의 계획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처음 생각했던 한 방향으로 몸부터 날렸다.




첫 번째 기적……. 펄벅이 나를 불렀다


국민학교 4학년 (1996 3 이전엔 국민학교라 불리었고  내내 국민학교를 다녔다) 우리 집엔 아빠 직장인 우체국에 찾아온 보따리  영업사원에게 구입한 까만색 양장본의 세계문학전집이 들여졌다.   우리 집 책장에 책이라곤 학교 교과서와 내가 아홉   엄마를 졸라 동네 돌아다니던 계몽사 영업사원을 통해 구입한 어린이 세계명작동화 24권이 전부였는데 완전 신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책이 귀했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집의 책부터 펼쳐 보는 게 일이었다.

텔레비전 편성국도 달랑 KBS MBC 전부인 시절이었고 그것도 어린이 정규 프로그램은   안되어  세상은 시골 동네 친구들과 가끔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구경했던 친척들이 다였기에  속에 나오는 경이로운 세상은  어린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세계문학전집 1권은 펄벅의 <대지>였다. 글씨는 작고 책은 두꺼웠지만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까울 정도로 너무 재밌어서  옛날 왕룽과 오란이 살던 시대로  빠져들어갔다. 왕룽이 살던 지역과  시대를 전혀 겪어보지 못했는데도 머릿속에 장면들이 흑백 영화처럼 펼쳐졌다. 때론 왕룽이 됐다가 때론 오란이 됐다가 대지의 주인공들에 자꾸 빙의가 돼서 책을 덮어도 잊히지가 않았다. 그리고 중학생이 됐을  <대지> 또다시 읽었다. 거의   주기를   꼴로 <대지>  인생에서 절대 잊혀서는 안 되는 책인  마냥 계속 곁에 두고 읽었다.

누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생각도 않고 “대지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간절했던  바람 덕이라고 해두고 싶다.

서른 중반이  남편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젖먹이 딸과 나까지 세트로 함께 가기로  것이다. 내가 여행조차 꿈꾸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중국이었는데   계획으로 살러까지 가게  것이다. 그것도 펄벅이 교편을 잡고 강의를 했던 남경에서! 그리고 <대지>라는 소설을 남경에서 제일 먼저 발표했다고 하는 거보면 왠지 왕룽과 오란이 남쪽으로 피난을 갔던 도시가 남경일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우리 가족이  둥지를  곳은 남경 대학에서 걸어서 불과 10 거리이니 얼마나 환타스틱 한가!

내가 너무 <대지>라는 책을 애정 한걸 어여삐 여긴 펄벅의 영혼이 나를 불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남경에서의 하루하루는 여행을 하는  같은, 신이  선물 같은 나날들이었다.

중국어를   몰라 벙어리와 마찬가지인 나는  돌이   딸을 데리고 날마다 남경 대학 주변으로 산책을 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왠지 남경 대학가 근처를 누비고 다니던 펄벅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정말 펄벅한테 빙의가 되어 나도 <대지> 같은 대작을 쓰게 되면 좋고!


남경에서 보낸 2년의 세월은  생애 가장 가난한 유학생의 아내였지만 펄벅이 나를 불러주어서 신세계를 직접 체험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시크릿의 기적은 내 인생 구석구석에 빛처럼 스며들어 내 삶을 따스하게 빛내 주었다. 내 의식이 잠자는 동안에도 수많은 열망들을 제발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한 신호들을 우주에 보내면서 난 어느 날부터 중국에서 살고 있었고, 집값이 비싸다고 소문난 상하이 좋은 위치에 집을 구매했으며, 유학생 남편을 두었는데도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호사를 누릴 수가 있었으며, 둘째를 가정분만을 통해 집에서 낳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 하오”만 할 줄 알고 중국에 갔던 내가 하고 싶었던 부동산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었다.


Present는 선물과 현재라는 두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하나의 단어로 쓰인다고 했던가!

난 우주로부터 점점 큰 선물을 받고 현재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가 비상인 이 코로나의 위험한 시국 속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어느 아름다운 땅, 하늘빛이 파랗고 사시사철 초록이 무성한 곳에서 머물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노동의 휴지기가 없었던 나에게 보상처럼 주어진 이 여유 속에서 너무 감사하게도 스마트폰 하나로 중국의 부동산 일을 계속하며 오늘도 기적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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