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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텔 Nov 08. 2022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앱'이 아닌 이유

당근마켓의 시작과 성공,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서

들어가며

"당근이시죠?"


월평균 1,800만명의 사용자. 스마트폰 사용자 중에 당근마켓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이제 당근마켓은 대국민 어플이 되었다. 이러한 당근마켓을 분석한다는 것은 어쩌면 진부한 일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을 분석하는 이유는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중고거래의 대명사로 거듭난 당근마켓의 성공요인이 궁금했고, 어떤 바를 가지고 앞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의 후반부에 자세하게 언급하겠지만, 지금의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지금의 당근마켓을 국민 어플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아닌 '중고거래 서비스' 덕분이다. 중고거래를 통해 초기에 큰 성공을 거둔 뒤 다수의 충성고객을 확보했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로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서비스 초기의 중고거래 모델에서 타 서비스 모델로 과감한 피봇팅을 감행한 것일까? 그것 또한 아니다. 중고거래 모델을 가지고 시장에 출범했을 당시부터 현재 월평균 1,800만명의 당근마켓에 이르기까지, 당근마켓은 줄곧 한 방향으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탄생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 당근마켓을 분석해보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에게 찾아온 기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근마켓 출시 이전의 시장에는 다음과 같은 기회들이 존재했다.   


1.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의 문제점


거래 형태를 살펴보면 비대면(택배)거래가 대부분이었고, 이 점을 이용한 거래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었다.

→ ‘사기 범죄’에 관련된 소비자 페인포인트가  ‘안전한 중고거래’ 에 대한 소비자 니즈로 이어졌다.   


2. 기존 로컬 서비스 앱의 문제점


서비스의 성공 유무에 있어 이용자의 리텐션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로컬 서비스 앱 유저들의 경우, 특정 목적을 위해 앱을 방문했고, 목적 달성 후에는 앱에서 즉각 이탈하는 성향을 보였다.

→ 중고거래의 경우 컨텐츠(새 상품)이 지속적으로 생성된다는 점에서 유저가 주기적인 방문을 유도할 수 있고, 이 점에서 로컬 서비스 시장에서 승산이 있었다.   


3. 기존 지역 기반 중고거래의 문제점


맘카페는 대표적인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었다. 육아용품은 부피가 커서 택배보다 직거래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맘카페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거래를 하려면 등급을 높여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 지역거래 플랫폼을 공략할 기회가 존재했다.


판교장터의 출시


시장의 다양한 기회를 포착하여 당근마켓의 전신인 판교장터를 출시했다. 판교장터는 판교 테크노벨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회사 메일을 입력해 쓸 수 있는 앱으로, 특정 지역 내의 신뢰할 수 있는 사용자들 간의 직거래라는 점에서 ‘안전한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 수 있었고, 주기적으로 어떤 상품이 올라왔나 확인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판교장터의 이용자와 사용 빈도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니즈를 포착하게 된다. 기존 지역 기반 중고거래의 문제점을 겪던 직장인 아내를 비롯한 판교주민들로부터 판교장터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존의 타깃층이었던 ‘판교 직장인’ 에서 24세부터 45세까지의 여성으로 타깃층을 변경하여 시장 조사를 돌려봤더니, 잠재고객이 150명에서 약 1천만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당근마켓의 출범


판교장터의 성공적인 출시 후, 모델의 확장성과 시장 수요를 검증한 뒤, GPS를 통한 동네 인증 시스템 도입을 통해 지금의 당근마켓을 출시하게 된다. 본래 ‘직장인 전용’ 에서 ‘위치(지역)기반’으로 서비스의 성격을 180도 바꾸게 되면서 잠재고객 또한 ‘직장인’에서 ‘지역 주민’으로 변경/확장되었다.


여기서 당근마켓이 당면한 과제는 “어떻게 초기 고객을 유치할 것인가?” 였다. 당근마켓의 경우 “거래는 최대 반경 6km 까지” 라는 원칙을 세워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초반에는 당장 근접 지역의 이용자를 어떻게든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애초부터 ‘중고나라’와 같은 전국구 중고거래 플랫폼과 경쟁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웃 연결’, ‘동네 거래’ 등의 키워드와 함께 ‘지역 기반 플랫폼’이라는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보다는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초점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자 했기에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거래가능 범위를 한정시키고 이를 엄수할 필요성이 있었다.


사용자 유입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서비스 출범 시기에 거래 지역 제한이라는 추가 제약까지 주어진 상황이었기에 무엇보다도 확실한 유입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당근마켓은 명확한 가설을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였다. 바로 “초기 유저 1000명이 모이면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라는 내용의 가설이었다. 참고로 여기서의 유저란 WAU를 가리킨다. 이제 막 출범한 어플리케이션인만큼, 앱의 단순 다운로드 수는 허영지표에 불과할 수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들어온 유저 수를 추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근마켓은 말 그대로 ‘멘땅에 헤딩’하며 직접 발로 뛰고 부딪히면서 고객을 한땀 한땀 모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당근마켓 직원들이 매우 싼 가격에 자신의 물건을 올린다든지, 선착순 200명에게 물건만 올려주면 무조건 샤오미 선풍기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여는 식이었다. 또 판교 직장인을 대상으로 현수막을 드론으로 날리고 여러가지 페이스북 광고를 시도해 보면서 한명 한명 어렵게 모아 WAU 1000명을 달성했다고 한다.


WAU 1000명을 달성하자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물품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앱이 활성화되었고, 입소문이 발생하면서 고객의 자발적인 유입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판교를 시작으로 출범한 당근마켓은 서비스 오픈 3개월만에 옆 동네인 분당구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당근마켓은 한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서비스 제공 지역을 차츰 늘려가는 ‘근접지역확장’ 전략을 구사하였는데, 이를 통해  ‘로컬 서비스’라는 초기 방향성과 지향점을 유지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의 폭발적 성장


1. 최적화(Optimazation)

당근마켓은 이처럼 ‘동네 거래’, ‘주민 간 거래’라는 경쟁우위를 가지고 사업을 확장해나간 결과 MAU 100만명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후 당근마켓은 최적화에 힘썼다고 한다. 여기서의 최적화란, 가장 적은 비용(저비용)으로 가장 많은 유저의 전환(고효율)을 이루어내는 최적의 고객 유입 전략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당근마켓은 다양한 디지털 광고 매체를 규모에 맞게 최적화하였고, 오가닉 유저를 늘리기 위해 SEO, 앱스토어 최적화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또한 A/B테스트를 통해 여러가지 유형의 페이스북 광고를 시도하면서 최대 효율 광고를 찾는 등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당시 당근마켓의 전략이었다.


2. 브랜디드 콘텐츠 - 유랑마켓

당근마켓은 유랑마켓이라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해 TV광고 이상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당근마켓의 브랜드 정체성과 프로그램의 핏이 잘 맞으면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당시의 열기는 아래 그래프의 기울기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유랑마켓 방영 후 당근마켓은 지금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고, 2021년 1월 기준 MAU 1,400만명을 돌파하였다.

(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당근마켓의 성공


이렇듯 당근마켓은 판교장터를 시작으로 중고거래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여 플랫폼을 성공 궤도에 안착시켰다. 당근마켓은 실제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중고 거래 앱 중 이탈률이 가장 높고 단독 사용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중고거래 업종 내 당근마켓 사용자 수의 비율 현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출처: 모바일인덱스 2021.4 (왼), Dighty 데이터 마켓 2021.8 (오)


지역 주민간의 대면 거래를 통한 안전성/편리성 확보, 코로나 19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 반경 감소, 전화번호만 있으면 플랫폼 가입이 가능한 접근 용이성 등의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가능한 결과이다. 당근마켓의 성패를 판단하는 지표는 단연코 활성사용자 수가 될 것이다. 하이퍼로컬 플랫폼 특성상 계속해서 새로운 소비자를 발굴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의 락인을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여 플랫폼 내 꾸준하고 활발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당근마켓의 MAU는 1800만명을 넘어가고 있다. 중고거래 기능 측면에서 당근마켓은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앱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론에서 언급했다시피, 당근마켓의 방향이자 최종 목적지는 ‘중고거래 플랫폼 No.1’이 아니다.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것은 국내 최대 하이퍼로컬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하이퍼로컬 플랫폼은 동네 수준의 좁은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당근마켓이 ‘거래는 최대 반경 6km까지’ 라고 초기부터 제약을 걸면서까지 굳이 힘든 길을 택한 것도 이제는 모두 설명이 된다. '나의 동네', '동네 이웃 간의 연결' 등의 키워드를 중시하는 하이퍼로컬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에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거래 반경을 제약하면서까지 이웃 동네라는 키워드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이퍼로컬 플랫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유저 리텐션활성 사용자 수가 중요하다.

하이퍼로컬은 이웃 동네 주민들이 핵심 고객이기 때문에, 동네 안에서 최대한 많은 이웃들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네 주민들을 당근마켓 내에 락인(Lock-In)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중고거래 서비스이다. 즉, 중고거래 서비스는 결과이자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자 서비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인터뷰를 살펴보면, 당근마켓이 지금까지 중고거래앱을 운영했던 이유는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하기 위해 충분히 많은 숫자의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재 당근마켓의 수익구조를 봐도 이 사실은 자명하다. 당근마켓의 경우 중고거래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기에 매출의 99%가 광고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중고거래가 당근마켓의 핵심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해주며, 아직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실제로 현재 광고 모델 외에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간 MAU는 약 1.7배 늘었지만 그만큼 적자도 불어났다. 지난해의 영업적자만 봐도 352억원으로 2020년의 약 2.6배나 되는 수치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당근마켓의 미래


이 상황 속에서 당근마켓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광고 매출을 늘리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거나, 둘 다 진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하이퍼 로컬이라는 당근마켓의 정체성과 얼라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당근마켓의 과업은 하이퍼로컬 플랫폼으로서의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되겠다. 활성 사용자 수가 안정궤도에 안착된 지금부터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원 확보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올해 8월 로컬 마케팅 지원을 위한 통합 비즈니스 센터인 ‘당근비즈니스’를 출시했다. 로컬 마케팅을 원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B2B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로컬 커머스를 플랫폼 내로 끌어들이는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근마켓이 처음부터 추구해왔던 방향과 얼라인된다. 이처럼 당근마켓은 지역 상권과 주민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로컬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청소, 반려동물,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편의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O2O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당근마켓의 가능성


내가 생각하는 당근마켓의 최종 목적지는 우리 동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당근마켓이라는 어플 내에서 간편하고 손쉽게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유저 공동체 의식' 과 '커뮤니티 요소의 강화' 라는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우리 동네' 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이 안에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유저의 리텐션이 높아지고 사용 빈도와 사용 시간이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플 내에서 진행하는 광고의 효과가 상승하고 광고주는 기꺼이 더 큰 대가를 지불하려 할 것이다. 당근마켓이 발빠르게 2020년, 동네 생활이라는 커뮤니티 기능을 출시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동네 청소, 동네 부동산 거래, 동네 과외, 동네 반려동물케어 등의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당근마켓이 직접 동네 별로 바자회, 벼룩 시장을 개최하고 입장료나 입접료를 받거나 당근마켓의 굿즈를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선택제 구독 서비스를 실시할 수도 있다. 당근마켓에서 구독권을 구매하여 이를 로컬 커머스에서 적용하는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근 마켓에서 주류 관련 구독권을 구매한 고객이 로컬 주류 상점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당근마켓 내에서 공동구매 및 배달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 이웃 간에 공구를 진행하면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배달비 또한 절감될 수 있다. 배달도 같은 논리이다. 이웃 주민이 한 음식점에서 동시에 배달을 시키면 배달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렇듯 이웃과 동네 단위로 생각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수없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단순한 연결을 넘어 서로 상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똘똘 뭉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지역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이웃 커뮤니티가 강화'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동네에 대한 충성심애정, 관심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이, 당근마켓이 공략해야하는 부분이다. 당근마켓은 꾸준하고 집요하게 이러한 집단 의식을 소비자에게 주입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써,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당근마켓의 하이퍼로컬 전략이 소비자에게 소구될지, 이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지표들과 소비자 반응이 증명해 줄 것이다. 당근마켓의 애용자이자, 이들의 지향점에 동의하고 믿는 사람으로서 당근마켓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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