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역기획과 UX개선안은 흔히들 주니어 PM의 '필수 포트폴리오' 라고 한다.
나 또한 예비 PM으로서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입장이다.
'가고 싶은 기업'의 서비스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안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데 (나를 포함한) 많은 경우 가고 싶은 1지망 기업은 이미 서비스 고도화가 많이 이루어진 이른바 '네카라쿠배당토', 이 외에도 컬리, 밀리의 서재, 오늘의 집, 야놀자 등 유니콘(or 예비유니콘) 기업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개선안을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해당 기업의 이목을 끌겠다는 이유로 두 눈 부릅뜨고 아쉬운 UX를 억.지.로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서비스를 이용해 본 뒤, 실제 경험에 입각하여 아쉬운 UX에 관한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개선안을 적기 위해 서비스의 아쉬운 UX를 찾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개선안이 좋은 제안이 될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다.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은 엘리트 집단이다. 해당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간다면, 나의 선배되고 사수되고 멘토되는 사람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개선해야 된다고 제시한 부분은 이미 기업에서도 고려한 부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회사 내에서 무엇인가를 실제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위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로써의 '지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표는 내부 데이터로 만들어진다. 내부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는 나로써는 제대로 된 개선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또한 기업의 목표, 방향성, 우선순위, 리소스 등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개선점이 실제로는 중요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개선안을 쓸 때 나는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까? 내가 생각한 마음가짐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첫째, 겸손을 유지하자
제안서를 쓸 때에는 항상 겸손을 유지해야 한다. 신념을 가지고 글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내부 지표 없이 내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항상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폭 넓은 사고가 필요하다. 즉, "이렇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왜 이렇게 안할까? 혹시 이유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내 의견을 검토해보는 것이다. 또한 현재 기업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잘못하고 있다고 단언하는 식의 어투는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둘째, 진정성을 담자
글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내부 관계자 외에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건 누가 있을까? 바로 유저이다. 진정성을 담자는 것은 내부인이 아니라면 유저의 관점에서, 실제 경험에 입각하여 개선점을 제시하자는 말이다. 내부 데이터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실질적인 불편함이나 아쉬운 점을 몸소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해당 UX가 페인포인트로 작용하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해당 UX가 개선되었을 때 유저로서 느낄 수 있는 효용, 그리고 유저로서 내가 바라는 기업의 방향과 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쩨, 틀에 갇히지 말자
마지막으로는 내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 것이다. 담당자들은 비슷한 글을 몇개나 볼까. 예를 들어 당근마켓의 인사담당자라면, 당근마켓의 역기획, UX개선안에 대한 글을 수백개 이상은 접했을 것이다. 내가 담당자라면 비슷한 형식을 한 비슷한 내용의 글을 일일이 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파격적인 제안서를 써야된다는 말은 아니다. 템플릿 등의 갖춰진 형식 안에 내 자신을 가두지 말자는 뜻이다. 다만 물론 가독성을 고려하여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 있도록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끝맺으며
문득 든 생각을 곧바로 글로 옮긴거라 두서가 없지만, 브런치는 내 생각을 적고 공유하는 공간 아니겠는가. 물론 앞으로 내 생각을 더 정교하고 확고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더 확고한 나만의 가이드라인이 생긴다면 추후에 또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다.